10개월간 폰 3번 바꾼 류희림, '친정' KBS 민원개입 의혹도

사퇴 6개월 만에 과방위 국감 증인 출석
민원사주 등 "수사 중" 증인선서는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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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희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사퇴 6개월 만인 23일 국회 과방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류희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사퇴한 지 6개월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류희림 전 위원장은 2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등을 대상으로 진행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3주 뒤 조용히 사임원을 내고 자취를 감춘 지 반년 만이다.

출석은 했지만, 증인 선서는 거부했다. 경찰 수사 등을 받고 있다는 이유였다. 류 전 위원장은 2023년 가족·지인 등을 시켜 뉴스타파의 ‘김만배 신학림 녹취록’을 인용 보도한 방송을 심의해 달라는 민원을 넣게 했다는 ‘민원사주’ 의혹과 관련해 검·경 수사를 동시에 받고 있다. 해당 사건을 수사해 온 서울 양천경찰서는 7월 업무방해는 ‘혐의없음’으로 결론 내리고, 제보자를 색출하기 위한 내부 감사를 지시한 사실에 대해서만 이해충돌 방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는데, 검찰이 업무방해에 대해서도 재수사를 요구해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가 다시 수사하고 있다. 이밖에 가족의 민원 신청 사실을 알고도 몰랐다고 국회에서 증언해 위증죄로 고발된 사건이 있으며, 22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방심위 업무 범위가 아닌 인터넷 언론(뉴스타파)까지 심의 범위를 확대한 것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 등이 직권남용으로 고발한 사건도 2년 만에 경찰 수사가 본격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류 전 위원장이 자신의 친정이었던 KBS가 제기한 민원과 관련해서도 부적절한 방식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류희림씨의 새로운 범죄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 같은 주장을 폈다.

노종면 민주당 의원이 23일 국감에서 공개한 지난해 5월 KBS의 신속심의 민원 신청 처리 경과.

노 의원은 지난해 3월 MBC ‘스트레이트’가 보도한 <‘독재화’하는 한국-공영방송과 ‘신보도지침’>편에 대해 방심위가 신속심의를 결정하는 과정에 KBS와 류 전 위원장의 개입이 있었다고 밝혔다. MBC 스트레이트는 당시 ‘우파 중심 인사 기용, 대국민 사과’ 등을 박민 신임 KBS 사장에 제안하는 내용의 ‘대외비 문건’을 KBS 내부로부터 입수했다고 보도했는데, KBS는 즉각 반발하며 MBC 제작진 등을 고소하고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같은 해 5월 KBS는 방심위에 MBC 보도를 신속심의 해달라는 민원도 신청했다. 한 달 전 같은 민원 제기에 신속심의를 하지 않기로 했던 방심위는 돌연 방침을 바꿔 신속심의 대상으로 올렸다. 이 과정에서 류 전 위원장의 개입이 있었다는 게 노 의원 주장이다.

노 의원에 따르면 류 전 위원장은 KBS가 신속심의 민원을 넣은 당일, 접수 사실에 대한 내부 보고도 이뤄지기 전에 먼저 팀장에게 관련 보고를 지시했다. 방심위도 노 의원 질의에 보낸 서면답변에서 “류희림 당시 위원장으로부터 당일 신청된 MBC 스트레이트 관련 민원 현황을 확인해 보라는 내용을 비대면 형태(메신저)로 전달받아 보고한 사실이 있다”고 인정했다.

노 의원은 류 전 위원장에게 “이 건은 아직 수사 대상이 아니니 답변을 요청한다”면서 “KBS 누구와 내통했나”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류 전 위원장은 “전혀 저런 사실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노 의원은 “KBS에서 부탁받은 것이든 KBS에 (민원을) 사주했던 것이든 둘 중 하나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누가 시켜서 그랬다고 자백하라. 이건 배신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법정제재 ‘25전 전패’에 억대 국민 세금 투입… 류희림에 변상시켜야”

23일 국회 과방위 국감에서 황정아 민주당 의원의 질의 자료.

한편 류 전 위원장이 지난해 계엄 이후 휴대전화를 세 번이나 교체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황정아 민주당 의원은 이날 질의를 통해 류 전 위원장이 계엄 직후인 지난해 12월에 한 번, 측근인 방심위 간부가 류 전 위원장의 거짓말을 폭로한 직후 또 한 번, 그리고 최근까지 총 세 번 전화기를 바꿨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교체 이유에 대해 류 전 위원장은 “개인적 이유”라고만 말했다.

황정아 의원은 류 전 위원장이 약 600일간 재임하며 법정 제재를 남발, 해당 방송사들이 제기한 제재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25전 25패’를 기록한 사실을 언급하며 관련 소송에 투입된 국민 세금만 2억6950만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황 의원은 “증인(류 전 위원장)이 야무지게 챙겨간 급여가 3억4300만원이다. 이걸 끌어모아서라도 변상시켜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방심위를 향해 “민형사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책임 있는 자들에게 당연히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관련 방안을 마련해 보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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