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캄보디아 사태’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대한민국 국민이 현지에서 범죄조직에 납치 또는 감금돼 고문을 당하거나 숨지기까지 한 사례가 잇따르며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말 20대 남성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 ‘(가족이나 친구가) 캄보디아로 떠난 뒤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실종 신고가 전국에서 빗발치고 있다고 한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온라인 공간에서 ‘캄보디아에서 일하면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글을 보고 출국했다가 연락이 끊어진 청년들이다. 이렇게 감금됐다가 보이스피싱이나 로맨스스캠 등 범죄에 가담하게 된 피해자도 상당수로 알려져 이들의 송환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도 인다.
이미 1년, 최소 수 개월 전부터 국내 언론과 국제 사회에서 경고음을 울려왔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예견된 참극’이다. 지난해 8월 KBS 취재팀의 <캄보디아의 내부자들-불법리딩방의 비밀> 연속 보도와 11월 한국경제신문의 <“中 조폭이 감금” 고문에 협박 영상까지, 실종된 한국인들…캄보디아가 위험하다> 기사 등은 국제 범죄조직이 둥지를 튼 캄보디아의 실상을 지적하면서 한국인 납치·감금의 위험성을 알렸다.
유엔(UN)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올해 5월 유엔 특별보고관 3명이 공동으로 발표한 성명에서 캄보디아 등지의 범죄단지 상황에 대해 “인도주의적으로, 인권적으로 위기 수준에 이르렀다”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에 신속한 조치를 요구했다.
그간 손을 놓고 있던 정부는 대학생 사망 사건으로 여론이 들끓은 후에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대한 특별여행주의보 발령이나 국제공조협의체 출범, 현지 ‘코리안 데스크’(한인 사건 처리 전담 경찰관) 설치 같은 대책을 쏟아냈다. 그러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캄보디아로 급파된 정부 합동대응팀은 현지에서 범죄에 가담했다가 구금됐던 한국인 64명을 국내로 송환하는 데 성공했지만, 국내에선 “피해자가 아닌 범죄자들만 데려왔다”는 등의 비판이 제기된다. 캄보디아에 깊숙이 뿌리를 내린 중국계 조직이 음지로 숨어들거나 제3국으로 근거지를 옮기면서 납치·감금된 피해자들이 한층 더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전히 온라인 공간에는 의심스러운 ‘일자리 소개글’이 판을 친다.
현지에서 외교와 자국민·교민 등 보호를 위한 지원 업무를 총괄하는 주캄보디아 대사가 7월부터 공석인 점 역시 문제로 꼽힌다. 캄보디아에서 탈출을 시도했던 납치·감금 피해자들이 한국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해도 “캄보디아 경찰에 신고하라”거나 심지어 근무시간이 지났다며 외면했다는 증언도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에선 사안이 정쟁으로 비화하는 모양새다. 여야는 윤석열 정부의 잘못이냐, 이재명 정부의 책임이냐를 놓고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국민 안전 앞에선 여야가 따로 없다. 하루빨리 주캄보디아 대사를 임명하고, 코리안 데스크를 설치·가동해야 한다. 외교력을 총동원해 현지에서 한국인 대상 범죄에 신속, 적극 대응하고 국내에서도 모집책과 브로커 등을 발본색원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한 몸처럼 움직여야 가능한 일이다. 이번 일을 반면교사 삼아 앞으로는 언론 등의 경고음에도 보다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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