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범죄 피해 예방, 언론이 앞장서야"… 기협 보도준칙 마련
[2025 금융피해 예방을 위한 보도준칙 세미나]
기협-금융당국 공동 주최…현장 기자 등 50여명 참석
불법사금융 및 채무자 피해 보도 권고기준 초안 발표
한국기자협회가 금융당국과 공동으로 불법사금융 및 채무자 피해 보도 권고기준을 제정했다. 언론 보도가 사채 등 불법 사금융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막고, 추가 피해를 방지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는 취지다. 현재 초안이 완성된 단계로, 현장 기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수정을 거친 뒤, 유관기관 협의를 통해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기자협회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서민금융진흥원, 신용회복위원회와 16일 제주시 오션스위츠 제주 호텔에서 ‘2025 불법사금융 및 채무자 피해 보도 권고기준 세미나’를 열고 금융·사회 분야 현장 기자들에게 금융 피해 예방을 위한 보도 권고기준 초안을 발표했다.
이 초안은 금융경제 전문가 5명과 기자협회 추천을 받은 현장 기자 5명으로 구성된 보도준칙 제정위원회가 7~9월 총 4차례 토론을 거쳐 만들었다.
이날 발표를 맡은 정중호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보도준칙 제정위원장)는 “가계 부채 문제가 구조적으로 심화하는 상황에서, 불법 사금융 피해자들이 꾸준히 발생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문제를 국민들이 인식하는 때는 기자가 그 사안을 다루고 보도할 때”라고 강조했다. 미디어가 어떠한 관점에서, 어떤 사실을 전달하느냐에 따라 사회적인 논의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 만큼 보도 권고기준 초안은 불법 사금융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는 보도 방법에 주안을 뒀다. 보도 원칙은 △피해자의 인권과 권익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여 보도 △불법사금융 및 채무자 피해의 배경과 맥락을 균형 있게 보도 △피해를 예방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정보 제공 등 크게 세 개 원칙으로 구분된다. 이 외에 불법사금융 및 채무자 피해 관련 보도를 할 때 피해 예방 권고문을 기사 하단에 게재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현장 기자들은 특히 세 번째 원칙인 ‘피해를 예방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정보 제공’에 주목했다.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상황에서 벌어질 수 있는 부작용을 우려한 것이다. 이한나 SBS Biz 기자는 “업체명과 연락처, 웹사이트 등의 노출을 제한하기보다는 이 부분을 보도할 때 불법성과 유해성을 충분히 설명한다면 오히려 피해를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는 분 중에는 몰라서 피해를 보는 분도 계시지만, 대안이 없기 때문에 알면서 접근하는 경우도 있다”며 “업체명 등을 알려주기보다는 접근수법, 금리 등을 알려주면서 불법성과 유해성을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반면 범죄 수법을 공개하는 것이 오히려 모방범죄를 유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염재인 브릿지경제 기자는 “번개탄을 사용해 자살했다는 보도가 나오면 이를 모방한 자살이 늘어나는 것처럼, 불법사금융의 접근 방식을 공개하는 것이 오히려 모방범죄를 부추기는 것 아니냐”고 질문했다.
정 교수는 “제정위원회에서도 이러한 지적이 나왔고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모방범죄 가능성으로 인한 해악보다 이러한 방법이 보도되지 않았을 때 벌어질 수 있는 피해를 예방하는 사회적인 편익이 크다는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현실적인 고민도 이어졌다. 최정훈 이데일리 기자는 “금융 피해 기사는 사고 빈도에 비해 주목도가 낮다 보니 기사를 쓰는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이 기사가 ‘읽혀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며 “(보도준칙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결국 ‘안 읽히고 재미없는’ 기사가 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금융 피해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이 없어지는 게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발표에 앞서 박종현 기자협회장은 “(보도준칙은) 자체 신호등 혹은 안전벨트와 같은 역할을 한다”며 “과거에 비해 언론인의 책무가 더욱 깊어진 상황에서 우리가 보다 책임감 있는 역할을 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박 회장은 “현장 전문가인 여러분이 많은 의견을 주시고 논의하는 장이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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