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1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경찰에 체포됐던 당시에 대해 “대통령 한 사람한테 밉보이면 이렇게 되나 생각을 했다”며 “수갑을 또 채울 수는 없겠지만 대통령한테 한번 밉보이면 당신들도 이렇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라고 본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 직전 이뤄진 경찰의 이 전 위원장 체포를 두고 연휴 내내 공방이 일었다. 이 전 위원장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 시행으로 자동 면직 처분된 바로 다음 날인 2일 자택 앞에서 경찰에 체포됐으나, 법원이 이 전 위원장의 체포적부심 신청을 인용하며 이틀 만에 풀려났다.
앞서 4월 더불어민주당은 국가공무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이 전 위원장을 고발한 바 있다. 이 전 위원장이 국회 탄핵소추로 직무정지였던 지난해 9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민주당이나 좌파 집단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집단”, “가짜 좌파들하고 싸우는 전사들이 필요하다” 등의 발언을 하고, 올 3월23일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 SNS 글을 올린 것이 문제가 됐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이 전 위원장이 그동안 출석 요구에 여러 차례 불응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았으며, 일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공소시효가 6개월로 오는 12월3일 만료되기 때문에 신속한 수사가 필요했다는 입장이다. 법원도 체포적부심사를 마친 뒤 “현 단계에서는 체포의 필요성이 유지되지 않는다”면서도 “체포의 적법성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날 방미통위에 대한 국감에선 이 전 위원장 체포 논란을 두고 국민의힘 의원을 중심으로 “부적법한 체포”이고 “공개숙청이자 공포정치”라는 거센 반발이 나왔다. 국감에 일반 증인으로 참석한 이 전 위원장은 “경찰의 조사를 성실하게 받아 왔다. 왕복 4시간이 걸리는 (법인카드 유용 혐의 관련) 대전 유성경찰서의 조사도 네 번이나 받았고, 심지어는 제 핸드폰까지 압수돼 포렌식까지 참여를 했다”며 “그런데 영등포경찰서는 저에게 사실상 가짜 출석요구서를 보내 텔레비전 화면에 아주 굵게 ‘이진숙 여섯 차례 출석요구 불응’이란 자막을 깔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민간인 신분이 된 이 전 위원장은 체포 후 이재명 정부 공격에 앞장서며 사실상 정치인으로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페이스북을 통해 경찰 수사에 대해 여러 차례 입장문을 냈고,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에도 잇따라 출연해 정부여당을 향한 공격적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13일 매일신문 유튜브 방송에 나가선 “제일 먼저 수갑을 차고 떠올랐던 인물이 그냥 딱 이재명”이라며 “이번에 조사 받으면서 체포 영장이 두 번이나 더 신청이 됐다는 걸 알게 됐다. 장관급 기관장으로 남아 있을 때 청구가 됐다는 건데 대통령실이 몰랐다는 건 믿을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 전 위원장은 방미통위 설치법 시행으로 자동 면직된 당일(1일) 정무직공무원 면직을 명시한 해당 법 부칙에 대해 헌법소원 청구와 함께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기도 했다.
한편 민주당은 경찰의 체포가 정당했다는 입장이다. 김현 민주당 의원은 국감에서 “이 전 위원장은 체포영장 발부가 대통령실에 보고됐을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는데 피의자는 정당한 이유 없이 수사기관의 출석요구에 응하지 아니할 우려가 있어 체포영장이 발부돼 체포된 것”이라며 “마치 개선장군인 것처럼 답변하는 태도에 대해 과방위원장께서 경고해 주실 것과 반복될 시 위증의 죄를 묻겠다는 점을 경고해달라”고 말했다.
13일 경찰은 이 전 위원장에게 석방 뒤 첫 소환 통보를 보냈다. 이 전 위원장은 경찰의 출석 요구에 응하겠다면서도 실질적인 조사가 아니라면 직권남용죄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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