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이사회에서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유족과의 합의문을 확정하고, 15일 관련해 대국민 기자회견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안형준 MBC 사장과 유족 측이 참석해 조인식을 가지며, MBC는 고인에 대한 사과를 비롯해 재발방지 대책 및 제도 개선 방안 약속, 명예 사원증 수여 등을 할 예정이다.
앞서 5일 MBC와 유족 측은 고 오요안나 문제에 대해 잠정 합의했다.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다 세상을 떠난 오씨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9월8일 고인의 어머니 장연미씨가 서울 마포구 MBC 앞에서 단식 투쟁에 돌입한지 28일만이었다.
합의에 따라 MBC는 기존 기상캐스터 직무를 폐지하고 정규직 직무인 ‘기상기후 전문가’로 전환하기로 했다. 앞서 오씨의 1주기였던 9월15일 MBC는 ‘프리랜서 기상캐스터 제도 폐지, 기상기후 전문가 제도 도입 및 정규직 채용’ 대책을 발표했는데 이를 두고 “일반직이 아닌 새로운 ‘중규직’ 직군을 만들어 또 다른 차별을 만들겠다는 뜻”이라는 시민사회단체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유족 측을 대리한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당시 MBC가 내놓은 제도의 방향 자체가 틀렸다고 판단한 건 아니었다. 다만 지금 일하고 있는 기상캐스터들이 이 제도가 도입됨으로써 해고될 위험에 처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핵심이었다”며 “부속 합의서에 기존 기상캐스터의 처우를 보장하는 단서를 달고, 불이익을 당할 경우 합의 위반이 될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오요안나의 싸움은 결국 어떤 고용 형태라도 방송사는 한 사람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을 확인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MBC 포함 모든 방송사의 기상캐스터 59명 모두가 프리랜서인 현실에서 기상캐스터 정규직 전환의 출발점이 됐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MBC는 내년 9월15일까지 본사 내 오씨의 추모 공간을 마련하기로 했다. 별도 합의에 따라 MBC는 유족에게 보상하고, 양측은 상호 간 민사·형사·행정상 어떠한 이의 제기도 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MBC 관계자는 “긴 협의 과정을 거치며 유족들이 그 취지를 이해하신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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