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플레이리스트... 80년대로 역주행하는 '복고의 시간표'

요즘 예능, 8090 감성으로 2049 사로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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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토요 예능 ‘놀면 뭐하니?’가 4일 '80s MBC 서울가요제를 성황리에 마무리하며 올해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대상 등 시상 결과가 공개된 이날 방송은 시청률 7.3%(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를 기록, 토요 예능 중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같은 날 SBS에서 방송한 ‘추석특집 임영웅 리사이틀’도 제치고 지상파 일일 시청률 2위에 올랐다.

MBC 놀면 뭐하니?가 9월27일과 10월4일 '80s MBC 서울 가요제 본 무대를 방송하며 토요 예능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MBC

80년대 무대와 감성을 그대로 재현한 이번 프로젝트는 7월26일 첫 회가 방송됐는데, 시작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가요제 방송 전까지 올해 ‘놀면 뭐하니?’ 시청률은 3~4%대에 그쳤는데, 가요제 방송 기간 5~6%대로 오르더니 9월 들어선 토요 예능 1위에 등극했다. 4일 방송분은 2049 시청률도 4%로 토요일 전체 프로그램 중 1위를 기록했다고 하니 세대를 넘어 폭넓은 사랑을 받은 성공적인 프로젝트였던 셈이다.

이처럼 80년대 감성을 내세워 젊은 층에서도 사랑받는 프로그램이 또 있다. SBS가 9월23일 첫 방송한 ‘우리들의 발라드’는 ‘요즘 아이들이 부르는 그 시절 너와 나의 노래’라는 콘셉트로 시작했는데, 2주 연속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평균 나이 18.2세의 참가자들이 재해석해 부르는 옛 발라드 명곡들은 그들의 부모 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며 세대를 아우르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아가는 분위기다. 9월30일 방송에 출연한 20세 참가자는 ‘엄마의 플레이리스트’에 있는 애즈원의 ‘원하고 원망하죠’를 불러 감동을 전하기도 했다.

SBS 신규 예능 우리들의 발라드에서 엄마의 플레이스트 중 한 곡을 불러 화제를 모은 20세 참가자. /SBS

‘Y2K’로 상징되는 복고 열풍이 패션과 음악계를 휩쓴 지 몇 년. 이제 복고의 시간표는 8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80년대 음악과 감수성을 콘셉트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 잇따라 제작되고 인기를 끈다는 건 TV가 올드미디어로서 가지는 한계이자 가능성이기도 하다. 방송산업의 위기가 가속화하면서 TV에서 ‘새로운’ 콘텐츠를 기대하긴 어려워졌는데, 옛날 콘텐츠가 ‘요즘’ 시청자들에겐 새롭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지상파 OTT 웨이브가 지난해 ‘뉴클래식 프로젝트’로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을 다시 선보이고, ‘미안하다 사랑한다’가 20년 만에 큰 화제를 모은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웨이브는 ‘가을동화’, ‘다모’ 등 20여년 전 화제의 드라마들을 ‘4K 리마스터링’으로 다시 선보이고 있다.

‘역주행’ 열풍은 TV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극장에선 이미 ‘재개봉’이 대세가 된 지 오래다. 올해는 세계적인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E.T.’, ‘죠스’, ‘라이언 일병 구하기’ 등이 최대 50여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다시 극장에 걸리기도 했다. 재개봉 영화가 수백억 제작비를 들인 신작 영화를 제치고 예매율 1위를 차지하기도 한다.

TV, 특히 지상파 TV와 극장이 겪고 있는 위기는 원인도 현상도 닮은 구석이 많고, 그래서 찾은 나름의 해법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이 카드는 과연 언제까지 유효할 수 있을까. 오래됐지만 절대 늙지는 않은 올드미디어는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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