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 시켰나, 정청래가 시켰나. 아니면 개딸들이 시켰나.”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면직된 지 만 하루 만인 2일 경찰에 전격 체포되면서 “전쟁”을 선언했다. 이진숙 전 위원장은 이날 국가공무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체포돼 서울 영등포경찰서로 압송된 직후 기자들 앞에서 “얘기 좀 하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수갑을 찬 채 기자들 앞에 선 이 전 위원장은 질문을 받는 대신 3분 넘게 격정적으로 자기 말을 쏟아냈다. 그는 “방통위라는 기관 하나 없애는 것도 모자라서 이제 저 이진숙한테 이렇게 수갑을 채우는 거냐”며 “제가 이전에 했던 말을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들려드린다. 민주당과 좌파 집단은 우리가 상상하는 모든 일을 하는 집단이다, 우리가 상상하지도 못한 일을 하는 집단이다”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앞서 4월30일 이 전 위원장이 지난해 9월 국회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기간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서 한 발언 등을 문제 삼아 국가공무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영등포서는 이 전 위원장이 출석에 불응하자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이날 오후 4시경 자택 인근에서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위원장은 “영등포경찰서가 저한테 출석요구서를 세 차례 보낸 건 사실”이라면서도 “마지막 출석요구가 9월27일이었는데, 그날은 (여당이) 방통위라는 기관을 없애고 방미통위(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라는 새로운 기관을 만들기 위해 법을 통과시키려고 했고, 기관장으로서 출석이 예정돼 있어서 경찰 출석을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국회 출석한다고 경찰 출석을 못했다고 이렇게 수갑을 채우겠다? 그러면 선출 권력보다 개딸 권력이 더 센 거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 위원장은 말을 마치고 경찰서로 들어가며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만 간단히 답하면서 “(그건) 자기 방어 차원에서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위원장 측 임무영 변호사가 이날 밤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따르면 이 전 위원장은 야간 조사를 거부해 오후 9시경 조사가 종료되고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됐다. 이 전 위원장은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임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과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경찰의 주장처럼 6회의 소환이 있었고 이 전 위원장이 소환에 불응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6회 중 1~3차 소환은 출석 일정에 대한 조율이 없는 일방적인 엉터리 소환이었고 4~6차 소환은 이미 출석 일정이 정해진 상태에서 소환불응이라는 외관을 작출하기 위한 허위 소환이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 전 위원장 체포 소식을 3일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한겨레신문 등은 1면 기사로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2면 톱 기사로 이 사실을 다뤘다.
조선일보는 <한 사람 축출 위해 탄핵하고 조직 폐지, 이제 체포까지> 제하의 사설에서 “정권이 바뀌면 전 정부 인사를 쫓아내기 위해 검경 수사 등이 동원되곤 했다. 그러나 단 한 사람을 축출하기 위해 탄핵 소추하고, 정부 조직을 개편하고, 체포까지 한 경우는 보지 못했다”면서 “이진숙 전 위원장을 겨냥한 표적 공격은 너무 지나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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