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노사 단체협약 교섭이 최종 결렬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추석 후 조합원 투표 등 쟁의행위를 위한 절차에 돌입할 전망이다.
언론노조 KBS본부에 따르면 KBS 노사는 지난해 6월 이후 국장 임명동의제 등을 골자로 하는 단체협약 체결에 난항을 겪어왔다. 23번의 실무교섭과 세 차례 중앙노동조정위원회 조정 회의를 거쳤지만, 9월25일 중노위가 조정 중지를 결정하면서 KBS본부는 쟁의행위를 위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했다.
KBS본부에 따르면 중노위는 최종 15개 노사 쟁점 가운데 핵심 쟁점 5개에 대해 조정안을 제시했다. △임명동의제 △공정방송위원회 △중간평가 등 공정방송 제도와 △징계 시 조합원들의 방어권 확대 △위험업무 2인 1조 명문화 등이 최종 조정 대상에 올랐다.
이 중 사측이 특히 임명동의안을 문제 삼았다는 것이 노조 측 주장이다. KBS본부는 9월29일 발표한 성명에서 “노조가 방송법 시행 규칙 개정과 편성위원회 논의 결과에 따라 보충 교섭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사측은 조정안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KBS 측은 “회사는 중노위 조정에 성실하게 임하였으나, 회사가 수용하기 힘든 조정안이 제시되어 조정이 불성립됐다”는 입장을 전했다.
KBS본부는 추석 연휴가 끝난 후 쟁의행위를 위한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KBS본부 관계자는 “추석 이후 노조 집행위원회를 쟁의대책위원회로 전환하고, 조합원 투표 등을 위한 일정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1000억원 적자’에도 “실적 나쁘지 않다”는 경영진
한편 KBS 내부에선 올해 적자가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경영진이 경영 성과를 자화자찬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KBS본부에 따르면 9월29일 열린 노사협의회에서 KBS 예산관리국장은 “(적자 요인인) 올해 수신료 분리 징수 상황이 아니었다면 소폭의 흑자도 가능했다는 가정도 성립할 수 있다”면서 “최근 실적과 비교해 봐도 올해 경영 실적이 나빠졌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대해 KBS본부는 9월30일 성명을 내고 “1000억원 적자를 이렇게 포장할 정도라면, ‘낙하산 박민’의 경영이 훌륭했다고 포장할 판”이라 지적했다.
노사협의회에서 사측이 공개한 경영수지 보고서에 따르면 KBS의 올해 수입은 당초 예상한 것보다 852억원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 판매 수입, 광고 수입, 협찬·캠페인 수입 등 3대 수입이 줄지어 감소한 탓이다. 해당 수입은 올해 예산보다 각각 303억원, 393억원, 159억원 줄어들 전망이라고 KBS는 예측했다.
문제는 KBS가 수신료 분리 고지로 인해 수입이 줄어들 것을 예상하고 예산을 보수적으로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예측치가 나왔다는 점이다. KBS본부는 성명에서 “연차 전일 촉진과 명예퇴직을 비롯한 인건비 감축 131억원, 방송 제작비와 각종 경비를 줄이고 삭감이 예상되는 금액을 포함하면 올해 사업비용만 818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방송사임에도 콘텐츠 제작을 줄이고, 구성원들을 쥐어짜는 인건비 절감을 하고도 미증유의 1000억원 적자가 예상된다는 것”이라 꼬집었다.
KBS본부는 11월 수신료 통합징수가 재개되면 내년엔 균형예산을 짤 수 있을 것이라는 사측 입장에 대해 “수신료 분리 징수로 줄었던 수입이 늘어났는데 균형예산을 지향하겠다는 건 구성원들에게 올해와 같은 희생을 또다시 요구하겠다는 것”이라며 “구성원의 희생을 제물 삼아 파우치 박장범과 마이너스 김우성의 무능력을 덮으려 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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