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유튜브, 경향·시사IN·CBS 기자 불쑥 들어오더니…

한국 유튜브 '이슈전파사', 타사 기자 유튜버들 초청해 콜라보 방송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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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가 자사 유튜브 시사토크 프로그램 ‘이슈전파사’에서 기자 유튜버들을 모은 특집 방송을 진행했다. 기존 언론사 등의 유튜브 시사 콘텐츠에서도 타사 기자를 출연시킨 일은 꾸준히 있었지만 매체 간 협업이 콘텐츠 핵심 요소가 된 시도는 드물었다. 뜨거운 이슈나 현안이 아니라 ‘기자나 언론이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을 콘텐츠화한 점도 유념할만하다.

9월23일 한국일보 시사 유튜브 ‘이슈전파사’ 라이브 방송을 위해 스튜디오에 모인 (왼쪽부터) 경향티비 ‘구교형의 정치비상구’의 구교형, 한국일보 ‘이슈전파사’의 김지은, 시사IN ‘김은지의 뉴스IN’의 김은지, CBS ‘이정주의 질문하는 기자’의 이정주 기자가 포즈를 취했다. /한국일보 제공

9월23일 오전 11시 한국일보 시사유튜브 ‘이슈전파사 live’엔 경향티비 ‘구교형의 정치비상구’, 시사IN ‘김은지의 뉴스IN’, CBS ‘이정주의 질문하는 기자’ 등 언론사 내에서 이름을 걸고 시사 유튜브 코너를 담당 중인 이들이 출연했다. 소속 매체도 경력도 제각각이지만 “기사만 쓰다 어느 날 갑자기 회사 유튜브 라이브 진행자가 된 기자들”, 이날 방송에서 이정주 CBS 기자가 ‘기튜버’라 표현한 이들은 어떻게 한국일보에 모이게 됐을까.


시사 라이브 가장 후발주자인 이슈전파사 제작진의 제안이 시작이었다. 김지은 한국일보 기자(콘텐츠스튜디오팀장)는 “작년 각 언론사들이 시사·정치 라이브를 시작하며 기자 중에선 진행자, 방송 출연자 등 세 정체성을 갖게 된 분들이 나왔다. 방송엔 정치평론가, 보좌진 등 유명 패널을 부르지만 세 가지 역할을 하며, 무엇보다 취재를 해 팩트에 근거해서 얘기하는 사람들을 모으면 어떤 방송이 나올까 궁금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자 경력으론 제가 선배지만 유튜버로는 막내인데 선배 기튜버들 경험담도 듣고 싶었다. 우여곡절이나 고충을 나누고, 또 이미 알려진 사람들이 출연하면 방송으로 재밌겠다 생각했고, 제작진과 논의하며 기튜버 버전의 ‘라디오스타’ 느낌을 떠올렸다”고 부연했다. 이어 “내외부 반응이 좋아 콘셉트를 잡고 고정 코너를 만들려 하고 있다. 3명 완전체로 추진하려 하는데 모두 되는 요일이 없어 일정을 맞춰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집은 현안 관련 해설, 분석의 통상 콘텐츠에서 벗어나 이슈전파사에 “이렇게 해선 망한다”는 제언을 던지는 게 골자였다. 이날 초대된 기튜버들은 지난 1~2년 새 총선, 비상계엄, 대선을 거치며 언론계에서 유튜브에 자리매김한 드문 브랜드들이지만 ‘정치의 시즌’이 지나간 뒤 비수기를 맞아 공통 고민을 안고 있었다. 특히 올해 3월 론칭한 이슈전파사는 충분한 성장 전 다른 국면을 마주하며 “쓴소리를 해달라” 요청했고, 업계 동료들은 ‘협업’에 기꺼이 응했다.


김은지 시사IN 기자는 “유튜브에서 정치뉴스는 비수기다. 계엄 등으로 높아졌던 정치뉴스 관심이 정상화되는 과정이기도 한데 (코너에선) 정치 현안을 다루지 어떻게 버틸지 고민을 다루진 않는다. 당연히 나가는 게 맞다고 봤고, 지금이 더 실력이 드러나는 시간일 수 있는 만큼 무엇을 할지 저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이정주 기자는 “유튜브 하는 기자들끼리 속내를 들어보면 애환이 비슷하다. 생소하고 신경쓸 게 많고 리스크도 있는데 방송에서 동병상련을 많이 느꼈다”고 했다.


협업에 기반한 콘텐츠는 유튜브를 만드는 기자·언론의 애환, 즉 만드는 과정이 주요 내용이 됐다는 점에서 드문 사례다. 유튜브 예능 PD·작가의 콘텐츠 제작과정은 호응과 지지를 받지만 언론 영역에선 “기자가 (코너명에) 들어가면 보려다가도 안 본다”는 고민이 나오는 게 현실이다. “사람들 관심은 기자들의 시선이 향하는 곳이지 우리 자체가 아니고, 지속가능한 콘텐츠론 한계가 있다”(이정주)는 의견도 있지만 언론이 독자, 시청자에게 스스로를 이해시키려는 시도가 드물었던 것도 사실이다.


김은지 기자는 “방송 중 ‘광화문 식당에서 밥먹는데 옆자리서 기자들이 하는 얘기 엿듣는 느낌’이란 댓글을 봤는데 자주 또는 대중 전반은 아니어도 일각엔 충분히 소구될 포인트가 있다고 생각한다. 언론이 스스로 얘길 콘텐츠화 하는 게 팔리냐 안 팔리냐는 문제는 만듦새에 달린 거고, 소재 자체를 닫아둘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했다.


유튜브 시장에서 ‘뉴스’, ‘정치’ 영역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언론 간, 나아가 크리에이터들과 콜라보 필요성까지 거론되는 매체 환경에서 변화할 지점은 뭘까. 구교형 경향신문 기자는 “시사 유튜버도 언론인으로 인식되지만 신문방송 종사자들이 그들을 흉내내선 안 된다. 취재하고 기사 쓰는 원래 장점을 최대치로 발휘해 얻은 자투리, 밑바닥 정보가 차별점”이라며 “고유기능을 잘하되 책임질 수 없는 말을 하지 않으면서 설득하는 게 과제”라고 했다. 언론 간 협업에 대해선 “여전히 타사 유튜브 출연이 어렵다는 규정을 지닌 언론사도 있는데 개방성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이정주 기자는 “기자가 유튜버가 될 순 있는데 유튜버가 기자가 될 순 없다. 기자가 대단해서가 아니라 팩트체크를 습관화한 사람과 아닌 차이는 매우 커서다. 전달방식에선 이미 그들의 세상이 됐지만 내용에선 정말 위험해서 크리에이터들과 협업은 정말 어렵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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