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에 2049 시청률 1위 내준 SBS… "이대로 괜찮은가"

SBS 노조, 회사 구조적 문제 집중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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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가 회사의 구조적 문제를 집중 조명하는 노보를 연속 발행하고 있다. 노보 제목은 ‘SBS 이대로 괜찮은가- 조합원에 묻다’로, 8월25일부터 2주 간격으로 대주주 경영 개입, 조직 노쇠화, 콘텐츠 경쟁력 저하를 다루고 있다. 조만간 보도 경쟁력 저하를 다룬 노보도 나올 예정이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6월부터 100명 안팎의 조합원들을 만나 회사의 현재 상황과 문제점을 청취했다. 조기호 언론노조 SBS본부장은 “노조위원장이 아닌 SBS 구성원으로서 일련의 침체된 방송 환경에서 과연 회사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계속 고민하고 있었다”며 “특히 윤석열 정권 때 제 역할을 못해 시청자들에게 외면 받았고, 그것이 시청률 지표로 나타났기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과연 노조만 이렇게 생각하는지, 조합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논의하고 싶었고 저희 조합원이 약 1100명인데 10% 정도 만나면 모집단으로선 충분하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SBS본부는 의견 청취 전 여러 차례 회의를 통해 질문지를 작성했다. 현재 SBS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지,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SBS에 남고 싶은지 등 굵직한 질문을 바탕으로 구성원 맞춤별 질문을 더했다. 그 결과 구성원들은 하나같이 대주주 문제를 언급했다. 2007년부터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네 번이나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지키지 않았고, 지난해 태영건설 워크아웃 과정에서 다시금 개입이 심화됐다는 증언이었다.


노조는 특히 윤세영 창업회장의 손녀사위인 김형민 TY홀딩스 전무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려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노보에 따르면 김형민 전무는 5월 열린 SBS 신성장동력발굴위원회 첫 회의에 참석했는데, 노보는 “SBS 핵심 인사들이 경영과 미래를 논의하는 자리에 대주주의 가족이 떡하니 앉아 있었던 셈”이라며 ‘3세 경영 개입’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노조는 또 SBS 산하 50개 팀의 평균 나이를 분석, 조직이 갈수록 고령화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노보에 따르면 SBS에서 평균 연령이 20대이거나 30대 초반인 팀은 전무했고 40대 후반(45~49세)이 18개 팀으로 가장 많았다. 보도본부의 경우에도 취재부서 평균 연령이 40대 이상으로 40대 초반(40~44세) 6개 팀, 40대 후반 7개 팀이었다.


SBS본부는 조만간 나올 마지막 노보에선 보도 경쟁력 저하를 다룰 예정이다. 실제 SBS ‘8뉴스’의 시청률(닐슨코리아, 수도권 가구 기준)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4%대를 유지했으나 3월부턴 3%대로 떨어졌고, 6월부턴 3.2~3.4% 사이를 오락가락하고 있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엔 JTBC ‘뉴스룸’ 시청률이 SBS를 넘어서는 일도 벌어졌다. 광고주들이 가장 눈여겨보는 지표인 2049 시청률에서도 SBS는 오랜 기간 유지해왔던 1위 자리를 MBC에 내줬다.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2049 월별 시청률에서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탈환하지 못했고, 올해 평균 시청률 역시 1.3%로 다른 해에 비해 부진한 결과를 보였다.


SBS 한 기자는 “지난해 연말 계엄 사태를 거치며 우리 보도 경쟁력이 경쟁사들에 완전 밀려 버렸다”며 “민감한 보도를 꺼리는 분위기가 있었다. 일선 기자들을 중심으로 다시 힘을 내보려 노력하고 있지만 조직 전체적으로 그런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단골 수상자였던 SBS는 지난해 수상작을 단 한 건밖에 내지 못했다. 올해 들어선 8월까지 4건의 상을 수상했지만 내부에선 기자 개인기로 보는 시각도 있다. 유튜브 채널에서도 SBS의 부진이 엿보인다. 1년 전과 비교해 ‘SBS 뉴스’의 구독자는 46만명 늘었지만 같은 기간 ‘MBCNEWS’는 116만명, ‘JTBC News’는 86만명이 늘었다. 조회수 역시 1년간 12억6798만회를 얻을 동안 MBC는 33억8474만회, JTBC는 17억1305만회를 기록했다.


다만 일부 구성원들은 이 같은 침체가 일시적이라 보고 있다. 중립을 지향하다 보니 충성 시청자 층을 통한 시청률 상승이 어렵고, 과거에도 종종 이런 상황이 발생했던 만큼 중장기적으론 다시 뉴스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단 생각이다. 다른 SBS 기자는 “지금 같은 시청률 하락이 계속될 거라 보진 않는다. SBS 기자 한 명, 한 명의 능력은 정말 뛰어나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단순히 방송 환경, 정치 환경 탓을 하기엔 최근 하락세는 심상찮긴 하다. 조직 내부에서부터의 근본적인 쇄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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