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통위, 전문성·독립성 갖춘 기구로 거듭나야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방송통신위원회 시대가 출범 17년 만에 막을 내렸다. 방통위의 수장이던 이진숙 위원장은 법안 공포와 함께 임기가 종료돼 자동으로 면직된다.


돌이켜보면 이진숙 위원장 체제에서 방통위는 합의제 기구의 본래 취지를 철저히 훼손해 왔다. 취임 직후 공영방송 이사 임명안을 강행하며 방송 장악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이에 대한 법원의 연속된 제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2인 체제서 정권 편향적 결정을 강행했다. 국회 탄핵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기간엔 보수 성향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노골적으로 특정 정파를 옹호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정치적 중립성은 물론, 방송 독립성의 기본 원칙조차 무너졌다. 지난 1년여 방통위가 ‘식물 위원회’로 전락했던 것은 이 때문이었다. 이제 방통위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새로운 기구가 출범하는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변화다.


방통위를 대체하는 방미통위는 방송과 미디어, 통신 전반의 규제와 진흥을 아우르는 통합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된다. 당장 시급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우선 국회를 통과한 ‘방송3법’의 후속 조치로 하위 법령을 정비해야 한다. 공영방송의 이사 추천 절차를 규칙으로 정하고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 구성 기준을 마련하는 한편, 편성위원회 구성을 위한 종사자의 범위와 대표 자격 요건을 구체화해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과 정상화를 이끌어낼 책임이 있다. 방미통위는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정책 방향도 제시해야 한다. 광고시장 축소와 제작비 인플레이션 등 고사 위기에 처한 방송산업을 지원할 길을 찾는 일이 쉽지 않다. 이제 규제 기관을 넘어 산업 진흥을 견인하는 조직으로 재탄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처럼 방미통위의 역할은 막중하지만, 위원회를 구성할 상임위원 3명과 비상임위원 4명이 선임되기 전까지 업무 공백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그래서 조속하고 책임 있는 인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제2의 이동관, 김홍일, 이진숙이 나와서는 안 된다. 단순히 기존 방통위의 정상화를 넘어 새 조직을 신설한 취지에 걸맞은 변화와 혁신 등이 요구되는 만큼 위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적 대립의 연장선이 아니라 전문성을 갖추고 방송의 독립성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지닌 인물들이어야 한다. 방송 환경은 급변하고 있는데 과거 방통위처럼 정치권 인맥을 앞세운 낙하산 인사들로 위원회가 구성된다면 방미통위는 출범 취지 자체가 퇴색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설치법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로 바꾸면서 위원장을 정무직 공무원으로 규정한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언론·시민단체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이 같은 조치가 검열의 위험을 막기 위해 민간 독립기구로 설계했던 설립 취지에 정면으로 어긋난다며 행정 심의제도를 법으로 고착화해 정치적 독립성을 침해하는 표현 규제를 한층 심화시킬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국회 청문회에서 야당이 반대해도 대통령이 임명하면 그만인 현실이라면 정파적 인사를 막기 어려울 것이라는 강형철 숙명여대 교수의 지적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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