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박윤슬(문화일보), 이솔(한국경제신문), 고운호(조선일보), 박형기(동아일보), 이현덕(영남일보), 김정호(강원도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이른 아침 인제로 출장을 나선 날이다. 깜박 잊고 챙기지 않은 물건이 있어 차를 다시 돌려 회사로 향한다. 소양강 위로 피어오르고 있는 물안개가 눈에 들어왔다. 얼른 차를 세우고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본다.
주변을 산책하던 사람들도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자신만의 앵글로 물안개를 담아낸다. 문득 드는 생각. ‘사진을 찍어 순간을 남기는 것이 참 쉬워졌네.’
내 어린 시절엔 사진 한 장이 참 귀중했다. 내 첫걸음마 사진이 사진 앨범에 고이고이 간직돼 있었다. 그 사진은 멀리 유학을 떠나 나의 모습을 보지 못하시는 아버지를 위해 사진사를 불러 찍은 귀중한 사진이었다. 그때는 그랬다. 이제는 마음만 먹으면 마음껏 사진을 찍고 핸드폰 안에 담아둘 수 있고 보낼 수도 있다. ‘너무 쉽게 사진을 남길 수 있으니 한 장 사진의 소중함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예전 필름 카메라 시절엔 현상하고 인화하는 과정을 통해 사진이 나오기까지 기다림은 참 가슴설레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찍고 바로 볼 수 있으니 기다림의 재미가 점점 사라지는 아쉬움이 있다.
점점 편해지는 세상. 우리는 그 안에서 얻는 것도 있지만 아날로그의 감성은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아날로그 감성이 그리운 중년의 아저씨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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