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허위조작정보 퇴출"… 추석 전 입법서 11월로 넘어가

[이슈 분석] 언론중재법·망법 개정, 언론계 우려 본질 여전
방심위, 개편으로 정부기구화… 정치통제 강화 지적도

  • 페이스북
  • 트위치

더불어민주당이 언론중재법·정보통신망법(망법) 개정안의 ‘추석 전 입법’ 방침을 철회했다. 언론현업단체의 ‘숙의’ 요청이 일부 반영되고 최근 ‘11월 처리’가 거론되지만 그간 우려의 본질은 아직 남아있다. 언론계의 핵심 요구사항인 ‘정치인의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자격 제한’은 여전히 수용되지 않았다. 망법을 통한 징벌적 손배제가 국민 전반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를 낳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정부기구화’에 ‘정치통제 강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언론중재법·정보통신망법의 ‘추석 전 입법’ 방침을 철회했다.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현업4단체의 ‘숙의’ 요구가 일부 반영돼 속도는 늦춰진 모양새지만 당초 언론계와 여당이 팽팽히 맞섰거나 해결방법에 이견을 보인 일부 법안, 쟁점 등은 여전히 갈등의 불씨를 안은 상태다. 사진은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8월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주권 언론개혁 특별위원회 출범식 및 1차 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뉴시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서 “9월30일 언론개혁과 관련된 망법을 발의하겠다고 지금 돼 있다. 10월 중순경에 언론중재법도 발의가 예정돼 있고 11월에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 현업 4단체 대표자와 정청래 당 대표의 면담 후 하루만인 18일 민주당 언론개혁특별위원회는 “‘허위조작정보 퇴출법’을 마련하겠다”며 “강력한 수준의 배액배상제와 한국판 DSA제도를 망법에 담기로 했다”, “적절한 시점에 망법 개정안을 공개”한다며 기존의 ‘추석 전 입법’ 목표를 철회했는데 구체적 처리 시점이 재공언된 것이다. 속도는 늦춰졌지만 그간 언론계가 제기한 핵심 우려는 여전히 잠재해 있다.


망법 도입이 거론되는 징벌적 손배제와 관련해 ‘정치·자본 권력자의 징벌적 손배청구 권한 제외’ 여부가 대표적이다. 언론중재법에 징벌적 손배제 도입이 검토됐던 당시부터 언론계는 봉쇄소송 등 악용 소지를 언급, 권력자의 경우 기존 제도만으로도 피해 구제가 충분하다고 피력해왔다. 반면 언론특위에선 “일률적 배제 명분이 떨어진다”, “대기업이든 고위공직자든 혹은 종교든, 악의적 허위조작정보로 비난하는 건 용납되어선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일반 시민의 유튜브 영상, 커뮤니티 게시물, 포털 댓글 등에 특수한 손배 원칙을 적용할 수 있는 법안이 광범위하게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지적도 유효하다.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 발언 후 징벌적 손배제는 언론중재법 대신 망법에 포함됐고 언론은 물론 플랫폼 이용자 전반을 잠재 대상으로 하게 됐다. 망법은 인터넷상 모든 정보를 규율하기 때문이다. ‘사실적시’에 한정하고 ‘악의’에 한정한 정보가 대상이라지만 현실에선 의견표명, 의혹제기와 경계가 불명확할 때가 많다. 이에 언론특위는 ‘언론 성격에 부합’, ‘일정 구독자 수 이상’ 등 유튜브 규율 대상 등을 한정한 기준을 언급하지만 향후 쟁점이 될 수 있다.


표현의 자유 침해 방지 차원에선 언론계에서 주요하게 요구해온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가 이번 입법 과정에 반영될 지 주목된다. ‘사실을 적시해도 명예훼손이 인정되면 유죄로 보는 법’의 폐지, ‘제3자 고발이 가능해 언론압박 수단이 된 반의사불벌죄의 일반 명예훼손을 친고죄로 전환’하는 방안이 현재 검토 중이다. 앞서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9일 표현의 자유, 언론은 물론 사회적 약자 목소리를 보호한다는 취지로 관련 법안을 발의한 만큼 향배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방심위 개편 과정에선 ‘정부기구화’ 우려도 나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11일 방송통신위원회를 폐지하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를 신설하는 법안을 민주당 주도로 처리했다. 이 법안엔 기존 방심위를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로 명칭을 바꾸고, 위원장을 정무직 공무원으로 임명하는 내용이 담겼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시기 ‘정치·표적 심의’ 논란이 컸던 류희림 전 방심위원장 전례를 들어 위원장을 정무직으로 두면 국회 견제가 가능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김현 민주당 의원은 5일 공청회에서 “방심위는 독립적인 민간기구이지만 헌법재판소에선 국가행정기관으로 규정했다”며 “위원장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없었던 점이 지난 윤석열 정부에서 상당히 노골화됐기 때문에 인사청문회 대상으로 두고 탄핵소추가 가능하도록 한 중요한 법”이라고 했다.


하지만 언론시민단체에선 입법 당시부터 충분한 숙의 없이 개편이 진행됐고, 특히 방심위에 대한 정치 통제가 강화된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18일 오픈넷, 참여연대 등 11개 단체는 “형식적으로나마 독립 민간기구의 심의위원장을 정무직 공무원으로 임명해” 행정기관화 하는 일이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행정심의제도를 법적으로 고착화해 정치적 독립성이 부재한 표현규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비판 성명을 냈다.


이 와중 언론특위는 윤석열 정부 시기 비판 언론 법정제재의 주 근거가 된 방심위의 ‘공정성 심의’ 폐지 검토 계획도 밝혔다. 방송심의규정 중 공정성 부분을 전면 개정하겠다는 건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이에 관해선 ‘객관성’ 등 다른 심의 규정을 통한 우회 소지와 더불어 종합적 설계가 검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심위원을 지낸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19일 관련 토론회에서 “조항이 아닌 사람의 문제”라며 “법 통과 시 방심위원장은 장관급이 될 텐데 행정 권한을 제한할 수 있는 공적 규제가 촘촘하게 따라오지 않으면 과거 행정규제기관으로 역행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추천 세력으로부터 방심위원의 독립성 보장 없인 개선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표현의 자유, 언론의 책임이 동시에 시험대에 오르고 언론 관련 법제 전반이 관심사가 된 현재, 언론계로선 자생적 대응의 계기를 맞은 셈이다. 21대 국회 당시 언론단체들이 통합형 언론자율규제 기구 논의를 진행했지만 유야무야된 바 있다. 박성호 방송기자연합회장은 “아무리 언론자유 중요성을 내세우고 원칙, 사례를 말해도 독자나 시청자 입장에선 불공정·허위보도도 그대로 둬야 하냐는 불안이 있을 수 있다. 요구만 할 게 아니라 언론 스스로 책임강화 장치를 만들고 논의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며 “글로벌 스탠다드라 할 자율규제와 관련해 기존 기구들의 조화, 실효적 대책 등을 두고 다양한 토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최승영, 박지은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