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 내 부정선거 음모론 설명해줘' 언론사 AI에 물어보니
[매경·중앙·한경·한국 'AI 검색' 분석]
4개 매체 모두 자사 기사만을 활용
AI 환각 부작용 최소화한 게 강점
궁금한 것들 재질문하는 등 과정서
자연스레 기사 클릭, 체류시간 늘어
국내 언론사들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검색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모두 자사 콘텐츠로만 데이터를 학습해 이용자들의 질문에 관련 뉴스를 종합·요약한 최적의 답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들 서비스는 이미 사람들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은 챗GPT, 제미나이, 퍼플렉시티 등과 같은 생성형 AI 플랫폼 사이에서 어떤 경쟁력이 있을까. 한국일보의 ‘하이’(H.AI), 매일경제 ‘AI 지식검색’, 한국경제 ‘앨리스’(ALICE), 중앙일보 ‘중앙일보 AI 검색’ 등 4곳에 유형별 질문을 던져 각각의 서비스를 살펴봤다.
가장 최근 출시된 한국일보 ‘하이’는 대화가 가능한 게 특징이다. 이용자는 답변에 대해 꼬리질문을 할 수 있고, 하이는 이전 대화를 기억해 질문의 의도를 파악한 후 추가 답을 내놓는다. ‘한국 사회 내 부정선거 음모론에 대해 설명해줘’(분석형) 질문을 하면 답을 생성하기 전 “부정선거 음모론은 선거 과정에서의 부정행위나 조작 가능성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이론으로, 이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나 배경을 설명하는 기사를 검색해볼게요”라는 안내가 나온 이후 관련 뉴스들을 요약한 대략의 설명을 내놓는다. “더 구체적인 기간이나 사건을 제시해주시면 더 자세하게 설명해드릴게요”라는 추가 안내도 나온다. 이 답변을 가지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는 대표적인 극우 인사, 유튜버들은 누가 있을까’, ‘선거 조작설에 대한 반박 근거는’ 등의 재질문이 가능해진다. 대화 흐름이 지속될 수 있도록 설계에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17일 한국일보는 하이를 공개하며 “지난해부터 한국일보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한 거대언어모델(LLM) 기반의 벡터 데이터베이스(DB) 기술력이 대화형 뉴스 서비스로 진화를 이끈 엔진”이라고 소개했다.
매일경제 ‘AI 지식검색’은 한 눈에 보기 쉬운 답변이 눈에 띈다. ‘한국의 AI 기술력이 중국과 미국과 비교했을 때 어떤 위치에 있나’(분석형) 공통질문에 4개사 서비스 중 유일하게 비교표를 제시한 건 AI 지식검색이었다. 최근 독자들의 피드백을 받아 표 형식의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을 추가했기 때문이다. ‘표로 정리해줘’라는 명령어를 입력해도 된다. 올 2월부터 매경미디어그룹은 검색에 특화된 미국 AI 기업 퍼플렉시티와의 제휴를 통해 AI 지식검색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10월 타 언론사보다 발 빠르게 AI 서비스를 내놨던 한국경제 ‘앨리스’, 중앙일보 ‘AI 검색’은 구글 클라우드의 AI 기술을 활용해 답변을 제공한다. 매경 AI 지식검색을 포함, 이들 서비스는 한 질문에 한 번만 답하는 싱글턴(single-turn) 방식으로 작동하는데, 질문의 맥락을 파악한 ‘연관 질문’을 통해 재검색이 가능하다. 경제 분야로 ‘한국 미국 간 관세협상은 어떻게 타결될까’(전망형) 질문을 던졌는데 한경, 중앙일보가 각각 “타결은 불확실, 여러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며 최신 동향을 잘 짚어내 답을 한 편이었다.
네 가지 서비스 모두 강점은 자사 기사만을 활용해 AI의 환각(hallucination) 부작용을 최대한 없앴다는 점이다. 실제로 하이에 ‘2025년 기준 한국의 1인 가구 비율’(단순정보형) 질문을 하자 “2025년 기준 한국의 1인 가구 비율에 대한 정확한 수치는 검색된 기사에서 확인되지 않”는다고 명시하면서 “하지만 관련된 정보를 바탕으로 추정할 수 있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2024년 기준으로 1인 가구 비율은 전체 가구의 35.5%로 집계되었으며,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또 검색을 하다보면 홈페이지 체류시간이 자연스레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 추가로 궁금한 점에 대해 재질문하거나 이후 생성되는 답변에 활용된 기사 링크, 연관 질문 등을 클릭하다 보면 이들 홈페이지를 오래 탐색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일보, 한국경제 등은 해당 서비스를 제한 없이 이용하려면 로그인해야 하는 허들도 만들어 디지털 독자 확보에 활용하기도 한다.
지난해 4월 구독자 대상 테스트 서비스를 시작으로 AI 챗봇 ‘Ask FT’를 출시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같은 경험치를 얻었다. FT의 미디어 컨설팅 조직 ‘FT Strategies’는 Ask FT 출시 1년을 맞아 낸 관련 기사에서 “Ask FT는 출력물에 FT 기사 본문 링크를 제공함으로써, FT 콘텐츠에 대한 심층적 참여를 이끌어냈다”며 “이는 일부 사용자를 ACR(Actual Core Readers·30일 동안 9편 이상의 콘텐츠를 읽은 유료 구독자 수)로 전환시킬 수 있다”고 했다.
또 FT는 타 경쟁사의 생성형 검색 엔진과는 달리 Ask FT가 “틈새시장을 겨냥한 도구”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FT에 따르면 이용자의 대다수는 금융, 컨설팅, 법률 분야에 종사하고, 주된 사용 사례는 클라이언트 미팅이나 보고서 준비, 전문가 의견 확보,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소스 탐색, 최신 동향 파악 등이었다. FT는 “유료 구독자(FT Professional)들이 특정 출처나 데이터 포인트를 빠르게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있다는 명확한 사용 문제에서 출발했다”며 “AI는 그 해결책을 실행·확장하는 도구였을 뿐, 목표 자체는 아니었다. 이는 주류 언론과 AI 기술에 대한 신뢰가 낮은 업계 환경에서 특히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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