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최근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행위 징계 내규’를 제정·시행했다. 앞서 SBS 한 직원이 넷플릭스와의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이라는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주식 거래를 한 사실이 드러나 금융당국이 압수수색에 나선 사건이 계기가 됐다. 뒤늦은 조치이지만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은 다른 언론사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내규는 회사의 재무 구조, 대규모 계약, 주요 소송, 행정기관 제재 결정 등 투자자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을 ‘미공개 중요정보’로 규정했다. 이를 활용한 주식 거래나 타인 제공 행위는 징계 사유에 해당하며, 정직에서 해고까지 제재할 수 있도록 했다. 신고인의 신원 보장과 포상 규정도 포함했다. SBS는 “이번 내규 시행을 계기로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행위가 자본시장 질서를 훼손하는 범죄라는 점을 각별히 인식해 달라”고 당부했다. 사건 이후 회사가 외부 자문을 거쳐 노조와 협의해 제정한 만큼, 실행력을 갖춘 제도 운용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이번 사안은 특정 회사만의 문제로 볼 게 아니다. SBS가 압수수색을 당한 것과 비슷한 시기, 금융당국이 전·현직 기자 20여명을 불공정거래 혐의로 수사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었다. 취재 과정에서 얻은 정보를 활용해 주식을 매수한 뒤 호재성 기사를 내보내고, 주가가 오르면 매도하는 방식으로 최대 수억원의 차익을 챙겼다는 금융당국 발표와 언론 보도는 큰 충격을 줬다. 이들의 행위 역시 단순 ‘일탈’이 아니라 금융 질서를 훼손한 ‘범죄’이며, 언론에 대한 신뢰를 크게 떨어뜨린 중대 사안이었다.
언론사 직원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사적 이익을 취한 것과 기자가 취재 과정에서 얻은 정보로 주식을 사고판 행위는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업무상 취득한 정보를 부정행위에 이용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게다가 시민들은 기자와 경영부서를 구별하지 않고 ‘언론사 직원’으로 인식한다. 따라서 경영파트 직원이 자사 정보를 이용해 거래를 했든, 기자가 취재 중 얻은 정보를 활용했든 결과적으로는 같은 ‘언론 불신’으로 이어진다.
SBS 내규는 자사 업무와 관련된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을 제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여기서 그치지 않고 언론 종사자라면 누구나 업무상 얻은 정보로 부당 이익을 취하는 것을 근절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특히 비교적 ‘고급 정보’에 접근하는 것이 수월한 기자들의 경우 취재·보도 과정에서 얻은 미공개 정보를 사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도록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는 ‘편집행동 강령’을 통해 법적 금지 여부와 관계없이 공개 전 금융정보를 직원이나 프리랜서가 사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다. 한국 언론계도 윤리강령을 보다 구체화해 이를 반영해야 한다.
각 언론사는 내부 감시 장치를 갖추고 정기적인 교육을 통해 구성원의 인식을 강화해야 한다. 사건 발생 후 사후적으로 대응하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제보 절차 보호, 자진 신고 시 감면 규정 등 실질적인 운영 장치도 병행돼야 한다.
자본시장 질서를 해치는 불공정거래는 법적 문제일 뿐만 아니라 언론 신뢰를 무너뜨린다. 이번 SBS 내규 제정은 시작일 뿐이다. 언론사 구성원 모두가 같은 원칙을 지켜야 하며, 이를 뒷받침할 윤리 기준이 정비돼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이것은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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