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열린 제51회 한국기자협회 서울지역 축구대회 예선전에선 젊은 기자들 못지않게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뛰어다니는 중년 기자들이 눈길을 끌었다.
육사화랑구장에선 30년 전부터 유니폼을 입은 노석철 쿠키뉴스 대표가 주장 완장을 달고 직접 경기를 뛰었다. 노석철 대표는 “1995년 입사 이후 국민일보 편집국장 할 때까지 한 해도 쉬지 않고 축구대회에 계속 참여했다”며 “올해 쿠키뉴스가 기자협회 축구대회에 첫 출전했는데, 후배들과 함께 뛰어보자는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다. 후배들과 함께 공을 차면 성격을 다 알게 되니까 그런 점에서 참 좋다”고 말했다.
젊은 시절 공격수로 활약하며 10여년간 전성기를 누렸던 그는 이날 예선전에선 수비수와 골키퍼로 경기를 뛰었다. 쿠키뉴스는 전반전 유영민 기자가 두 골을 몰아넣으며 승기를 잡았으나 후반전 페널티킥을 허용하며 한때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당시 골키퍼였던 노 대표는 “상대 선수가 워낙 세게 공을 차 막을 수가 없었다”며 “그 공은 김병지도 못 막는다. 방향을 알았는데도 몸이 안 따라주더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이어 “목표는 우승”이라며 “다음이 문화일보와의 경기인데, 편집국장이 제 친구다. 꼭 꺾고 싶다”고 강조했다. 다만 쿠키뉴스는 이날 문화일보의 32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4대3으로 지며 우승의 꿈을 이루진 못했다.
수락산스포츠타운에서도 정년이 코앞인 정병선 조선일보 기자가 예선과 32강 두 경기를 소화했고, 한국경제신문과의 예선 승부차기에선 골도 성공시켰다. 신준봉 중앙일보 논설위원도 내후년 정년을 앞두고 이날 하남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데일리안과 예선 경기에서 종료 5분 전 교체될 때까지 뛰었고, 왼쪽 윙백으로 중앙일보 수비라인의 한 축을 담당한 더벨과의 경기에선 풀타임을 뛰었다. 1994년부터 매년 축구대회에 출전하고 있다는 그는 “2015년 우승 이후 좋은 성적을 못 내고 있는데 중앙일보 창간 60년인 올해는 꼭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50대 중반인 김재중 국민일보 문화정책국장도 SBS Biz와 경기 후반에 골키퍼 장갑을 착용하고 국민일보 골문을 지켰다. 여성인 손버들 경향신문 기자는 작년 대회에 이어 올해도 그라운드를 누볐다. 손 기자는 TV조선, 뉴스1과의 경기 막판에 교체 선수로 출전했다.
경기장 ‘쩌렁쩌렁’ 울린 응원 목소리
이날 예선과 32강 경기가 펼쳐진 수락산스포츠타운에선 경기장을 말 그대로 ‘쩌렁쩌렁’ 울린 막강한 응원 ‘군단’이 있었다. 바로 이데일리와 뉴데일리였다. 한 주 전인 13일 여성기자 풋살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이데일리 풋살팀 기자들은 핑크색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을 찾았는데, 응원의 목소리가 어찌나 큰 지 심판들이 귀마개를 찾을 정도였다.
목소리만 큰 게 아니었다. “이데일리 파이팅!” 이렇게 힘내라고 온몸 다해 외치다가도 골키퍼가 실수하거나 하면 “정신 차려!”, “몰아붙여!” 매섭게 다그쳐 주변에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백주아 기자는 “지난 풋살대회 때도 목이 완전히 나갔는데, 오늘도 성대를 기부하러 왔다”며 경기가 끝날 때까지 경기장 그물에 매달린 채 응원을 멈추지 않았다. 덕분에 이데일리는 무사히 16강에 안착, 더팩트와 8강행을 놓고 겨루게 됐다.
이데일리에 풋살팀 응원단이 있었다면 뉴데일리에는 ‘일당백’을 하는 이나리 기자가 있었다. 이나리 기자는 응원 구호도 다양하게 변주해 가며 동료들의 몇 배 몫으로 응원했다. “전사들이여 싸워라” “호수(문호수 기자, 주장)야 잘한다, 니가 최고야!”, “텐션 끌어올려” “아들딸이 보고 있다. 너는 넣어야 한다” 등등. 경기 내내 운동장에서 눈을 떼지 않았고, 쉬는 시간이 되면 서둘러 음료수를 챙겨 선수들에게 달려갔다. 이런 지원에 힘입어 뉴데일리는 예선전에서 헤럴드경제를 5대0으로 대파했지만, 32강에서 최강팀의 하나인 동아일보를 만나 6골을 헌납하며 탈락했다. 이나리 기자는 “동아가 너무 잘한다”며 아쉬워하면서도 경기가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응원을 쉬지 않았다.
8살 아들을 위한 특별 세리머니
제48회(2022년) 축구대회에서 득점상을 받은 황인호 국민일보 기자는 SBS Biz와 예선전에서 유독 긴장한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응원하러 온 아내와 아들을 의식한 듯 몸이 무거워 보였다. 그 경기에서 골을 넣지 못한 황 기자는 뉴스웨이와 32강전에서 후반 시작하자마자 대회 첫 골을 넣은 뒤 특별한 세리머니를 했다. 그는 곧장 국민일보 응원석을 향해 50여미터를 달려 아들을 번쩍 들어 올렸다. 황 기자의 아들 황주호(8) 군은 “하늘을 나는 것 같았다. 근데 아빠가 너무 세게 안아서 왼쪽 겨드랑이가 아팠다”고 말해 주위를 웃겼다. 황 기자의 아내는 “10년 만에 응원을 왔는데 열기도 뜨겁고 선수들이 축구에 진심이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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