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법 개정으로 사장추천위원회 도입이 의무화된 YTN에서 대주주 유진그룹이 사추위원 상당수를 차지하는 안을 사측이 제시해 내부 반발이 나오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는 “(사추위를) 독식하겠다는 뜻”이자 “새 방송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라며 18일 파업을 예고했다.
15일 YTN지부에 따르면 최근 두 차례 노사 교섭에서 YTN 측은 대주주 추천 4명, 노조 추천 1명, 시청자위원 1명으로 구성되는 사추위 안을 제시했다. YTN 지분 10%당 1명씩을 추천해 39% 지분을 가진 유진그룹이 대주주 추천 몫 4명 중 3명을 가져가는 방식이다. 유진그룹이 지난해 3월 최대주주가 되면서 폐기하기 전 기존 YTN 사추위는 각 대주주가 1명씩 3명, 노조 추천 3명, 시청자위원 1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됐다. 이번에 노조는 기존 방식에 시민평가단 설치 등을 추가한 안을 제안했지만 모두 거부됐다.
YTN지부는 이날 성명에서 “사실상 대주주가 사추위를 완전히 장악하도록 하겠다는 방안”이라며 반발했다. 사측은 또 그동안 공정하고 투명한 사장 후보자 평가를 위해 공개했던 정책설명회, 면접심사를 비공개로 하고, 최종 면접 대상자를 3인으로 늘리는 방안도 내놓았다. 이에 노조에선 ‘밀실 면접을 진행한 뒤 사전 점찍은 후보자가 중도 탈락하지 않도록 이사회에 올리는 후보자를 최대한 늘리려는 심산’이란 비판도 나왔다.
특히 사측안이 방송법 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다며 YTN지부는 “개정되든 말든 YTN 사장만큼은 유진그룹 입맛대로 꽂겠다는 공식적인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회사는 “주주권익 보호와 이사회 재량권 확대”를 내세웠지만 노조는 사추위 도입 취지가 ‘정치·자본 권력으로부터 방송의 자유와 독립성 강화를 위한 것’으로 명시돼 있다며 “국민이 선출한 대의기관의 법 개정 취지마저 깡그리 무시한 도발에서 무모한 객기마저 느껴진다”고도 했다.
앞서 YTN은 10일 이사회에서 전임 김백 사장 사퇴로 인한 사내이사 자리에 정재훈 사업본부장을 내정하는 안건을 의결해 이미 노조로부터 ‘사추위 무력화’, ‘하수인 알박기’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사추위 협상이 미진했던 상황에서 관련 규정 마련 대신 25일 주주총회에서 추가 이사 선임, 이후 새 대표이사 직무대행 임명 등 행보가 공표되며 반발이 나왔다. YTN지부는 15일 이를 사추위 회피 꼼수로 재차 거론, “노조가 절대 동의할 수 없는 엉터리 사추위 규정을 고집하면서 사장 직무대행 체제로 YTN을 계속 유진강점기 하에 두겠다는 속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YTN지부는 18일부터 나흘간 5차 파업에 돌입한다고 예고한 상태다. YTN지부는 “유진그룹이 YTN 사장을 내리꽂기 위해 동원한 온갖 꼼수들은 공공성이 생명인 보도전문채널의 최대주주 자격이 없다는 사실을 또 한 번 재확인해줬을 뿐”이라며 “우리는 또 다시 회사와 거리 곳곳에서 정부와 국회와 시민들에게 천박한 유진자본의 최대주주 자격을 박탈하고 YTN의 공적소유를 복원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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