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넘어가기보단 적극 답변"… 100일 기자회견 호평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이 본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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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담백한 기자회견이었다.” 대통령실을 출입하는 한 기자는 11일 열린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두고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국내외 현안과 관련해 예민한 질문이 많았는데, 이 대통령이 답변을 피하기보다 구체적이고 솔직한 입장을 밝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국민들이 대통령의 생각을 잘 알 수 있었을 것 같다. 의미 있는 기자회견이었다”고 평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이라는 슬로건으로 약 150분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취임 30일째이던 7월3일 첫 기자회견을 연 지 70일 만으로, 역대 대통령 중 취임 100일 만에 두 번째 회견을 한 것은 이 대통령이 처음이다. 이날 기자회견엔 내외신 기자 152명이 참석했으며 형식은 30일 회견과 비슷하게 진행됐다. 기자단 배치 방식, 1.5m에 불과한 이 대통령과의 거리 등 동일한 요소가 많았으며 사전 조율 없는 질의, 현장 추첨 및 지명으로 질문을 받는 형식도 그대로 가져갔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에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역대 대통령 중 취임 100일 만에 두 번째 기자회견을 한 것은 이 대통령이 처음이다. /뉴시스

다만 30일 기자회견에선 특정 분야로 질문이 몰리며 주요 의제가 충분히 다뤄지지 못한 만큼 이번엔 대통령실 기자단이 추린 필수 질문에 이 대통령이 우선 답한 뒤 자유로운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필수 질문은 내용이 가려진 채 분야별로 A와 B 두 개가 준비됐으며, 이 대통령이 이 중 한 가지를 골라 답변하는 방식이었다. 필수 질문은 중앙 언론이 있는 1기자실, 지역 언론이 있는 2기자실, 또 등록기자단인 3기자실에서 각각 의견을 수렴했고 간사단 논의 후 총 6개가 추려졌다.


달라진 점은 또 있었다. 30일 기자회견에선 다양한 매체에 질문 기회를 주기 위해 풀뿌리 지역 언론을 화상 연결로 참여시켰는데, 이번엔 독립 언론으로 그 대상이 바뀌었다. 독립 언론으론 한국독립언론네트워크 회원사인 코트워치와 살아지구가 선정됐다. 김주형 코트워치 대표는 “1일 대통령실로부터 연락이 왔고, 당일 내용이 겹칠 수도 있어 질문 2개를 준비한 뒤 5일 영상 촬영을 완료했다”며 “참사 피해자 권리 보장을 위한 계획을 물었는데 그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이 없어 좀 아쉽긴 했다. 다만 풀뿌리 언론, 독립 언론 등 질문 기회를 넓히는 시도는 계속 확대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민생·경제’와 ‘정치·외교·안보’, ‘사회·문화’ 등 세 분야로 나눠 진행됐다. 총 22개의 질문이 나왔고 전은수 대통령실 부대변인이 읽은 필수 질문을 제외하면 질문한 기자는 총 19명이었다. 당초 회견은 90분으로 예정됐지만 이 대통령이 더 많은 질문을 받으면서 1시간가량 늘어났고 덕분에 기자들은 정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의 질문을 할 수 있었다.


대통령실을 출입하는 또 다른 기자는 “30일 기자회견 땐 지역 쪽에서 질문이 많이 나오다보니 좀 편향된 부분이 있었는데, 이번엔 균형 있게 질문이 나와 좀 더 대통령의 생각을 깊이 들어볼 수 있었다”며 “직접 질문도 하고 싶었는데, 대통령 눈을 한 번도 피하지 않고 계속해 손을 들었더니 결국 지목을 해주시더라. 사다리타기를 통해 제법 앞자리에 배치됐는데, 그 점이 유효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부분의 질문에 상세히 답변했다. 언론중재법 개정을 비롯해 미국 관세협상, 부동산 정책,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등 민감한 질문들에도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날 회견에서 지역경제 발전 구상을 질문한 김두수 경상일보 기자는 “기자회견에선 대통령이 기자들 질문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있느냐 없느냐, 또 성실하게 답변하려는 노력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다”며 “그런데 이 대통령은 적당하게 넘어가기보다 적극적으로 답변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국민들의 알 권리를 상당히 충족시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추가 질문 없는 일문일답 형식은 여전해 다음 기자회견에선 이를 보완했으면 한다는 의견도 일부 있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프레스 개글(비공식 브리핑)’ 현장에 여러분이 같이 있어 엄청나게 힘이 됐다”며 “국익을 지키는 일에는 잠시의 갈등, 색깔의 차이는 접어두고 같이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한미정상회담에서 딱 그런 모습을 보여줘 감동이었다. 한 식구구나 생각이 들었고, 앞으로도 그런 생각을 연장시키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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