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을 맞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표현의 자유라는 특별한 보호를 악용해 특권적 지위를 누리는 극소수의 사람과 집단이 있다”라며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악의적 허위보도 배액배상제 도입 필요성에 적극 공감했다. 이른바 ‘징벌적 배액배상제’를 도입하자는 민주당의 언론중재법·정보통신망법 개정과 관련한 질의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이 과정에서 그는 아들의 사례를 들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고의가 아닌 중과실 허위보도는 배액배상 적용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당초 민주당 언론개혁특별위원회 개정안 내용에는 고의 또는 중과실 허위보도 모두에 대해 배액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대통령의 기자회견 직후인 15일 민주당 언론특위 간사인 노종면 의원은 언론단체 주최 토론회에 나와 “중과실은 빠졌다”며 입장에 다소 변화를 보인 듯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법안이 언론·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가능성에는 변함이 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되기까지 여러 차례 극적인 순간들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3월에 있었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무죄 판결이었다. 그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고, 2심 결과에 따라 당시 진행 중이던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심판과 무관하게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기회를 아예 박탈당할 수도 있었다.
1심 재판부는 그가 2021년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 시절 4개 방송에 출연해 ‘시장 재직 시절 김문기씨를 몰랐다’라는 취지로 발언했고, “마치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 사진을 공개했던데, 제가 확인을 해보니까 전체 우리 일행 단체 사진 중 일부를 떼내서 이렇게 보여줬더군요. 조작한 거지요”라고 발언한 내용에 대해 “일반 선거인은 두 사람이 함께 해외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의미로 받아들였을 것”이라며 이를 허위로 판단해 유죄를 선고했다. 당시 언론은 1심 유죄가 2심에서 무죄로 번복될 확률은 1.7%에 불과하며 사실상 대선 출마가 어려울 것으로 예측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이야기하기 위해 이재명 대통령의 2심 판결 이야기를 꺼낸 까닭은 무엇이 ‘악의’이고, 무엇이 ‘허위’인지 구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언론·표현의 자유가 어째서 중요한지 대통령 자신이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언론·표현의 자유에 관한 대표적 판결로 1964년 ‘뉴욕타임스 대 설리번’ 사건이 있다.
1960년 3월, 체포된 마틴 루터킹 목사의 변호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한 민권운동단체가 뉴욕타임스에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란 광고를 게재했다. 당시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시 경찰국장이던 설리번은 이 광고 내용이 허위라며 뉴욕타임스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실제로 광고 문구에 일부 허위 내용이 있었지만, 뉴욕타임스는 이를 확인해 정정하지 못하고 해당 광고가 게재된 신문을 배포했다. 뉴욕타임스는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했고, 재판은 논란 끝에 결국 연방대법원까지 올라갔다.
1964년 3월9일, 미 연방대법원은 대법관 9명의 만장일치로 뉴욕타임스에 무죄를 선고하며 “그 대상이 공인(公人)일 경우, 피고(언론)가 ‘실질적 악의’(actual malice)를 가지고 보도했다는 것이 입증될 때만 명예훼손이 성립하며, 언론이 나름대로 노력하여 진실이라고 판단해서 보도한 경우, 그것이 나중에 허위로 밝혀져도 명예훼손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자유로운 토론에서는 때로 잘못된 말이나 표현은 불가피하며, 표현의 자유가 존속하기에 필요한 ‘숨 쉴 공간’이 필요한 이상 잘못된 표현 역시 보호되어야 한다”라고 판결이유를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에게 무죄를 선고한 2심 재판부는 “사후적 해석을 가미해 형사처벌의 기초로 삼는 것은 선거 과정에서 장려돼야 할 표현을 위축·봉쇄하게 된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라는 형사법의 기본 원칙을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역사의 긴 안목으로 보아 올바른 결론은 수많은 의견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으며 과도한 남용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자유로운 정부와 공화국은 표현의 자유를 누리는 국민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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