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한 제3회 여성회원 풋살대회에는 남녀노소 '하하호호'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엄마를 응원하기 위해 3년째 풋살대회를 찾는다는 5살 아기부터, 딸의 경기를 응원하러 온 ‘전직 기자’ 아버지까지, 모두가 한 목소리로 자신의 엄마, 딸… 아니 풋살 선수들을 응원했다.
가족 총출동한 풋살대회…“엄마, 파이팅!” “우리 딸 잘한다”
뉴스1 황미현 기자의 자녀 김지율(6) 양과 김민재(5) 군은 엄마의 이름이 적힌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 등장해 이목을 끌었다. 황 기자는 “첫 해 경기부터 3년째 함께 경기장에 방문하고 있다”면서 “아이들이 자연스레 엄마가 ‘풋살’이라는 운동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황 기자의 경기가 시작되자, 아이들은 엄마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힘내라”고 속삭였다. 황 기자는 “아이들이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힘이 난다. 힘을 내서 이겨야 할 것 같은 느낌”이라며 “3연패에 도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오지은 아시아경제 기자는 아버지와 함께 경기장에 왔다. 오 기자의 첫 경기가 끝나자 아버지는 “기념사진을 찍어야 한다”며 경기장 한쪽에 마련된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었고, 오 기자는 아버지의 셔터 소리에 맞추어 포즈를 취했다. 오 기자의 아버지는 오경선 전 KBS 기자다. 자신의 뒤를 이어 기자가 된 딸의 풋살게임을 응원하기 위해 아버지가 온 것이다. 오 전 기자는 “옛날에는 남성 축구대회만 있고, 여성을 위한 대회가 없었는데 풋살대회가 생겨서 참 좋다”면서도 “딸이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경기했으면 좋겠다”고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몇몇 아이들은 ‘아빠 회사’의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모였다. 김경택 국민일보 지회장의 아들 김우진(14) 군은 코치를 자처하며 선수들을 응원했다. 평소 중학교에서 축구를 즐겨 한다는 김 군은 “경기할 때는 서포트(응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지 용기가 생긴다”며 힘내라는 응원과 함께 계속해서 “왼쪽 패스”와 “골키퍼 앞으로”를 큰 소리로 외쳤다.
이두걸 서울신문 기자는 늦둥이 딸을 목마에 태우고 연신 “서울신문 파이팅”을 외치며 경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 기자는 “풋살 대회가 생긴 이후 늘 아이들과 응원을 왔다”며 “지난해까지는 대학생 아들도 함께 응원했으나 올해는 사정이 있어 둘째 딸과 함께 왔다”고 말했다.
입사 '2주차' 신입기자부터 사장까지…모두가 '하나'
동료 역시 선수들을 응원하는 마음은 같았다. 입사한 지 2주가 지나지 않은 수습기자부터, 편집·보도 국장과 사장까지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한 마음으로 모였다.
머니투데이 응원단 중에선 성인 남성의 상반신만 한 빨간색 깃발에 노란색으로 ‘머투’를 새긴 깃발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최문혁 머니투데이 기자는 선배들이 경기 중인 서울 성북구 서경대학교 c 경기장 앞 2층 건물에 올라가 깃발을 세차게 흔들었다. 최 기자는 자신을 “입사한 지 2주차 갓 수습”이라고 소개하며 “지난 1년 동안 선배들이 연습한 것을 뽐낼 수 있도록 열심히 응원하고 있다”고 했다. 해당 깃발은 지난해 풋살대회를 응원하기 위해 제작한 것이라고 했다. 깃발과 함께, 머니투데이 선후배들은 프로야구에서 흔히 ‘짝짝이’라고 부르는 응원 도구와 응원봉을 흔들었다. 머니투데이의 상징색인 빨간색에 맞추어 응원 도구를 준비한 동료들은 연신 “잘한다”를 외치며 선수들을 응원했다.
연합뉴스는 직접 주문 제작한 머리띠와 응원 도구로 이목을 끌었다. 한 연합뉴스 기자는 “디자인팀이 직접 도안을 만들어 주문 제작한 물품”이라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용하려고 제작했다. 응원 도구뿐만 아니라 ‘FC 바빠’(연합뉴스 여자풋살팀 명)를 상징하는 토끼 캐릭터로 스티커 굿즈를 제작하기도 했다”고 자랑스레 이야기했다. 실제로 한 선수는 “휴대폰 케이스에 토끼 스티커를 붙여두었다”며 휴대전화를 들어 보여주기도 했다.
3위를 차지한 연합뉴스TV는 ‘막내’와 ‘사장’이 함께 응원하는 풍경을 보여주기도 했다. 안수훈 연합뉴스TV 사장은 경기 중 연신 “파이팅”을 외치며 선수들을 격려했고, 올해 3월 입사한 막내 문주형 영상 기자는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문 기자는 “매년 연합뉴스TV는 풋살대회 결과를 단신으로 보도해 왔다”며 “올해 입사해서 처음 풋살 경기를 취재해 봤다. 촬영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선배들의 경기력에 감탄했다”고 말했다.
ENG 카메라까지 준비했지만, 아쉽게 영상을 남기지 못한 팀도 있다. 이락균 채널A 영상 기자가 카메라를 들고 경기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경기는 승부차기만을 남겨둔 상황이었다. 채널A는 연합뉴스TV와의 32강 승부차기에서 2:0으로 아쉽게 패배했다. 이 기자는 “시간이 충분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경기 시간이 짧았다”면서 “후배들 모습을 촬영해 주려고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토로했다. 채널A팀은 경기가 끝난 후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아쉬움을 달랬다.
한편 올해도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한 재치 있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렸다. 문화일보는 “단독 할래? 골 넣을래?(모두!)”라고 쓰인 현수막을 흔들며 선수들을 응원했고, 비즈워치는 “러키비킥!”이라는 글자를 직접 그려 천막에 달기도 했다. CBS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믿음, 소망, 사랑 그중에 제일은 골이니라. 골인도전서 13장 13절”이라 적힌 현수막을 붙여 웃음을 선사했다.
'1승' 고배마셨지만 내년 설욕 다짐한 '데뷔'팀
3회를 맞은 풋살 대회엔 올해 첫 출전을 하며 데뷔한 팀도 있었다. 이들 팀은 성적 면에선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결코 열정만은 뒤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일례로 올해 대회에 첫 출전한 쿠키뉴스는 대회 참석을 위한 최소 규모 인력인 선수 5명이 출전해 분전했다. 8강전 진출의 강호 머니투데이를 32강전에서 만나 패했지만 출전 선수들은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며 내년 설욕 의지를 드러냈다.
팀 주장인 이다빈 쿠키뉴스 기자는 “5명이 하는 게임에 5명이 출전했고, 체력 안배를 위해 골키퍼 맡는 사람을 바꾸는 식으로 임했다”며 “준비시간이 많지 않아 실내운동 훈련만 했는데 열 적응 훈련이 부족했던 것 같다. 내년엔 더 잘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인원은 5명으로 제일 적었지만 목소리는 제일 컸고 분위기는 제일 좋았다고 자부한다. 기세로는 내년 우승이다”라며 “우리 팀이 너무나 자랑스럽고 정말 수고 많았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쿠키뉴스 출전 선수인 이예솔 기자는 “‘중꺾마’란 말이 저희 회사 기사에서 시작됐다. 정말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 생각한다. 저흰 경기 내내 한 번도 꺾이지 않았고 계속 넘어져도 계속 일어나 달렸다”며 “지금 좀 눈물이 나려 하는데, 내년엔 꼭 우승을 목표로 출전하겠다. 오늘 너무나 즐거운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팀인 SBS Biz도 6명으로 구성된 단출한 팀으로 출전했다. 지난해 팀을 꾸렸지만 너무 준비가 안 된 상태라 올해 첫 출전을 했다는 SBS Biz는 코리아타임스의 기권으로 32강전에서 부전승 1승을 챙겼지만 이후 '강호' 연합뉴스TV에 패배했다. 주장인 류선우 SBS Biz 기자는 “다들 열심히 하는 동료들이어서 팀을 꾸려가는 부분에선 특별히 어려운 점이 없었다. 제 실력이 더 빨리 성장하지 못하는 것만이 어려웠던 점”이라며 “첫 경기에서 몸이 덜 풀린 상태로 지난해 3위 강팀을 만났다. 그게 좀 아쉬운데 이번이 끝이 아니고 시작이니까 발판 삼아 내년 대회를 더 잘 준비해보자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류 기자는 이어 “이런 대회에 처음 참석해본다. 남자 축구는 역사가 깊고, 더 어린 후배들은 학교 다닐 때 풋살을 경험해 봤지만 제 또래에선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같이 일하는 동료, 선후배들과 함께 풋살을 하며 재미를 느끼고, 팀워크도 다질 수 있어 매우 뜻깊다”며 “내년엔 반드시 설욕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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