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도 반대한 언론중재법 개정… "속도전 멈출 필요 커졌다"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 현업 10개 단체 공동 입장문
"언론중재법 건들지 말라 한 대통령 발언 긍정 평가"
"여당, '추석 전 입법' 철회하고 깊이 있는 논의해야"
더불어민주당이 ‘전광석화 처리’를 공언한 언론중재법 개정 주요 내용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히자 언론 현업단체들이 “더더욱 ‘속도전’을 중단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며 민주당을 향해 ‘추석 전 입법’ 방침을 철회하고 깊이 있는 논의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언론중재법 관련 질문을 받고 “언론을 특정할 게 아니라 누구든 돈을 벌거나 누군가를 해코지할 목적으로 악의를 갖고 일부러 가짜 정보를 만들어 내거나 조작하면 아주 크게 배상하게 하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배상은) 언론중재법을 건들지 말자”면서 “일부러 그런 게 아니면 중대한 과실이라도 징벌 배상할 일은 아니다”라고도 했다.
민주당이 ‘언론개혁’을 내걸고 추진 중인 언론중재법 개정의 핵심 내용에 대해 대통령이 사실상 반대 뜻을 밝힌 것이다. 민주당 언론개혁특위는 앞서 지난 5일 언론중재법 개정안 주요 내용을 공개했는데, “악의를 따로 구별하지 않고” 고의는 물론 중과실로 허위 사실 등을 인용 보도하기만 해도 징벌 배상으로 불리는 ‘배액 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대통령은 “일부러 그러는 것과 실수는 다르다”며 “규제 범위는 최대한 좁히자”고 제안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표현의 자유는 중요한데 이를 악용해 특권적 지위를 누리려는 아주 극히 소수의 사람과 집단이 있다”면서 “언론만 이러는 게 아니다. 유튜브에서도 일부러 가짜뉴스로 관심을 끈 다음 돈 버는 사람이 많은데 그걸 가만히 놔둬야 하느냐”, “저는 당에 언론만을 타깃으로 하지 말라는 얘길 계속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 현업 10개 단체는 입장문을 내고 “지금의 법 개정이 언론만을 타깃 삼아 언론 탄압이라는 근거를 주고 있다며 배상에 대해 언론중재법을 건들지 말라고 했다는 발언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특히 “고의로 한 것이 아니라면 중대한 과실에 대해서 징벌 배상할 일이 아니라고 한 이 대통령의 제안을 환영한다”고 했다.
또한 “규제 범위를 최대한 좁히고 명확하게 하되 나쁜 의도로 허위정보를 유포한 것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인식에도 공감한다”면서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언론의 사회적 책임 강화, 악의적 허위 보도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취지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단체들은 이날 대통령의 발언을 통해 언론중재법 개정의 틀을 바꿀 필요성이 커졌다며 “‘추석 전 입법’이라는 민주당의 개정 시한을 철회하고, 시민사회와 언론 현업단체들과 심도 깊은 논의에 나설 것”을 거듭 요구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회견 내용대로 언론의 자유와 언론의 책임을 조화롭게 논의하고, 악의적 허위 정보를 통한 시민 피해를 제대로 구제하기 위한 집중적인 논의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선 성명들에서 제시한 “언론중재법 개정은 ‘권력자가 아닌 시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원칙”과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 약화를 막기 위해 정치인과 공직자, 대기업 등은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자격을 제한해야 한다”는 요구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했다.
단체들은 유튜브도 포함해야 한다는 대통령 발언으로 향후 쟁점이 ‘언론중재법 개정’에서 ‘정보통신망법 개정’으로 넘어간다 해도 앞서 밝힌 원칙은 변함없다고 밝혔다. “대다수 언론사의 기사는 유튜브나 인터넷 포털 등으로 전송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어 “언론중재법에서 논란이 됐던 권력자들에 대한 징벌적 손배 문제와 ‘고의 추정 요건’에 대한 언론 현장의 우려 또한 여전하다”며 “‘극히 소수’인 ‘특정 집단’의 문제로 인해, 전체 언론의 감시와 견제 역할이 타격을 받아선 안 된다는 원칙을 거듭 강조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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