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경북 안동 고교 시험지 유출 사건

[제419회 이달의 기자상] 피재윤 영남일보 기자 / 지역 취재보도부문

피재윤 영남일보 기자.

이번 취재는 우연히 시작됐다. 한 고등학교 시험지 유출 의혹 제보를 처음엔 가벼운 해프닝으로 여겼지만, 확인할수록 사건의 무게는 달랐다. 전직 기간제 교사, 학부모, 내부 관계자가 조직적으로 시험지를 빼내려 했다는 사실은 충격이었다. 교육 현장의 최후 보루라 믿었던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취재 과정은 쉽지 않았다. 관계자들은 만나기 어려웠고, 학교는 말을 아꼈다. ‘아이들을 지킨다’는 명분 아래 언론 접근을 막으려는 시도도 있었다. 그러나 침묵은 은폐였다. 자료와 증언을 모아 허술한 보안 체계와 내부자 공모를 확인하는 순간, 내 기사가 단순 보도를 넘어 교육의 민낯을 기록하게 되리란 책임을 느꼈다. 가장 마음에 걸린 건 학생을 향한 여론이었다. 0점 처리 이후 조롱과 비난이 쏟아졌지만, 범행을 설계한 건 어른들이었다. 부모의 욕망, 교사의 윤리 붕괴, 제도의 허점이 낳은 결과였다. ‘왜 학생이 모든 화살을 맞아야 하는가’라는 물음이 취재 내내 나를 붙들었다.


단독보도라는 성과는 기쁨이자 부담이었다. 사실을 가장 먼저 알리는 영광 뒤에는 여론의 무게가 있었다. 시험지 유출은 하루아침에 벌어진 일이 아니다. 점수 중심 입시, 공정의 이름 아래 방치된 불공정, 무너진 교육 윤리가 쌓여 폭발한 사건이었다. 언론의 역할은 사건을 넘어서 구조를 드러내는 것임을 다시 확인했다.


이번 취재를 마치며 다짐했다. 진짜 ‘0점’은 학생도, 교사 개인도 아니다. 성적만을 좇는 사회와 제도, 부정을 덮어온 문화가 0점이다. 기자는 사건을 기록하는 동시에 시대를 증언하는 사람이다. 이번 보도가 그 역할을 했기를, 그리고 우리 사회가 교육의 본질을 다시 묻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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