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 녹취록' 과징금 모두 취소… '가짜뉴스 낙인' 어쩔건가

'류희림 방심위', 뉴스타파 인용보도 법정제재 취소 소송 전패
대국민 사과했던 KBS… "윤석열 장단 맞춘 박장범 사죄하라"

  • 페이스북
  • 트위치

“가짜뉴스 척결을 위해 우리 위원회가 가진 모든 역량을 동원하겠다.” 2년 전 이런 취임 일성을 밝히며 류희림 당시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밀어붙였던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인용 보도에 대한 무더기 과징금이 법원에서 모두 취소됐다. 앞서 가처분 소송에서 연전연패한 데 이어 본안소송에서까지 전패를 기록한 것이다. 방심위의 무리한 징계 남발이 소송을 부르고 모조리 패소 판결로 이어지면서 이에 따른 소송비 부담 등 손실은 국가가 떠안게 됐다.

‘가짜뉴스 척결’을 내세워 뉴스타파의 김만배 녹취록을 인용 보도한 방송사들에 대한 중징계를 주도했던 류희림 전 방심위원장(왼쪽)과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 /연합뉴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강재원)는 4일 방송통신위원회가 KBS에 통보한 과징금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뉴스타파의 녹취록 인용 보도와 관련해 과징금 등 법정 제재를 취소하라는 여섯 번째이자 제기된 소송 중에선 마지막으로 나온 판결이다.

2023년 ‘류희림 방심위’는 이동관 당시 방통위원장이 “국기 문란”이라 규정한 뉴스타파 녹취록을 인용 보도한 방송을 긴급 심의 안건으로 올린 지 한 달여 만에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PD수첩’, JTBC ‘뉴스룸’, YTN ‘뉴스가 있는 저녁’ 등 4개 방송사 5건 보도에 법정 최고 수위 징계인 과징금을 의결했다. 뉴스타파보다 한 달 앞서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을 보도했던 JTBC ‘뉴스룸’에 대해선 “가짜뉴스 최초 발화자”라며 추가로 과징금을 결정했다. 이들 4개 방송사 6건 보도에 부과된 과징금은 총액 1억4000만원으로 사상 최고액이었다.

해당 방송사들은 과징금 처분을 방통위로부터 통보받고 일제히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뉴스타파 인용 보도로 법정 제재 중엔 가장 낮은 수위인 ‘주의’ 처분을 받은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도 소송에 가세했다. 이로써 뉴스타파 인용 보도 관련해 제기된 소송은 모두 6건,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 보도를 포함하면 7건이 됐다.

가처분 포함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이어진 모든 재판에서 법원 판결은 같았다. 방통위와 방심위의 완벽한 패배였다.

방송사들은 승소했지만, 웃을 상황은 아니다. 당시 보도에 ‘가짜뉴스’ 낙인을 찍은 건 방심위와 방통위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과징금 처분을 받은 직후 사장이 바뀐 KBS에선 해당 보도 등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고, YTN 역시 이듬해 대주주가 유진그룹으로 바뀐 뒤 취임한 김백 사장이 “불공정·편파 보도”였다고 사과하며 머리를 숙였다.

박장범 KBS 사장이 뉴스9 앵커 시절인 2023년 11월14일 뉴스타파 녹취록 인용 보도 등을 공정성 훼손 사례로 언급한 리포트를 전하고 있다.

KBS는 박민 당시 사장이 대국민 사과를 한 당일 저녁 ‘뉴스9’에서 <보도 공정성 훼손 대표적 사례들은?>이란 제목으로 뉴스타파 녹취록 인용 등 박 사장이 언급한 보도 4건을 따로 전하기도 했다. 당시 뉴스9 앵커는 박장범 현 KBS 사장이었다. 박 사장은 당시 앵커 멘트를 통해 “KBS는 오늘 공영방송사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 대국민 사과를 했다”며 “앞으로 정치적 중립이 의심되고 사실 확인 원칙을 충실하게 지키지 않은 보도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점을 다시 한번 시청자 여러분께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법원 판결이 나온 뒤, KBS 기자들은 당시 리포트에 대해 박장범 사장이 사과든 입장 표명이든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KBS 기자협회는 4일 성명을 내고 “윤석열 정권의 언론 탄압에 발맞춰, 동료의 보도를 공개적으로 조리돌린 앵커, 지금은 사장 자리에 앉아 있다”며 박 사장을 향해 “여전히 그 리포트가 보도 공정성 훼손 사례라고 판단하는가. 당시 사과 멘트를 작성하고 보도하는 과정에서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을 지켰다고 자부하는가”라고 물었다.

이어 과징금 취소 판결은 “사필귀정”이라며 “윤석열 정권이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고 덧씌운 ‘불공정 보도의 낙인’이 하나둘 지워지고 있다. 그러니 윤석열 정권의 장단에 맞춰 동료의 등에 칼을 꽂았던 사장은, 더 늦기 전에 그 당사자들에게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당시 멘트가 누구의 지시에 의해, 어떻게 작성하게 됐는지”도 밝히라고 요구했다.

김고은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