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정치인 등 권력자에게도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언론중재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언론계 비판과 우려가 더 고조되고 있다.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 현업단체들은 연이은 기자회견, 성명 등을 통해 “정치인·권력자 제외”를 재차 요구하고 있으나 민주당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8일 용산 대통령실과 국회 앞에서 언론중재법 개정 속도전에 반대하는 현수막·피켓 시위에 돌입했다.
한국기자협회를 비롯, 방송기자연합회·전국언론노동조합·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한국방송촬영인협회·한국사진기자협회·한국영상기자협회·한국영상편집기자협회·한국편집기자협회·한국PD연합회 등 언론 현업 10개 단체는 8일 공동성명을 내고 “권력자들은 징벌적 배상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적용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 10개 단체는 앞서 8월29일 공동성명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의 적용 대상에서 정치인과 공직자, 대기업 등에 대한 보도를 제외할 것”을 요구했으나, 민주당 언론개혁특별위원회가 5일 그에 반하는 논의 결과를 내놓자 재차 목소리를 내고 나선 것이다. 민주당 언론개혁특위는 이날 낸 보도자료에서 권력층을 징벌적 손배 청구 대상에서 일괄 배제하라는 언론계 요구가 과도하다며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혔다.
대신 전략적 봉쇄소송 등 소송 남용을 막기 위한 장치를 만들겠다며 복수의 안을 제시했는데 현업단체들은 작동 가능 여부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단체들은 이날 성명에서 “언론중재위 조정을 반드시 거치도록 하고, 조정에 불복하는 걸 법으로 막을 수 있는가? 조정은 양측의 동의로 성립함에도 이에 대한 강제는 위헌 논란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권력자들의 전략적 봉쇄소송을 ‘중간판결’로 방지하겠다는 안에 대해서도 “미국식 ‘전략적 봉쇄 소송 방지법’이 우리 법체계에 맞게 도입될 수 있는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단체들은 “민주당 언론개혁특위가 이렇게 복잡한 제도 도입을 검토하는 것 자체가 정치인 등 권력자들의 소송 남발을 막을 필요성을 공감한다는 의미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답은 간단하다. 권력자는 징벌적 배상 청구권자에서 제외하는 게 순리”라고 강조했다. “굳이 권력자를 포함하려다 보니 쉽게 이해도 안 가고 법리적으로도 무리수로 보이는 조항을 만들게 되는 것”이란 지적이다.
이들은 “거듭 밝히지만 잘못된 언론 보도로 인한 시민의 피해 구제를 확대하는 데 찬성한다”면서 “거액의 소송비용을 마련하기 어려운 시민의 경우 소송보다는 신속하고 실효적인 정정·반론보도가 더 절실할 수 있다. 이런 사정을 종합해 효과적인 최선의 방안을 찾는 과정이라면 언론 현업단체들은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속도전을 중단하고 언론계 종사자들과 학계, 시민사회 등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합리적인 법안을 마련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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