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최대주주 유진그룹의 유경선 회장이 지난해 말 YTN 간부들을 참석시킨 송년회 자리가 뒤늦게 논란이 되고 있다. 당시 유경선 회장이 YTN 간부들에게 반말을 하거나 여성 앵커를 찾는 등 모욕적 언행을 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고 노조가 폭로하고 나서면서다. YTN 사측은 모욕적 행위나 강압적 상황은 전혀 없었다고 반박하며 법적 대응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성명에 따르면 유 회장과 YTN 임원, 본부장, 실국장급 간부 30여명은 지난해 12월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유진그룹 본사 지하식당에서 송년회를 열었다. YTN지부는 불법 계엄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불과 1주일도 지나지 않은 “비상 시국”에 “방송을 책임져야 할 YTN의 수뇌부들”이 일과시간이 끝나기도 전에 회식 자리에 불려간 것부터 적절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YTN 사옥.

특히 유 회장이 반말을 하며 이날 처음 본 보도국장, 영상국장을 양 옆에 착석시켰고, 여성 앵커를 찾았다는 내용이 성명에 적시됐다. YTN지부는 “곧바로 김백 당시 사장이 보도국장에게 누구든 부르라고 다그쳤고, 보도국장은 여성 앵커에서 전화해서 오라고 지시했다”며 “모욕적인 행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방송의 신뢰도를 좌우하는 앵커를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술자리 장식품 정도로 취급한 건가”라고 비판했다.

이날 송년회에 참석했던 김응건 YTN 해설위원(당시 보도국장)은 사실관계 등을 묻는 질의에 “회사차원의 설명이 있을 걸로 알고 있다. 개인적인 답변은 하지 않으니 양해바란다”고 답했다. 김태운 YTN 영상국장은 “번호를 어떻게 알고 전화했나. 홍보팀과 통화하라”고 했고, 김종균 YTN 보도본부장도 “관련해서 사실 확인을 하고 회사 입장이 나갈 거다. 기다려보라”고 말했다.

곧 YTN 사측이 공식 입장을 내고 사실관계를 반박했다. 반말, 여성앵커 참석 지시에 대해 YTN은 “송년회는 임직원 간 화합의 자리였으며 모욕적 행위나 강압적 상황은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회장이 처음 대면한 일부 실국장에게 자리를 같이하자고 권유한 것이 전부”라며 “원래 앵커팀장에게 참석을 요청했으나 개인 사정으로 참석이 어려워, 이를 대신해 대표하여 해당 앵커가 잠시 참석했다”고 밝혔다.

YTN 측은 “특정 성별을 이유로 불렀다는 주장은 명백히 사실이 아니며 심지어 해당 직원이 이번 사안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거나 논란으로 확대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사전에 노조에 전달했음에도 ‘술자리 장식품’이라는 모욕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사실을 왜곡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고 당사자에게 상당한 수치심과 모욕을 안긴 가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후 발생하는 해당 앵커에 대한 2차 가해 및 회사 이미지를 훼손시키는 해사행위에 대해서는 관련 사규에 따른 조치와 함께 법적 대응도 검토할 것임을 알려드린다”고 했다.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시기 ‘불법 민영화’ 논란 속에 최대주주가 된 유진그룹을 두고 YTN 구성원들은 지속 문제제기를 이어온 상태다. 노사 임단협 교섭 결렬 끝에 진행 중인 쟁의도 100일을 넘긴 상황에서 구성원들의 출근길과 점심시간 1인 시위, 피케팅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최근 YTN지부는 유 회장과 유진그룹 계열사 대표 등 4인을 배임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하기도 했다. 유 회장 개인 송사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계열사들의 막대한 금원을 대여하는 과정에서 담보 설정을 제대로 하지 않아 피해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는 내용이다.

YTN지부는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지키기는커녕 참을 수 없는 모욕감과 수치심만 안겨준 유진그룹 유경선 회장은 즉시 사죄하고 YTN에서 완전히 손을 떼라”고 설명 말미에 밝혔다. 또 “당시 회식에 참여했던 모든 YTN 간부들은 회사의 명예와 언론인의 품위를 지키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당장 보직에서 물러나라”고도 했다. 이어 “언론인으로서의 마지막 자존심까지 짓밟은 유진그룹 유경선 회장과 그 부역자들의 파렴치한 작태에 대해 분명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