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만에 알려진 영남일보 30명 구조조정, 무슨 일이…

고령·경력직·비편집국 중심 퇴직
사측 "공고 냈고 동의절차도 거쳐"
퇴직자 "근무중 수차례 서명 압박"

  • 페이스북
  • 트위치

경상 지역 유력 일간지 영남일보가 4월 말 비편집국 중심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직원 30여명을 내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대다수 부서원이 대상이 된 디지털국은 국 자체가 사라졌다. 당사자들로선 사실상 정리해고로 다가온 과정이 기자 중심 조직의 미온적 태도 속에 조용히 마무리되며 언론 전반에 안 좋은 선례가 됐다는 평이 나온다.

영남일보 홈페이지.

영남일보에선 올해 4월30일 직원 30여명이 일괄 퇴직하는 일이 벌어졌다. 4월 초 비공채 출신 기자 2~3인이 포함된 디지털국 15~16인 대부분, 이후 광고사업국 일부 등에 시차를 두고 권고사직 통보가 이뤄졌다. 최종 퇴직자는 전체 임직원 150여명의 20%에 달한다. 2005년 법정관리 절차 종결 후 사장에 취임한 배성로 현 영남일보 회장은 당시 250여명 직원 중 40여명을 구조조정 했는데 이에 버금가는 규모다.


회사는 경영 악화로 3개월 월급을 제공하는 희망퇴직을 시행했다는 설명이다. 대상이 된 사옥 5층 비편집국 부서에 공고를 내 동의절차도 밟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복수의 퇴직자들은 경영 위기가 그만큼 극심했는지 의문을 나타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적자였지만 성서(인쇄)공장 매각으로 130억원을 벌었다. 24층짜리 사옥에 갑자기 시스템 냉·난방기 공사도 하던데 어렵다는 말과 배치되지 않나”, “몇 개월 만에 다시 채용을 하던데 어이없다” 등 인식이 대표적이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2024년 영남일보 영업이익은 약 29억원 적자였지만 당기순이익은 59억원 흑자였다. 8월29일 현재 구직 사이트 등에선 경영지원실과 문화사업부, 본사·서울본부를 아울러 계약직 영상기자·직원 채용도 진행 중이다.


전격적인 통보 전 자구 노력이 미흡했고 사실상 특정 부서를 쳐내는 정리해고였다는 게 공통 인식이다. 퇴직자들은 “경영 정상화 노력을 해보다 축소를 하는 게 정리해고 법적 요건일 텐데 임금조정 같은 게 없었다. 근무 중 사인하란 압박 연락도 여러 차례였다”, “3월부터 디지털국은 돈을 못 버니 제일 먼저 없어져야 할 부서란 말을 들어왔는데 못 벌진 않았다. 힘없는 부서를 손댄 것”이라 말한다.


이 과정에서 단체행동은 없었고 4개월 간 지역에서도 관련 뉴스가 나오지 않았다. 고령 또는 경력 기자, 비편집국 직군이 대상이 되며 편집국 지지를 받지 못했고 노동조합 운신의 폭도 좁았다. 퇴직 대상 10여명이 집단 대응에 나섰지만 내부에 대한 염증, 개개인 재취업 등 현실적 고민이 겹치며 유야무야됐다. 한 퇴직자는 “원래 노조활동이 녹록한 곳이 아니고 전임 노조위원장이 다른 건으로 사퇴를 해 지금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다. 나름 노력을 했지만 편집국이 대상이 아니라 동력이 없었다. 이런 게 지역언론 몰락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이는 “다른 곳이 벤치마킹하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인력 슬림화와 맞물린 사옥 설비, 리모델링 등 회사 자산가치를 높이는 행보를 두고 지역에선 ‘영남일보 매각설’과 잇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 3월 배 회장의 아들인 배민수 전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가 신설 부사장직에 선임된 후 벌어진 일련의 일을 승계 맥락에서 보는 시선도 있다.


영남일보 사측 관계자는 8월29일 통화에서 “두 해 연속 20억원대 영업적자가 났고 2024년엔 성서공장 매각으로 당기순이익이 났지만 해소 기미가 없어 취한 사전적 조치”라며 “수익이 나지 않는 디지털국을 효율 차원에서 거의 퇴직시켰고, 주요 자산이고 양성에 시간이 걸리는 편집국은 거의 손대지 않았다”고 했다.


신규 채용, 설비 공사에 대해선 “남은 인력 중 나간 사람이 있어 충원하는 것”이라며 “기존 냉난방기가 고장으로 교체해야 해서 입찰에 부쳐 진행했다. 미래를 보고 투자했고 5층도 장기적으로 임대 수익화 예정”이라 설명했다. 추가 인력축소와 관련해선 “구조조정은 끝났다고 선포한 상황”이라며 매각설에 대해 “오너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고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최승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