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임기 보장돼야… 대구시장 출마? 임기 채우면 못 나가"

[턱밑까지 차오른 사퇴 압박, 향후 거취는]
대통령실 "이진숙 방통위원장 직권면직 검토"
정치중립·공직자윤리법 위반 등 근거 내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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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대통령실의 직권면직 검토 발표에 이어 사퇴 요구까지 나오며 이 위원장이 내년 8월24일까지인 임기를 채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통령실 발표 이후 첫 공개석상인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이 위원장은 “제 임기는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구시장 출마설과 관련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근 전한길씨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 “이진숙 위원장과 대학교 선후배” “대구시장은 이진숙 위원장이 해야 한다” 등의 발언을 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이 이 위원장에 대한 면직 검토의 근거로 대는 건 정치 중립 의무 위반과 공직자윤리법 위반 등이다. 앞서 7월 감사원은 이 위원장이 지난해 9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민주당이나 좌파 집단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집단”, “가짜 좌파들하고 싸우는 전사들이 필요하다” 같은 발언을 한 것에 대해 공무원의 정치적 행위를 금지하는 국가공무원법과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을 위반했다며 주의 처분을 내렸다. 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이 위원장의 iMBC, 삼성전자 주식 보유와 관련해 공직자윤리법상 이해충돌 직무 관여 규정을 위반했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8월29일 브리핑에서 이 위원장의 두 가지 위반 사실을 언급하며 “직권면직을 검토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기관장 등이 면직됐다 행정소송을 통해서 돌아오는 경우도 많은데 감사 결과 내용만으로 면직이 가능하다고 보는지’, ‘지금 시점에서 직권면직을 검토하는 이유’에 대한 기자 질문에 강 대변인은 “정치 중립 의무 위반은 상당히 심각한 사유”라고 재차 강조하며 “방통위법 8조 1항의 정치 중립 의무 위반이 결국 직권면직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아직 결론은 내리지 않았지만 검토에 들어간 상태”라고 말했다. 앞서 이 위원장에 대한 감사원 처분이 나온 다음 날인 7월9일부터 대통령실은 국무회의 배석자 명단에서 이 위원장을 제외한 바 있다.


브리핑 이후 곧바로 이 위원장을 향한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가 공개적으로 나왔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8월30~31일 방송된 전국 9개 민영방송과의 대담에서 이 위원장에 대해 “정치적 목적으로 방통위원장 자리를 활용하는 것 같다”며 “(대구시장에) 출마할 생각이 있으면 그만두고 나가시는 게 맞지 않나”라고 말했다.


2일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에서도 이 위원장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사퇴 요구가 빗발쳤다. 한민수 민주당 의원은 최근 전한길씨가 유튜브에서 ‘대구시장은 이 위원장이 해야 한다’고 발언한 걸 언급하며 “국민의 시각에서 이런 장관급 공직자를 어떻게 놔두고 볼 수 있느냐는 의견들이 커지고 있다”며 “고위공직자로서 처신을 똑바로 해야 된다. 자꾸 논란을 만들지 말고 이제는 그만둘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전한길씨와 대구시장 관련) 논의한 적 없다”며 “지방선거 말이 나오고 있는데 제 임기를 채우면 저는 지방선거 나갈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면직 검토에 대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발도 나왔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을 면직한 데 대해 “위헌적인 면직조치 강행”, “법률에 위반되는 면직조치는 직권남용에 해당할 소지가 매우 높다”고 발언한 음성을 과방위 회의장에서 틀기도 했다.


이어 박 의원은 “감사원에서 주의 조치를 했지만 이 위원장이 이런 말을 한 데는 사정이 있었다. 괜히 한 게 아니”라며 “이런 이유로 더군다나 임기가 3년으로 보장이 돼 있는 방통위원장을 면직하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이 위원장에게는 “국민들이 알아야 된다. (면직은) 방송 장악을 위한 거다, KBS 사장 바꾸려고 그러는 것이라는 얘기를 하시라. 기자회견도 하고 더 목소리를 내라”고 했다.


이 위원장을 대상으로 한 수사도 여러 건이 진행 중이다. 이 위원장은 대전MBC 사장 시절 법인카드 사적 유용과 관련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고, 국가공무원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도 수사를 받고 있다.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공무원을 직위해제할 수 있는데 2023년 윤 전 대통령은 이 근거를 적용해 한상혁 전 위원장을 면직 처분해 언론계로부터 비판이 나온 바 있다.


또 민주당은 방통위를 폐지하고 방송미디어통신위를 신설하는 방통위 개편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 법률 제·개정안엔 기존 방통위원장 임기 자동 종료가 부칙으로 담겨 있는데 이 같은 ‘방통위 대체’ 법안에 대해 이 위원장은 과방위 전체회의나 자신의 SNS를 통해 지속적으로 “나를 축출하기 위한 법안”, “기관장 하나를 뽑아내기 위한 법”이라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현 민주당 의원은 2일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방통위원장이 국회에서 논의하고 있는 내용에 대해 감 놔라 배 놔라 얘기하는 것도 정치 행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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