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협회는 2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제419회(2025년 7월) 이달의 기자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과 함께 선정하는 ‘2025년 3분기 생명존중 우수보도상’ 시상식도 열렸다.
박종현 기자협회장은 이날 수상자들을 축하하면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추진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박 회장은 “언론중재법이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취재 환경을 위축하거나 언론의 역할을 부정하는 현실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잘못된 보도로 피해를 입은 일반인들에 대한 구제는 반대할 생각이 없다. 정치인, 대기업, 권력자 등이 오용하고 혜택을 받는 쪽으로 바뀌고 있지 않냐는 우려를 떨칠 수 없다”며 “한국기자협회는 전국언론노동조합·방송기자연합회 등 언론현업단체와 함께 언론중재법 논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참여할 생각”이라고 했다.
7월 이달의 기자상엔 10개 부문에 88편이 출품됐고, 8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아래는 수상 소감이다.
취재보도1부문
<강선우 의원 갑질 및 청문회 거짓 해명>
-SBS 안상우·정다은 기자/ 수상 소감 안상우 기자
"취재원 보호와 권력 감시라는 언론 본연 역할과 의무 사이에서 두 가지 역할과 의무 모두 충실히 잘했음을 인정하고 상을 주신 걸로 보고 이 상을 양분 삼아서 더 나은 보도, 더 좋은 보도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 상의 영광을 저의 가까운 동료이자 제가 평생을 의지하는 아내에게 바치고 싶습니다. 아이가 6개월 됐는데 아이가 커서 우리 엄마 아빠가 이렇게 훌륭한 기자였다는 걸 알 수 있도록 상을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김건희 ‘집사 게이트’>
-뉴스타파 심인보·조원일·김지윤·김희주 기자/ 수상 소감 심인보 기자
"제가 기자상에 출품하지 않은 게 몇 년 됐습니다. 이유는 나이도 많이 들었고 후배 기자들하고 경쟁하는 게 이상하다 싶어 출품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했습니다. 집사 게이트는 긴 취재의 마지막이었을 뿐이고 저희 취재는 도이치모터스부터 시작해서 김건희씨에 대한 여러 비리를 추적해온 5년 정도의 세월이었습니다. 그것의 마지막 방점을 찍는 의미에서 뭔가 기념하고 싶은 마음에 출품했는데 상을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김건희씨가 12일 구속이 되었죠. 많은 분들이 애써 준 결과인데 저는 이 자리에서 두 분을 꼭 찍어서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도이치모터스 사건을 처음으로 제보했던, 경찰의 내사보고서를 제보했던 경찰관, 손모 경감님. 제보 이후에 제보 사실이 발각돼 강등당하고 수사받고 기소되고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습니다. 두 번째로는 도이치모터스 사건 재판 과정에서 남몰래 뒤에 숨어서 도와준 분이 있습니다. 제가 바빠서 재판정에 못 갔는데 대신 가주고, 자료도 많이 만드신 김모 선생님. 두 분께 꼭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언론 질서 환경이 변하고 있고 점점 언론사들이 어려워지고 있지만 언론의 첫 번째 사명은 권력 감시라고 생각합니다. 계속해서 권력 감시에 게으르지 않겠습니다."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 자녀 불법 조기 유학>
-한국일보 유대근·최은서 기자 /수상 소감 유대근 기자
"보통 기자상 출품할 때 공적서를 올리면서 타사들은 어떤 작품을 출품했는지 보기도 하는데요. 지난달에는 좋은 기사들이 너무 많아서 한편으로는 마음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한편으로는 경쟁작이 너무 세다는 경외심을 갖기도 했습니다. 좋은 기자들과 같이 상을 받아 영광입니다.
최은서 기자와 제가 쓴 기사는 교육부 장관 후보자 인사검증 기사였는데요. 크게 2가지가 어려웠습니다. 하나는 취재가 어려웠습니다. 신상을 검증하는 내용이다 보니까 제보자가 딱히 없었고 기초적으로 검토할 만한 자료도 없었습니다.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헤매가면서 취재했는데 그 과정에서 저를 많이 도와주신 김철민 보좌관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또 하나는 마음이 힘들었습니다. 내용 자체가 장관 후보자가 공직을 수행하는 데 큰 약점이 있다는 내용이었거든요. 비판 기사 쓸 때는 비판의 대상이 절대악이 아닌 경우가 아니면 마음이 복잡하고 힘듭니다. 사안을 원래 있는 것보다 크게 생각해서 보도하려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도 저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데, 그때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이중삼중으로 크로스체크하고 확인해서 기사를 쓰는 것입니다.
기자 일이 남을 의심해서 대하는 직업인만큼 저 스스로도 계속해서 의심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지금 부서에서 8개월 정도 일을 했는데요. 부장이 딱히 이런 말씀을 드리면 별로 안 좋아하는 성격이거든요. 맨정신에 부장에 대한 제 마음을 전달한 기회가 많지 않아서 이 기회를 통해 존경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취재보도2부문
<캄보디아 ‘인질 외교’에 발묶인 한국인들>
-한국경제신문 김다빈·류병화 기자/ 수상 소감 류병화 기자
"이렇게 영예로운 상을 주신 심사위원분들과 기자협회 관계자분들께 감사 말씀 올립니다. 이번 보도의 주 필자인 김다빈 기자가 부득이하게 참석하지 못해 제가 수상 소감을 대신 읽으려 합니다.
뜻깊은 상을 주신 한국기자협회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작년 4월에 입사한 저연차 기자로서, 이 상은 앞으로의 기자 생활에 소중한 자양분이자 큰 원동력이 될 것 같습니다.
저희 기사는 캄보디아 정부가 한국에 체류 중인 자국 반정부 인사를 요구하며, 캄보디아에서 체포되거나 자수한 한국인들을 인질처럼 붙잡아 두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특히 한국인 범죄자 송환이 지연되면서 우리 국민이 인신매매되거나 범죄 조직의 보복 협박에 시달리는 등 자국민 보호에 구멍이 뚫린 현실을 고발하고자 했습니다.
캄보디아는 기자 생활 1년 4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가장 큰 열의를 갖고 파고든 주제입니다. 한국에서 취재가 어려운 부분들을 해결하기 위해 연차를 내고 무작정 프놈펜행 비행기 표를 끊어 캄보디아를 두 차례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무모한 선택이었을 수도 있지만, 오직 진실을 향한 궁금증 하나로 뛰어든 결과, 유관 부처에서 숨기기에 급급했던 사실들을 하나씩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께선 국가의 제1의 책무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한국인들이 캄보디아를 국제 미아처럼 떠돌며 위험에 노출돼 있습니다. 우리나라 정부가 외교력을 발휘해 이들이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해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끝으로, 언론을 믿고 용기 내어 이야기를 전해주신 캄보디아 현지의 내부 고발자와 제보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또 밤낮없이 취재 고민을 함께 해주신 조철오 캡을 비롯해 부족한 저를 아낌없이 지도편달 해주시는 류시훈 부장과 한국경제신문 선배들께 감사드립니다."
경제보도부문
<언론인 선행매매 사건 추적>
-KBS 송수진·지선호 기자/ 수상 소감 송수진 기자
"이번 사건을 취재하고 보도하는 과정에서 마음이 매우 불편했습니다. 제가 쓴 기사를 본 많은 선후배 기자 여러분들도 마찬가지 마음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그렇기 때문이라도 이번 사건은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발생으로만 그치지 않고, 뭔가 의미 있는 결론이 나서 저희 안에 기억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기자 선행매매 사건을 취재하면서 제 기자 이름, 기자 일상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17년 차 정도 됐는데요. 저를 돌아본 계기가 된 점에서 이번 기사는 크게 의미가 있습니다. 이 상은 무척 귀한 상이고 앞으로도 계속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이 상을 받은 사실을 늘 기억하면서 기자 일을 해나가겠습니다.
특별히 감사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제가 사실 같은 동료 기자의 기사를 쓰면서 저 스스로도 마음이 조금 흔들릴 때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큰 응원을 해주신 금융위원회 권대영 부위원장께 감사 말씀 전합니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서민 울리는 민생범죄>
-뉴시스 임종명·최은수·이다솜·이수정·조성하 기자 /수상 소감 임종명 기자
"제가 사건팀장 맡고 1년쯤 지났을 때 스스로 아이러니한 점을 느꼈습니다. 단독 경쟁 속보 경쟁 속에서 밀려나는 민생범죄 피해들이 바로 그런 것들이었는데요. ‘서민 울리는 민생범죄’는 그 부분에 착안해서 우리가 익숙해지지 않으면 안 되는데 어느덧 익숙해진 그런 피해들에 집중해보기로 했습니다.
발생 사례부터 피해자들이 범죄를 겪은 전과 후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그런 걸 총괄적으로 짚어보고 그걸 통해서 이런 범죄들이 없어지려면 어디에 집중하고 무엇을 해결해야 할지, 대안점을 제시하는 기획을 만들어보고자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심도 있게 방향성을 잡아주신 남상훈 부장께 먼저 감사 인사를 드리고요. 그리고 이번 수상하는데 고생 많이 해주신 기자협회와 심사위원 여러분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부족한 사건팀장이 매일 쪼는 데도 불만 없이 따라와 주고 열심히 일해주고 있는 사건팀원들한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합니다."
지역 취재보도부문
<경북 안동지역 고교 시험지 유출 사건>
-영남일보 피재윤 기자/ 대리수상 정운홍 기자
(피재윤 기자가 해외 출장 관계로 시상식에 불참했다. 회사 동료 정운홍 기자가 대신 수상했는데, 수상 소감을 따로 밝히지 않았다.)
<종량제 봉투는 쌈짓돈? 8년간의 비밀>
-제주MBC 권혁태·강흥주 기자/ 권혁태 기자
"고전적인 방법으로 취재는 시작됐습니다. 술 먹다 들었는데, 그 이후에는 국가통계포털 등 최근의 취재법을 동원해서 제주도가 얼마나 부실하게 종량제 봉투를 생산하고 관리했는지 추적 보도를 했습니다. 심지어 카톡이나 엑셀로만 유가증권이나 다름없는 종량제 봉투를 8년 동안 관리해왔고 그 과정에서 6~7억원의 돈이 공무직의 주머니로 들어갔다는 사실을 밝혀낸 보도였습니다.
이 보도는 복귀작입니다. 2년 4개월 동안 보도국장을 하고 복귀해서 처음 취재했습니다. 특히 같이 수상한 강흥주 기자가 못 왔는데요. 제가 두 꼭지하고 치우려고 했는데 더 파보라며 독려하고 아이디어도 줘서 이 상을 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까 박종현 회장님이 언론중재법 얘기하셨는데, 저는 방송법 개정 과정에서 지역이 소외된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지역민방과 지역MBC는 보도국장 임명동의제가 방송법에서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앙의 소란스러운 상황과 여러 가지 이해관계를 통해서 지역은 계속 소외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역의 보도국장들은 임명동의를 받지 않고도 임명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분노의 지점이 있었습니다.
제가 보도국장 재직하던 시절에 도지사나 도청을 비판하는 기사가 센 게 나간 게 있는데 밤 10시에 사장이 집 앞으로 찾아와서 어떻게 책임질 거냐고 했습니다. 임명동의를 받고 임명된 보도국장이 이런 과정을 겪었는데 임명동의를 받지 못하고 보도국장을 하면 사장과 사주에 의해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가 지역의 현실입니다.
김찬년 취재부장을 비롯해 보도국 기자들 덕분에 이 상을 탈 수 있었습니다. 제가 기자답게 생활할 수 있게 도와주는 와이프 장지영씨랑 아들 권연우에게 고맙다는 말씀 전합니다."
2025년 3분기 생명존중 우수보도상
<마음에도 안전벨트를>
-경기일보 이호준·이연우·김도균·김소현 기자/ 수상 소감 김도균 기자
"우선 이렇게 뜻깊은 상을 수상하게 되어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자살이라는 좀 민감한 주제를 가지고 우리가 기사를 준비했고 이게 보도되는 데까지 아낌없이 지원해 주신 이용성 편집이사님과 이호준 부장님 그리고 이연우 선배, 김소현 기자를 포함한 경기일보 임직원 여러분들한테 또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여기 계신 분들이 되게 영광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사회에서는 외롭고 힘드신 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기사가 그분들한테 큰 부분이 아니더라도 혼자 있지 않다는 느낌, 누구한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수상으로 만족하지 않고 더 나은, 더 따뜻한 대한민국을 위해서 조금 더 노력하는 기자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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