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법 내용 동의 못한다며 법적 대응 하겠다는 박장범

KBS 구성원들 "사장이 사규 위반"
박 사장, 26일 과방위 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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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법 개정에 따라 대대적인 변화를 앞둔 KBS에서 박장범 사장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임 박민 사장에 이어 현 사장 체제에서 보도·제작 자율성 침해 논란을 겪었던 KBS 구성원들이 법 시행에 맞춰 후속 준비 등 요구를 하고 있음에도 박 사장이 거부, 회피 기조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사장이 사규를 위반하고 있다”는 반발도 나온다.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안팎의 공세가 가시화된 상황에서 박 사장은 개정 방송법 중 이사회 재구성 관련 부칙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며 헌법소원을 포함해 “이사들과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파장이 예상된다.

박장범 KBS 사장이 방송법에 대해 위헌 소송 등 법적 자문을 받고 있다고 발언해 파장이 예상된다. 개정된 방송법이 시행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 사장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편성위 구성·개최 요구에 거부로 일관
KBS 내부에선 개정된 방송법에 따라 1년 넘게 파행 운영된 편성위원회 개최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다. KBS는 기존 방송법 체제에서 이미 방송편성규약과 노사 동수의 편성위 등을 두고 있었는데, 박민 전 사장 이후 사실상 무력화됐다. 그러나 개정 방송법에 따라 노사 동수 편성위는 법적 의무가 됐고, 임명동의제 시행을 위한 보도책임자 범위와 동의 절차, 이사 추천 주체 중 임직원의 대표성, 추천 기준과 절차 등을 정해 편성규약에 반영하는 일도 편성위가 맡게 됐다. 이에 KBS 기자협회 등 내부 직능단체로 구성된 편성위 실무자 측이 회의 운영 세칙 등을 논의할 편성위 개최를 거듭 요구했으나, 박 사장은 “방송법 관련 안건은 방송통신위원회 규칙에 의해 편성위를 새롭게 구성해 논의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하며 편성위 개최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22일 실무자 측 편성위원들은 두 번째 공동성명을 내어 “새 방송법 공포에 따라 KBS는 석 달 안에 새로 이사회를 꾸려야 한다. 현 편성규약 상, 엄연한 실무자 측 위원인 우리는 회사의 준비 과정을 듣고 의견을 제시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실무자 편성위원 대표인 강윤기 KBS PD협회장은 “종사자 대표를 정해야 하는 방통위 규칙을 대며 사측이 핑계를 대고 있지만, 몇 주가 걸릴지 몇 달이 걸릴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KBS는 현재 교섭대표 노조가 없어 결국 직능단체를 중심으로 한 현재 편성위원들이 카운터 파트너가 맞다. 편성규약에 대한 논의도 시작돼야 하는데, 의미 없는 시간 끌기가 될 것 같아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감사원 청구로 번진 ‘박장범 특별감사’
자신에 대한 특별감사를 무력화한다는 논란을 빚었던 박장범 사장이 감사원 조사를 받게 될지도 주목된다. 25일 KBS 감사실은 “박 사장은 감사 독립성을 보장한 공공감사제도를 훼손했으며 다수의 법령과 사규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했다”는 특별감사 결과를 냈다. 박 사장이 감사실 인사 교체 요구를 4차례 거부하자 이를 ‘감사 독립성 침해’라 판단, 특별감사를 벌인지 한 달여 만에 나온 결론이다. 감사실은 다만 “조직적인 감사 방해로 현 상황에서 사실상 내부 조사가 계속되기 어렵다”며 이날 강제 조사와 처분을 할 수 있는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같은 날 92개 언론·시민·노동단체로 구성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도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별도로 청구했다.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낙하산 사장이 들어선 후 임명동의제 파기, 일방적 프로그램 폐지 등 KBS 파괴를 제어할 감사실을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단순히 사장과 감사의 권한 다툼이 아니다. 감사실의 독립성을 세우는 것은 KBS가 공영방송 본연의 역할로 정상화되는 관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25일 박장범 사장의 감사실 권한 침해에 대한 공익감사를 감사원에 청구했다. 이날 92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KBS본관 앞에서 감사원의 신속한 감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단협 결렬… 사장 퇴진 투쟁 가나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21일 사측과의 단체협약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단협 결렬에 따라 KBS본부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노동위 조정이 결렬되면 KBS본부는 쟁의행위권을 취득할 수 있고,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할 수 있다.

KBS본부는 21일 관련 성명을 내어 “사측은 공영방송 근로자의 핵심근로조건인 공정방송을 지키기 위한 각종 장치를 축소하거나 폐지하려고 시도했고, 편성규약에 명시된 임명동의제 폐지는 물론, 공정방송위원회의 경우 다룰 수 있는 안건의 범위를 축소하고 안건 채택 또한 사측과 합의토록 해 사측이 공방위 개최의 권한을 가지려고 했다”며 “사측의 무성의한 교섭과 근로조건 개악 시도에 분노를 금치 못한다. KBS본부는 동료들의 무너진 자긍심을 높이고, 어디에도 부끄럽지 않은 KBS를 만들기 위해 강력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사장은 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자신의 임기는 보장돼야 한다며 개정 방송법에 대한 헌법소원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날 시행된 방송법엔 3개월 내 이사회가 새로 구성돼야 한다는 부칙 조항과 시민들로 구성된 사장후보자국민추천위원회(사추위)가 사장 후보를 복수로 추천하고, 재적 이사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선임하는 특별다수제 내용도 포함됐다. 해당 법엔 이사회 경우처럼 사장 임기 기한이 명시되진 않았지만, 법안을 냈던 더불어민주당에선 ‘사추위 등 신법에 적용해 새로운 사장이 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 사장은 방송법 개정 내용 동의 여부와 법적조치 계획에 대한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3개월 이내에 KBS 이사진을 교체해야 하는 부칙 조항에 대해선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사분들과 법적조치를 포함해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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