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피하지 않다"더니… '파우치 박'은 조롱이라는 박장범 사장
26일 과방위 전체회의서 여당 의원들 질타에 "창피하진 않다"
3개월 전 언론노조 KBS본부엔 "'파우치 박'은 명예훼손" 공문
박장범 KBS 사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대담을 진행할 당시 했던 일명 ‘파우치’ 발언에 대해 “창피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자신에게 꼬리표처럼 붙은 ‘파우치 박’이라는 표현에 대해선 박 사장은 “특정인으로 조롱하고 비하하는 표현”이라며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에 명예훼손 등 법적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공문을 보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 사장은 지난해 2월 KBS 9시뉴스 앵커 시절 윤석열 당시 대통령과의 신년 대담 중 김건희씨의 명품백 수수 의혹을 언급하며 “이른바 파우치, 외국 회사의 조그마한 백”이라고 표현해 뇌물 수수 의혹을 축소하려는 의도라는 안팎의 비판이 쏟아진 바 있다. 결국 시간이 지나 자신을 사장으로 임명한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을 일으키며 파면됐고, 내란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이다. 김건희씨 역시 명품가방 외에도 명품 목걸이, 시계, 브로치 등 대가성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 상태다.
26일 KBS 결산 등으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선 박 사장의 당시 윤 전 대통령과의 대담 진행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이정헌 의원은 ‘파우치 발언’ 등 대담 당시 화면을 틀며 박 사장에게 “어두운 기억을 다시 꺼내는 것 같아서 불편하실 텐데 지금 1년 만에 다시 보니 어떻게 보이나, 창피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박 사장은 “창피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사장은 앞서 5월30일 언론노조 KBS본부에 공문을 보내 “‘OOO 박’ 등 특정인을 조롱하고 비하하는 표현은 인격 침해의 소지가 있으며, 인격을 침해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표현을 반복해 사용할 경우 형법 307조 등에 의해 법적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KBS본부는 박 사장의 ‘파우치’ 발언에 대해 비판하며 성명 등에서 ‘파우치 박’이라 쓰고 있다.
이날 과방위 회의에 참석한 박상현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이 공문을 보고 파우치라는 단어가 비하와 경멸적인 표현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고 지적했다.
과방위원장인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이에 “파우치라고 표현한 게 부끄럽지 않다면서 왜 ‘파우치 박’에 대해서는 저런 공문을 보냈냐”고 박 사장에 물었다. 이에 박 사장은 “노조엔 표현의 자유가 있지만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부분에 대해서 가급적 품위 있게 표현해 달라고 한 것”이라며 “공문을 보냈지만 표현 여부는 노조에 달려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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