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법 개정안이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공영방송 KBS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법적 토대가 마련됐다. 두드러진 변화는 KBS 사장 선출 방식이다. 바뀐 방송법은 사장을 뽑는 KBS 이사회 구성에 정치권의 영향력을 축소하고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에서 사장을 추천하도록 명문화해 시민 참여를 강화했다.
KBS 사장 선출은 1987년 11월 개정된 한국방송공사법에 따라 이사회의 몫이었다. 2000년 3월 이른바 ‘통합방송법’ 시행 뒤에도 변함이 없었다. 문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맛에 따라 공영방송에 ‘낙하산 사장’을 내려보내는 구태가 반복됐다는 점이다. 이사회 구성이 ‘여야 나눠 먹기식’이다 보니 벌어진 일이었다. 그래서 이번 개정 방송법은 정치권의 입김에 수시로 훼손돼 온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38년 만에 이뤄진 가장 대대적인 수술로 평가된다.
21일쯤 열릴 국회 본회의에선 ‘방송3법’ 가운데 두 번째로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 처리도 예상된다. MBC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 추천 주체를 국회와 관련 단체 등으로 다각화하고 이사 수도 13명으로 늘리는 내용이 골자다. 21일은 공영방송을 국민의 품으로 돌려주자고 외치다 병마를 겪으며 2019년 세상을 떠난 이용마 기자의 6주기 기일이기도 하다.
공영방송 사장 후보를 국민이 직접 평가해 추천할 수 있게끔 마련한 제도적 장치에 대해 보수 야당의 반응은 사뭇 부정적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법안을 ‘영구 방송장악법’이라며 강력히 반발했고 소속 의원들은 정권의 기관 방송을 만들겠다는 특정 정당의 방송장악 시도라며 날을 세웠다. 과연 국민의힘이 이런 주장을 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KBS 수신료 분리징수는 물론 MBC의 ‘바이든-날리면’ 사태, TBS 지원 조례 폐지에 YTN 매각까지 윤석열 정부 시절 국민의힘이 공영방송의 근간을 무너뜨리기 위해 노골적으로 나선 행적들을 국민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사실 공영방송을 주인인 국민의 품으로 돌리는 작업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대통령실은 공영방송 지배구조의 제도화라는 숙원이 풀렸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첫걸음이라면서도 방송법 규칙 개정 등 후속 조치를 신중하고 신속하게 처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법안을 주도한 여당도 법의 미비점이 존재한다고 인정하는 만큼 후속 논의는 개방적인 공론장에서 투명한 절차로 진행하고 참여하는 모든 주체가 높은 책임감을 가지고 협력할 것을 주문했다.
당장 개정 방송법 부칙에 따라 KBS는 시행 후 3개월 이내에 새로 이사회를 구성해야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가 파행 운영되는 상황에서 난항도 예상된다. KBS 이사를 추천할 방송 관련 학회와 변호사 단체는 방통위 규칙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방통위 규칙을 개정하려면 의결이 필요한데 현재 이진숙 위원장 1인 체제의 방통위에서는 불가능하다.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는 말이 있다. 사회에서 꼭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덕적 원칙을 강제적으로 규정하는 게 법이지만 법이 존재한다고 해서 문제는 저절로 해결되지 않는다. 한국기자협회 등 현업 6단체는 공동성명을 통해 “만들어진 제도를 어떻게 잘 운영할 것인가가 관건”이라며 “이제 공영방송은 시민들의 기대 앞에 두려운 마음으로 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제 현업 종사자들이 행동으로 실천에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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