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언론사 유튜브 채널인 ‘KNN뉴스’와 ‘엠키타카’, ‘JTV뉴스’가 전국구 채널로 거듭나고 있다. 작년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구독자가 70~80만 가까이 증가하면서 100만 구독자에 다가섰다. 정치적 격변이 만들어낸 콘텐츠 수요에 라이브 스트리밍, 클립 영상 등 맞춤형 전략이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면서 가히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모양새다.
정치 콘텐츠가 채널 인지도와 영향력을 끌어올린 한계가 있지만, 구독자 증가가 지역 콘텐츠 수요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건 분명하다. 새로운 시청자와 만나고, 지역에서 만든 이야기가 유튜브를 타고 전국으로 퍼져나가고, 아울러 하락하는 광고 수익을 대체할 통로가 될 수도 있다.
KNN, 선택과 집중으로 100만 구독 눈앞
부산·경남 민방 KNN은 3년 전부터 뉴스 채널 ‘KNN뉴스’와 강연 채널 ‘캐내네 스피치’에 집중하고 있다. 두 채널에 인력과 자원을 집중하면서 ‘KNN뉴스’ 구독자는 8월5일 현재 98.6만명을 기록하고 있다. 2023년 1월 5만명이던 구독자는 29만명(2024년 1월), 64만명(2025년 1월)이 됐고, 올해 상반기만 33만명이 증가했다.
임혁규 KNN 뉴미디어국장은 “1등 따라잡기와 자체 콘텐츠 개발, 정치 콘텐츠가 성장 전략”이라고 꼽았다. KNN은 초기 MBC·SBS·JTBC 등 규모가 큰 유튜브 채널을 벤치마킹했다. 콘텐츠 특징을 분석하고, 어떤 방향으로 썸네일(미리보기 화면)을 디자인하고 제목을 뽑는지 등을 보며 따라잡기를 했다.
처음 유효했던 ‘1등 따라잡기’ 전략은 곧 벽에 부닥쳤다. 지역 방송은 중앙 언론의 콘텐츠 생산량과 콘텐츠 깊이를 따라갈 수 없었다. KNN에서 생산한 콘텐츠로는 채널 유지가 어려워졌다. 어디서든 만들 수 있는 뉴스, 사람들이 좋아하는 뉴스를 중심으로 두고 자체적인 콘텐츠 개발에 나섰다. 이슈로 뜨는 기사 댓글을 참고해 뉴스를 만들고, 커뮤니티, 블라인드, 카페에 올라온 글을 소스로 콘텐츠를 개발했다. 사건·사고 영상을 활용하거나 제보 영상을 재가공한 뉴스가 구독자 확대를 이끌었다.
KNN은 재작년 8월 서울지사에 뉴미디어 전담 영상 취재 인력을 두고 라이브 스트리밍을 시작했다. 국회 상황 실시간 생중계는 물론 클립 영상, 쇼츠 등 다양한 콘텐츠로 올리고 그 영상에 대한 반응을 묶어서 내보냈다. 정치 콘텐츠를 비교적 빨리 시작한 셈이다. 그런 경험이 작년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국면 등 정치적 격변기와 맞물리면서 구독자 폭발로 이어졌다. 임 국장은 “사건·사고 뉴스, 온라인 이슈들이 채널 성장의 토대를 닦았고, 작년 후반부터 정치가 탄력을 받았다”고 말했다.
유튜브 전담 직원은 강연 채널 ‘캐내네 스피치’를 포함해 20여명이다.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국회 등 각종 라이브 영상을 들여다보며 클립이나 쇼츠를 만들고 썸네일을 단다. 올해 초 디지털 기사를 쓰는 온라인 기자를 새로 뽑았고, 아나운서 아카데미와 협업해 디지털 뉴스를 녹음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에 전념한 3년(2023~2025년) 사이에 뉴미디어국 조직과 규모가 커졌다. 인력 확충, 서버나 촬영 장비에 대한 투자도 이어졌다. 그에 따라 유튜브에 올라가는 콘텐츠가 하루 200개에 달한다. 평일엔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교대 근무로 돌아가고, 주말도 콘텐츠가 계속해서 올라간다.
지난해 유튜브 채널 수익은 2023년에 비해 4.5배가 늘었고, 올해 상반기는 작년 동기에 견줘 70%쯤 성장했다. 유튜브 채널이 성장하면서 KNN이 만든 뉴스에 대한 이용자들의 관심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100만 조회수의 로컬 기사가 종종 나오고, 전체적으로 KNN 뉴스에 대한 조회수가 10배 이상 성장했다.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과 관련한 새로운 시각이라든지 사업이 일시 중단된 가덕도신공항 문제가 뭔지 생각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KNN뉴스 채널이 2013년에 개설됐거든요. 프로그램이나 뉴스를 잘라서 올리는 아카이빙(자료보관)만 했어요. 3년 전부터 유튜브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건데, 인력을 갈아 넣는 노동집약적인 방식으로 성장했습니다. 개인 채널, 지역 언론사 채널이 많아지면서 유튜브가 레드오션이 됐지만 KNN뉴스는 성장할 여력이 있다고 봅니다. 공개된 소스에서 벗어난 새로운 콘텐츠, 우리만의 독자적 콘텐츠가 계속 성장할 수 있는 길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임 국장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다국어 서비스, 서울지사 확대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엠키타카 돌풍의 시작 ‘채 상병 청문회’
‘엠키타카’는 MBC경남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다. 4년 전에 기존 채널명인 ‘MBC경남 엔터테인먼트’를 내부 공모를 받아 바꿨다. “충성 구독자가 많은 것도 아닌데, 못할 게 뭐 있겠느냐. 채널명 변경도 검토해보라”는 이우환 사장의 제안을 받아들여 유튜브에서 MBC경남 타이틀을 뺐다.
MBC경남은 여느 지역 방송과 마찬가지로 아카이빙 차원에서 뉴스나 프로그램을 유튜브에 올렸다. 2부작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 유튜브 공개도 아카이빙 일환이었다. 방송 직후인 2023년 1월2일에 엠키타카에 올렸는데 누리꾼들이 몰려 그날 하루 조회수가 20만회 나왔다. 당시 엠키타카는 ‘어른 김장하’처럼 터지는 콘텐츠가 나오면 구독자가 약간씩 늘어나는 수준이었다.
그해 5월 시사·교양 프로그램 ‘뉴스파다’를 매주 월·화·수요일 TV와 라디오, 유튜브로 동시 생중계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유튜브 방송과 함께 시사와 생활정보 콘텐츠들이 엠키타카로 유입되자 클립 영상을 만들며 유튜브를 채워나갔다. 그렇다고 해도 콘텐츠 제작물을 업로드하는 수준이라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 무렵 전우석 MBC경남 제작부장은 iMBC를 견학하면서 국회 인터넷 영상을 활용하는 걸 봤다. 공공저작물이라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2023년 8월 육군사관학교의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이슈가 터졌다. 국방부 대변인과 출입기자 사이에 설전이 오가는 국방부 브리핑 영상을 활용해서 유튜브에 올렸는데 조회수가 유의미하게 나왔다. 전 부장은 “엠키타카가 국회 라이브 영상 등 공공저작물을 활용한 최초의 사례였다”면서 “유튜브 시장에서 이런 콘텐츠가 통한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국회 영상을 본격적으로 활용한 건 지난해 6월21일 열린 순직 해병대원 특검법 입법 청문회였다. ‘뉴스파다 외전’의 시작이었다. 하루 내내 라이브를 틀어놓고 의원별, 주제별, 맥락별로 각기 다른 클립 영상을 만들어 올렸다. 그날 하루에 40~50개 클립 영상을 유튜브에 냈다. 순직 해병의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클립 영상에 팬덤층이 생겨나며 구독자가 확 늘어났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인사청문회, 김용현 국방부 장관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 정치 이벤트에 12·3 계엄 사태가 겹치면서 작년 7월부터 12월까지 구독자가 45만명 늘었다.
상승세를 탄 구독자는 올해 탄핵 재판, 대선 등으로 이어지며 폭증했다. 작년 초 10만명에 불과하던 엠키타카 구독자는 8월5일 현재 89.9만명이다. 작년 MBC경남 매출은 220억원으로 2023년에 비해 9억원 늘었는데, 엠키타카와 보도국이 운영하는 유튜브 ‘엠뉴’ 채널 수익이 큰 영향을 미쳤다.
엠키타카를 전담하는 직원은 전 부장을 포함해 모두 4명이다. 오윤식·배홍준 유튜브 PD는 클립 영상을 만들고, 민영채 유튜브 PD는 쇼츠와 커뮤니티 게시판을 담당한다. 평상시 하루에 유튜브에 노출되는 콘텐츠는 10~20개쯤이다. 조회수 유혹을 받는 게 유튜브의 생리지만 나름의 원칙을 갖고 있다. 자극적인 표현을 자제하고, 혐오·차별 표현을 경계하며 부정선거 등 극우 주장은 아예 다루지 않는다.
전 부장은 “적당한 선을 지키면서 채널 운영을 하고 있다”면서 “채널 호감도를 유지해야 정치 콘텐츠가 꺾이더라도 다른 콘텐츠로 동력을 만들 수 있다. MBC경남의 콘텐츠가 유튜브에서 선순환되도록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JTV뉴스, 1년4개월만 구독자 50배 폭증
JTV 전주방송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JTV뉴스’는 작년 3월 구독자가 2만명에 불과했다. 22대 총선을 겨냥한 콘텐츠로 기지개를 켜더니 국회와 정당 영상 실시간 업로드, 12·3 비상 계엄 선포에서 탄핵, 대선 등 정치 특수에 힘입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8월5일 현재 구독자는 91.2만명이다.
JTV뉴스 성장 배경에 대해 김철 디지털뉴스추진단장은 “시의성 있는 정치 콘텐츠와 수요자 맞춤형 기획으로 급성장했다”며 “작년 3~4월 최강욱 전 의원을 시민기자로 위촉해 구독자가 급증했고 국회 관련 영상의 신속한 업로드 전략으로 전국 시청자층을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JTV뉴스는 작년 4월 22대 총선을 맞아 유튜브 전용 프로그램을 론칭했는데, 최강욱 전 의원이 총선 출마 후보자와 인터뷰를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다. 주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관련 정치인이 출연했다. JTV뉴스는 올해 3월 중순부터 서울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 ‘최강욱의 여의도 정치’를 정례 편성했고 김상욱·이정헌 민주당 의원 등이 라이브에 나왔다.
특정 정당의 지지층에 주력하는 콘텐츠 전략이 정치 콘텐츠 수요와 맞물리며 구독자 폭증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유튜브 수익은 2023년보다 5~6배 증가했고, 올해는 작년보다 수익이 2배 늘어날 것으로 JTV는 예상한다. JTV뉴스는 디지털뉴스추진단이 전담 운영한다. 6명(겸직 4명, 프리랜서 2명)이 영상 제작, 썸네일, 커뮤니티 운영까지 맡고 있다.
김철 단장은 “자체 콘텐츠 강화, 데이터 기반 제작, 심층 뉴스 확대라는 3가지 방향으로 콘텐츠 질을 높일 예정”이라며 “시리즈물과 기획취재를 늘리고 유튜브에 적합한 콘텐츠를 확충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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