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디올·서브웨이·파파존스·예스24·SGI서울보증까지…. 올해 상반기 해킹을 당한 기업들입니다. 이들은 내부 자료가 유출되고 서버가 마비되자 피해 사실을 신고하고 복구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해킹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는 기업은 빙산의 일각입니다. 해킹을 당해도 절대 알리지 않고 꽁꽁 숨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열에 아홉이 해킹 사실을 ‘은폐’한다는 소식을 우연히 접한 뒤 ‘왜 신고를 안 하는 걸까’에서 시작한 호기심은 이대로 두면 안 될 것 같다는 위기감을 불렀고 실태를 파헤쳐보겠다는 마음으로 이어졌습니다.
은폐가 계속된다면 해킹은 영원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취재 초반에는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막막한 심정이었지만 구체적인 제보를 받아 용기를 얻었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취재 대상을 넓히면서 진상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피해 기업들이 왜 숨으려고 하는 건지, 어떻게 나홀로 피해를 복구하는지, 정부는 지금껏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넉 달 동안 묻고 또 물었습니다.
보도 이후 국회는 기업들의 보안 투자를 유도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정부는 중소기업 대상 보안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해킹당한 기업들이 두려움에 떨며 고군분투하는 일이 없도록 미국처럼 능력 있는 해킹 전문가를 기르고 취약점을 차단할 장기 대책이 필요합니다. 해킹은 보도로 드러난 몇몇 기업의 피해가 아니라 우리나라 기업 전체가 직면한 위기입니다. 또 그 기업에 다니는 국민의 민생 문제입니다.
피 말렸던 섭외 설득 끝에 답이 오면 주말에도 같이 인터뷰를 하러 갔던 박유진·심나영 선배, 서로에게 버팀목이 된 팀을 만나 행운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짧게는 2주, 길게는 두 달 동안 숙고한 끝에 취지에 공감하고 인터뷰에 응해 준 피해 기업 대표님들과 직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우리 같은 피해자가 다시는 나오지 않게 해 달라”는 당부를 잊지 않고 계속 관심을 가지며 후속보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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