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감사할 책임자 자리에 측근 임원을 임명한 박장범 KBS 사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정치권에서도 터져 나오고 있다. 감사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조치가 철회되지 않을 경우 박 사장을 향한 비판은 사퇴 압박으로 수위를 더해 갈 것으로 전망된다.
박장범 사장의 감사 업무 방해에 대한 비판 성명은 30일 더불어민주당에 이어 31일 야당인 조국혁신당과 진보당에서도 나왔다.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박장범 사장이 자신에 대한 특별감사를 무력화하기 위해 법률이 보장한 KBS 감사의 독립적 직무수행 권한을 조직적으로 박탈하고, 감사 권한을 자신의 최측근 임원에게 넘기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고 규탄 성명을 냈다.
박장범 사장은 앞서 28일 감사실 부당인사와 배임 등 문제로 자신에 대한 특별감사를 예고한 박찬욱 KBS 감사를 해당 업무에서 사실상 배제했다. 그리고 특별감사를 총괄할 직무 공동수행자로 경영본부장을 임명했다. 감사 대상자가 자신이 임명한 임원에게 특별감사 업무를 맡기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박 사장은 감사실 부장 4인이 ‘이해충돌’을 이유로 박 감사에 대해 기피 신청한 것을 수용했는데, 그 부장들 또한 박 사장과 전임 박민 사장이 임명한 사람들이어서 박 사장이야말로 이해충돌방지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박장범 사장은 이해충돌이라는 근거 없는 이유로 감사가 감사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사장이 자신의 인사 라인을 이용해 감사 직무를 무력화한 것”이라며 “감사권의 본질적 박탈이자, 공영방송 KBS 내부의 독립적 통제시스템을 해체하는 심각한 권한 남용으로, 법령과 규정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국혁신당 이해민 의원도 이를 “셀프 감사”이자 “사실상 감사 회피이며, KBS 창립이래 초유의 감사 무력화 시도”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해민 의원은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사장을 향해 “감사업무 방해를 즉시 중단하고, 불법 조치를 철회하며, 정당한 감사에 응하라”고 경고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 의원은 “감사 독립성이 무너지면 사장의 전횡을 막을 방법은 없다. 그 순간, KBS의 신뢰와 시청자의 권리는 무너지고, 공영방송은 권력의 도구로 전락한다”면서 “KBS가 스스로 공적 책무를 버리는 일, 수신료 내는 국민이 어찌 용납할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이미선 진보당 부대변인도 “감사의 독립성을 침해하며, 본인을 감사할 책임자 자리에 측근인 경영본부장을 앉힌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월권이자 위법 행위”라고 비판하며 박 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박장범 사장은 자신의 권한을 남용하고 불법 조치를 감추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있다”면서 “공영방송을 망가뜨리고 불법을 자행하는 인사를 KBS 사장으로 계속 둘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권불십년이라 했다. YTN 김백 전 사장도 결국 스스로 물러났다. 이번에는 박장범 사장의 차례”라며 “법과 제도를 무시하며 공영방송의 근간을 흔드는 인사는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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