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범 KBS 사장이 자신에 대한 특별감사가 시작되자 본인이 임명한 경영본부장에게 감사를 맡기고 감사 실시를 결정한 감사는 업무에서 배제시키려 해 파장이 일고 있다. 이를 두고 “감사업무방해”라며 “감사제도 본질을 훼손하고, 법적 요건도 갖추지 못한 중대한 위법행위”라는 박찬욱 KBS 감사의 경고가 나왔다. 박 감사는 박 사장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철회하지 않을 경우 방송법과 감사직무규정에 근거해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28일 박찬욱 감사는 박장범 사장의 감사실 부당인사와 배임 문제와 관련해 특별감사를 실시한다는 내용의 사내 문서를 등록했다. 하루만인 29일 박장범 사장은 박 감사에게 △감사의 특별감사 ‘직무 공동수행자’로 경영본부장을 임명하고 △경영본부장이 특별감사의 모든 과정을 총괄하고 최종 결정권을 가지며 △감사는 특별감사 최종 의사결정에는 관여할 수 없다는 내용의 문서를 발송했다. 감사실 부장들이 ‘이해충돌’을 이유로 박 감사에 대한 기피 신청을 했다는 게 시행 사유였다.
기피 신청을 한 이들은 박민 전 사장과 박장범 사장이 임명한 인사들로, 박 감사가 지속적으로 이들에 대한 인사 교체를 요구했지만 박 사장은 이를 거부해왔다. ‘직무수행과 관련해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자가 해당 공직자에게 사적 이해관계가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 소속 기관장에게 기피를 신청할 수 있다’는 내용의 이해충돌방지법 5조2항을 근거로 부장들의 기피 신청을 수용한 박 사장은 곧바로 정국진 경영본부장을 감사 ‘직무공동수행자’로 지정해 특별감사 업무를 일임하도록 했다.
박 감사는 30일 입장문을 내어 박 사장이 이해충돌방지법 해석을 왜곡하고 있고, 오히려 해당 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감사는 “(해당 법 5조2항의) 사적 이해관계자란 일반적으로 가족, 금전 거래 상대, 과거 고용주 등 개인적 유대 또는 경제적 이해 얽힌 자를 의미한다”며 “법률자문 결과도 상급자의 정당한 직무수행을 근거로 기피 신청을 하는 것은 법 취지와 전혀 부합하지 않고 감사가 사장을 감사하는 것은 공적인 직무이며 이해충돌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감사는 집행기관의 지위에서 인사 발령을 요구한 것에 대한 사장의 거부에 관해 특별감사를 실하는 것이므로, 그 결과에 따라 이익 또는 불이익을 직접적으로 받는 개인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법률 검토 의견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박 감사는 박 사장의 이번 조치에 대해 “불법적 감사 권한 박탈이자, 감사직무규정에 정면으로 위배되고, 특별감사 대상자인 박장범 사장이 특감 시행 주체를 임명하는 것 자체가 이해충돌방지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6월9일 서울고등법원이 ‘2인 체제’ 방송통신위원회가 의결한 정지환 KBS 감사 임명에 대해 효력정지 판결을 내리며 박 감사는 두 달여 만에 업무에 복귀했다. 박 감사는 복귀 직후부터 감사실 인사 교체를 네 차례 요구했으나 박 사장은 본안소송이 진행 중이라 정지환 감사의 직무 정지는 일시적인 것이고, 감사업무의 일관성 유지를 위해 현 부서장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거부해 왔다. 이에 1일 박 감사는 “사장이 감사의 인사권을 통제하고, 직무 수행을 방해하는 것은 이 모든 법률과 규정을 위반하는 심각한 독립성 침해 행위”라며 박 사장의 감사실 부서장 인사 요청 거부 문제와 함께 감사실 이중 보직자 문제 등을 두고 감사에 착수한다고 예고했다.
30일 입장문에서 박 감사는 “감사는 방송법상 사장과 동등한 독립된 집행기관”이라며 “KBS 사장이 방송법상 보장된 KBS 감사의 독립성과 직무권한을 지속적으로 침해하고, 방해하는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사장이 이번 조치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방송법과 감사직무규정에 근거해 잘못된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며 “박 사장은 관련법에 따라 감사에 성실하게 임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KBS는 별도로 입장문을 내고 박 감사의 감사실 인사 교체 주장에 대해 “감사직무규정 제9조는 감사부서의 보직 및 전보는 감사의 요청에 의한다. 감사의 요청대로 조치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 사유를 서면으로 통보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며 “감사가 요청한다고 무조건 발령을 내야하는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어 박 감사의 특별감사 실시에 대해 “방송법, 정관, 사규에 의해 사장의 인사권이 명백하게 보장되고 있음에도 불구, 박찬욱 감사는 자신이 요청했는데 발령을 내주지 않는다고 해서 특별감사를 실시하겠다는 것”이라며 “더욱이 박찬욱 감사는 이해충돌방지법에 의하면 이해충돌의 당사자에 해당된다. 이에 박 사장은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 제7조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직무공동수행자를 지정하여 이번 특별감사업무를 총괄케 조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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