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박윤슬(문화일보), 이솔(한국경제신문), 고운호(조선일보), 박형기(동아일보), 이현덕(영남일보), 김정호(강원도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가까운 이들의 전화를 자주 받는다. 휴대전화 너머 들려오는 목소리에는 주로 시시콜콜한 이야기보다 깊은 고민과 어려움이 담겨있다. 그저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는 사실을 알기에 온전히 그 이야기에 집중한다. 오늘 하루 그가 느꼈을 기분이 어땠을지 상상하며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마음속에서 정리한다. 통화 말미 한층 밝아진 목소리를 느낄 때마다 편안함을 느낀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다는 생각과 함께 침대에 몸을 눕힌다.
박물관을 거닐다 우연히 수화기를 든 한 무리와 마주쳤다. 발길을 멈추게 한 것은 시인이자 예술가 존 조르노의 작품 . 다이얼을 돌려 원하는 번호를 입력하면 해당 시인이 직접 낭독한 시를 들려준다. 새하얀 갤러리 한가운데 놓인 전화기를 붙잡고 있는 이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목소리에 집중한 얼굴에는 다양한 감정이 가득했다. 전화를 받는 내 모습이 어떨지 떠올라서일까. 미소와 함께 수화기를 내려놓는 이들의 얼굴을 보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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