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조선비즈와 협업으로 '디지털 퍼스트' 승부수

온라인 기사는 '빠르게 많이', 지면 제작은 '전담팀'이
유료화 염두 경제콘텐츠 강화 방향… 내달 시행 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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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와 조선비즈의 통합설까지 거론됐던 양사의 협업이 경제 분야 일선 기자들의 ‘온라인 퍼스트’와 관련 지면을 담당하는 ‘신문제작 전담팀’ 신설로 가닥이 잡혔다. 디지털 유료화 핵심 콘텐츠로 ‘경제 콘텐츠’를 놓고 온라인에선 양을 늘려 대중의 선호에 대응하는 한편, 지면은 전담 조직이 맡아 경제 전문가나 투자자가 찾아보는, 프리미엄화를 꾀하는 방향이다.

양사 간부·기자 10여명으로 꾸려진 ‘디지털 퍼스트 TF팀’은 15일 오후 5시쯤 조선일보 경제·산업·테크부 기자들을 대상으로 협업 관련 간담회를 열고 업무개편 시안을 공유했다. 온라인 기사는 더 빠르게 많이 쓰고, 지면은 이 결과물을 바탕으로 제작하되 더 전문적인 내용을 싣는 게 핵심이다. 앞서 강경희 조선일보 편집국장은 조선일보 경제 관련 부서와 조선비즈의 조직통합, 분사설이 돌던 상황에서 통합설은 일축하고 ‘경제 콘텐츠’ 강화를 위한 양사의 협업 추진 방향을 밝힌 바 있다.

17일자 조선노보.

조선일보 노동조합이 발행하는 17일자 조선노보에 따르면 이날 간담회에선 현장 기자가 아침 발제 단계부터 기사 송고까지 온라인을 중심에 놓고 업무하는 방향이 제시됐다. 온라인 기사는 기자가 우선 출고하면 이후 팀장과 부장 등 데스크가 손을 보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노보에서 TF팀은 “디지털 기사 송고는 출근·점심·퇴근 시간대에 집중되며, 하루 50건 이상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관련 지면 제작은 신설된 ‘신문제작 전담팀’이 맡는다. 팀은 김흥수 조선일보 경제에디터(팀장)를 비롯해 경제·산업·테크부 등 부서당 1인씩 기자 3인, 조선비즈 2인 등 총 6인으로 꾸려진다. 그날 온라인에 송출된 조선일보와 조선비즈 기사 중 지면에 실을만한 기사를 선별, 재가공해 경제섹션(조선경제) 지면을 제작한다. 현장 기자들에겐 오후 6시 이후에는 업무 관련 연락을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이 같은 방향은 일반 독자의 경제정보 수요에 온라인에서 양적 대응을 통해 매체 영향력을 이어가고, 지면은 정보량과 밀도를 높인 질적 조치를 취해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프리미엄화 노선을 추구하겠다는 의미다. 강 편집국장은 이날 노보에서 “경제 지면에 한해서는 중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쉽고 예쁜’ 지면을 만들던 방침에서 벗어나, 파이낸셜 타임즈처럼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지더라도 경제 전문가나 투자자들이 인정하고 찾아볼만한 깊이있는 지면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앞서 편집국장 취임 직후 나온 6월26일자 조선노보에서 강 국장은 “일반적인 독자들 사이에서 경제 정보에 대한 수요가 많고, 장차 유료화가 가능하거나 새로운 비즈니스와 접목할 수 있는 것도 경제 콘텐츠라고 생각한다”며 디지털 전환, 유료화 차원에서 경제 콘텐츠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더 많은 기자를 투입해 바닥 정보를 취재해야 하고 시장 움직임을 파악해 빠르게 실시간 보도해야 하는데 그러기에 신문이라는 플랫폼은 너무나 한계가 많다. 결국 디지털 퍼스트를 강화해야 매체의 영향력도 유지된다. 시장과 기술, 정보 유통 속도의 변화에 따라가려면 우리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신문제작 전담조직을 별도로 두며 지면과 디지털을 쪼개는 조직개편이 중앙일보를 필두로 다수 주요 신문에서 이뤄졌다가 최근 몇 년 새 원래대로 돌아간 바 있다. 당시 지면과 디지털 기사 생산 조직을 나누는 변화에 나서지 않았던 조선일보는 이번에 특정 분야·부서에 한해 유사한 조치를 취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날 공유된 안은 최종 확정 버전은 아니지만 내부에선 8월 ‘예행연습과 시범 제작’, 9월 ‘조선경제 지면 전면 온라인 기사 기반 제작’ 타임라인이 거론되는 상태다.

다만 ‘디지털 전환을 위해선 신문제작의 관성을 버려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신문사들이 ‘지면’과 ‘디지털’ 분리를 한창 했던 시기 내부에선 업무량과 소통 측면에서 많은 혼돈이 벌어졌다. 특히 조선일보의 경우 편집국 부서 간 차원을 넘어 계열사까지 관여된 변화인 만큼 조율, 정리할 부분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노보에선 업무강도 증가, 소통을 두고 우려하는 기자들의 목소리가 담겼다. 이날 간담회에선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키우거나, 각자의 역량과 개성을 살려 브랜딩하는 기사 생산 장려’ 방침이 강조됐지만 “지금은 100의 공력을 들여 톱 기사 하나를 썼다면, 앞으로는 70의 공력으로 온라인 기사 세 개를 써야하는 구조 아닌가”란 질문이 나왔다.

팀장 포함 6인 규모인 지면 전담팀이 재가공까지 하는 업무량, 보상과 평가 기준이 뒤따르지 않는 부분에도 말이 있었다. 두 매체의 중복업무 및 중복노출에 대한 의문을 포함한 협업 방식, 온라인 기사 방향성, 제작단계의 문제, 기사 퀄리티 저하 등을 두고 의문, 지적이 잇따랐다. TF팀은 3~6개월에 한 번씩 전담팀을 교체해 과도한 부하를 막고, 정성·정량 평가기준 보상책을 마련하겠다는 답변 등을 했다. 조선 노조는 이날 노보에서 “시스템 개편을 앞두고 회사 방안을 확정하기에 앞서 일선 기자 간담회를 열고 소통의 장을 마련해 기자들 의견을 청취한 것은 분명 긍정적이나 1회성 이벤트에 그쳐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많다”며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고, 끊임없는 소통으로 신뢰가 동반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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