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공정성이 요구되는 선거였습니다. 부정선거론이 선거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고조시켜 놓았기 때문입니다.
처음 서울 서대문구 구신촌동주민센터 사전투표소를 방문한 건 대선에 참여한 2030 세대를 취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도 청년들과 함께하겠다며 해당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했습니다. 유력 대선 후보가 방문해 취재 열기가 더욱 뜨거워졌고,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까 봐 촉각을 더욱 곤두세웠습니다.
대학생 유권자들과 인터뷰를 하던 도중, 갑자기 투표소 밖 관외 투표자들의 손에 투표용지가 들려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 줄은 투표소 밖으로 수십 미터 이어졌고, 혹시 몰라 사진을 여러 장 찍어놨습니다. 몇십 분 후 다시 방문한 현장에서 투표용지를 든 채 외부에서 황급히 달려오는 여성들을 마주했고, 붙잡아 물어보니 “줄이 길어 점심을 먹고 왔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본지 보도 이후로 선관위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이후에도 선거 관리 부실 정황이 속속 드러났습니다. 선관위는 9월이 돼야 개선 방안이 나온다고 하니 후속 조치가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모습은 아닙니다. 사전투표에 대한 수요가 커진 지는 한참 됐기에 “사전투표에 대한 유권자의 참여율이 매우 높아지고 막대한 인적·물적 자원이 필요해지는 등 도입 취지가 변해 관리가 어렵다”는 선관위의 변명도 통하지 않습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강화된 선거 관리로 국민의 신뢰를 조금이나마 회복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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