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3법 과방위는 넘었는데…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 후폭풍

종편·보도채널에 의무화 조항 신설, 방송사 간 형평성 문제 대두
SBS·지역민방 등 민영 지상파,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 의무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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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3법 개정안이 7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했다. 1일 민주당 ‘단일안’으로는 처음 실체를 드러낸 법안은 이튿날(2일) 과방위 법안심사소위에 이어 7일 전체회의까지 통과하며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의결만을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당초 주요 논의 대상이던 KBS·MBC·EBS 등 공영방송 3사의 지배구조 개선 외에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에 관한 의무화 조항이 신설되며 방송사 간 형평성 문제 등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특히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 의무 조항이 공영방송 3사와 보도채널 2개사(YTN·연합뉴스TV)까지만 적용되면서, 여기 포함되지 않은 지상파 SBS와 지역 민영방송 구성원들의 반발이 거세다. ‘졸속 입법이자 설계 실패’, ‘방송사 갈라치기’라는 비판과 함께 보도책임자 임명동의 조항을 특정 방송사로만 한정한 이유에 대해 민주당의 명확한 설명과 대안 제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7일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와 CJB·G1방송·JIBS·kbc·KNN·TBC·TJB·ubc 등 9개 지역민방 언론노조 지부는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방송3법 단일안의 임명동의제 대상 확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이후 대통령실에 호소문을 전달한 이들은 특정 방송사에만 적용한 방송3법 개정안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 조항에 대해 “차별적 법제화”라고 지적했다. /박지은 기자


◇EBS는 넣고 SBS는 뺀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
과방위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던 7일 오후,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와 9개 지역민방 언론노조 지부는 대통령실에 방송3법 단일안의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 대상 확대를 촉구하는 호소문을 전달했다. 이에 앞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개 방송사로만 한정한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 조항에 대해 “차별적 법제화”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들은 일부 언론사만 법적 테두리로 보호하게 되면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방송사 사측은 이를 빌미로 임명동의제를 없애거나 축소하려 할 것이라 우려했다. 이에 임명동의제 대상을 지상파 전체로 확대하지 않을 바엔 해당 조항을 완전히 삭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과방위 여당 간사인 김현 민주당 의원은 남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임명동의제 조항을 다른 지상파까지 확대 적용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김현 의원은 해당 조항에 대해 “공영방송과 보도채널로 한정한 것으로, 지난 윤석열 정부 때 탄압을 받은 곳이라 먼저 한 것”이라며 “SBS의 경우 기존 노사 협약이 있고. 원래 재허가 조건이기도 했으나 윤석열 정부 방통위에서 이 조건을 부과하지 않은 거다. 또 SBS는 지상파이지만 민영방송이기도 한데 SBS를 포함하면 논란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윤석열 정부 때 탄압받은 방송사를 우선적으로 고려했다는 건데, 그렇다 해도 지상파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민영방송을 제외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설명되지 않는다. 애초 법안 개정 논의의 취지는 공영방송을 대상으로 이사회 구성 다양화 등 지배구조 개선, 내부 견제 시스템 강화에 맞춰졌지만, 민주당 내 논의 과정에서 보도채널 관련 법안을 냈던 일부 의원을 중심으로 임명동의 조항이 보도채널까지 확대되는 안으로 정리된 거란 전언도 나온다.


SBS와 9개 지역민방 노조는 8일 성명을 내고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 법제화는 공정방송을 염원하는 모든 언론 종사자들의 숙원인 만큼 충분한 논의를 거쳐 대다수 언론사에 적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무슨 쪽지예산 집어넣듯 YTN 적용하고, YTN만 넣기 민망하니 연합뉴스TV 적용하고, 보도전문채널만 적용시킬 논리가 부족하니, KBS·MBC·EBS도 일단 넣고 보자는 식으로 애들 장난처럼 진행될 사안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KBS 이사회 3개월 내 새로 구성… 사장 교체 가능성도

지난 윤석열 정부 하에서 이사장·사장 해임에 이어 재정 압박, 보도·제작 자율성 침해 등 숱한 탄압을 겪었던 방송사 노조에선 이번 방송3법 과방위 통과에 환영한다는 입장을 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7일 성명에서 “이번 방송3법 개정안 통과는 통합 방송법 이후 되풀이되어온 정치적 후견주의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공영방송을 그 주인인 국민에게 되돌려주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며 “정치권은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방송3법 개정안을 시급히 처리하라”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엔 현재 11명인 KBS 이사는 15명으로, 9명인 방송문화진흥회 및 EBS 이사는 13명으로 증원하고 추천 주체를 다양화하는 조항이 담겼다. 이사회는 100명 이상의 위원으로 구성된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도 법안심사소위 과정에서 추가됐다. 국회를 통과한 법안이 국무회의를 거쳐 시행·공포되면 이사회는 3개월 이내에 규정에 따라 새로 구성돼야 한다. 해당 부칙엔 KBS 사장, 부사장, 감사의 경우 ‘법 개정 규정에 따른 후임자가 선임·임명 때까지 직무를 행한다’고 나와 있을 뿐, 이사회 경우처럼 임기 기한이 명시되진 않았다.


다만 개정안 취지를 고려할 때 이사회가 새로 구성되면 사장 교체 작업도 곧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장범 KBS 사장의 경우 2027년 12월까지 임기가 남아있다. 김현 의원은 “현재 KBS 사장은 사추위 과정을 거치지 않고 선임됐다”며 “신법에 따라 이사회가 새로 구성되고 사추위가 사장후보를 추천해 이사회에서 임명제청하면 새로운 사장이 일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상현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2000년 통합방송법 시행 당시에도 법령 변경에 따라 이사회가 새로 구성됐고, 이에 따라 당시 박권상 사장이 새로운 이사회에 의해 재신임돼 연임한 전례가 있다”고 말했다.


공영방송 이사를 임명하고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해야 하는 방송통신위원회 개편 작업도 이번 방송3법 처리와 같은 속도로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방통위는 이진숙 위원장 1인만 남아 아무런 심의·의결을 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 KBS 이사는 “이사회 구성이나 추천의 주요한 키가 방통위이기 때문에 3개월 안에 이사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방통위의 법적 개편 문제가 가능한 한 일찍 마무리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법안에 방통위라고 돼 있는데 만약 방통위가 없어지게 된다면 법안을 또 개정해야 하는 형식적 문제도 생기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보도채널 사장도 3개월 내 교체…“주주 권리 침해 우려”
해당 개정안엔 사실상 3개월 이내 보도전문채널의 사장을 교체해야 한다는 부칙도 포함됐다. 이 역시 1일 공개된 법안에는 없다가 2일 법안심사소위 과정에서 추가됐다.

이대로 시행될 경우 주주 권리 침해, 상법과의 상충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방송사의 우려도 나온다. 연합뉴스TV 측은 “주식회사이기 때문에 기존 대표이사 해임, 사장추천위원회 정관 개정 등은 주주총회 결의가 있어야 한다. 주주의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고, 만약 안건이 주총에서 부결될 경우 어떻게 해야 할지 대안이 없는 등 상법과 배치되는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연합뉴스TV의 경우 연합뉴스 자회사가 아닌 관계회사다. 최대주주 외에 다른 주주들도 주주의 권리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상태”라며 “방송사이기에 공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또 주식회사로서 경영의 자유도 같이 보호돼야 한다. 법사위, 본회의 절차가 남아있는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있는 부분들은 보완될 것이라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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