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 (209) 자전거를 버리지 못하는 이유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박윤슬(문화일보), 이솔(한국경제신문), 고운호(조선일보), 박형기(동아일보), 이현덕(영남일보), 김정호(강원도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자전거는 쉽게 버려지지 않는다. 아파트 단지 곳곳의 거치대는 자전거로 빼곡하지만, 그중 상당수는 먼지를 뒤집어쓴 채 멈춰 있다. 타지도 않고, 정리되지도 않은 채 방치된 자전거들. 사람들은 왜 자전거를 쉽게 버리지 못할까.


자전거엔 시절이 담겨 있다. 처음 페달을 밟던 날의 긴장과 떨림,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섰던 용기와 극복의 순간, 스스로 바퀴를 굴리며 느꼈던 자유와 성취감. 그런 장면들이 고스란히 얹혀 있다.


곧게 선 킥보드 하나에서도 그 마음이 전해진다. 바퀴 틈의 흙, 핸들에 남은 손자국. 아이들은 자라고, 자전거는 점점 구석으로 밀려나겠지만, 그 자리에 남은 시간만큼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다시 타게 될 일은 없을지라도, 치워지지 않는 이유는 거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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