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 위기 만성화... "바우처 제도가 활로될 것"

26일 국회도서관서 '미디어 바우처 제도 도입 세미나'
제도 도입전 정교한 설계 필요... "일부 지역서 시범 시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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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복합적 위기에 직면한 지역신문을 지원하기 위해 미디어 바우처 제도를 도입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2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미디어 바우처 제도 도입 세미나’에선 지역신문이 디지털 환경에서 독자 감소, 광고 수익 하락, 경영 악화 등 만성화된 위기에 처해 있다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바우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시됐다.

2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미디어 바우처 제도 도입 세미나’에선 지역신문이 디지털 환경에서 독자 감소, 광고 수익 하락, 경영 악화 등 만성화된 위기에 처해 있다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바우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시됐다. /강아영 기자

미디어 바우처 제도는 정부가 시민에게 일정 금액의 바우처를 지급하고 시민이 신뢰하는 언론사에 그 바우처를 직접 사용케 하는 제도로, 언론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2010년 미국에서 최초로 제안됐고, 한국에선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대, 22대 국회에서 소위 ‘미디어 바우처법’을 대표 발의하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다만 노종면 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이번 세미나에선 지역신문에 한정해 미디어 바우처 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주요하게 제시됐다. 노종면 의원은 “지역신문 중심으로 제도를 설계한다면 중앙에 집중된 여론 구조를 완화하고 지역사회 정보 격차를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발제를 맡은 최진호 경상국립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2005년부터 지역신문발전기금이 운영되고 있지만 예산 규모가 작고 지원 대상 수가 많지 않아 지역신문의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며 “전국을 커버하는 소수 언론사들은 지역신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디지털 전환에 대비하고 있고 재정 상황도 나은 편이다. 또 소수 인지도 높은 전국지, 정파적 입장에 따라 미디어 바우처 쏠림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지역신문에 한정해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다만 정부 재원 마련 방안, 지급대상 및 금액, 지원 대상 매체 등 제도의 구체적인 내용을 두고 다양한 쟁점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도입 목적에 있어선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 같지만 어떤 방식으로 제도를 마련해야 될지에 대해선 상당히 많은 논란과 논의들이 있다”며 “재원 조성 방안과 관련해선 별도의 세금을 징수하거나 정부광고 예산 일부를 출연하는 방식으로 할 수 있겠다. 지급 대상 및 금액 관련해서도 일단 수렴되는 지점은 만 18세 이상, 5~10만원이지만 어떤 형태로 지급할지, 현금으로 지급할지 어떤 시스템을 통해 지급할지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방송 제외하고 지역신문만 바우처 수급 자격... 논란 소지”

토론자들 역시 제도 도입엔 공감하면서도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여라 국회입법조사처 과학방송통신팀 입법조사관은 “제도의 목표, 재원 마련, 지원 대상 기준, 지원 방식, 기대효과와 부작용 등에 대해 제도 도입 전 세심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제도가 잘 활용될 경우 지역 언론에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독자의 정치적 성향에 따른 단순한 인기투표 식으로 흘러가 지역사회 및 국민 간에 또 다른 불필요한 갈등을 불러일으킬 우려도 있다. 제도 도입 전 일부 지역에서 시범 시행 후 실증적·경험적 결과를 바탕으로 제도를 시행하는 것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선 호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도 “제도를 정교하게 설계하지 않을 경우 타당성 있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자칫 정책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제도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목표가 명확해야 한다. ‘퀄리티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것인지, 언론수용자가 희망하는 기사를 작성하는 미디어 환경을 구축하는 것인지, 경영난을 겪고 있는 지역 언론을 지원하는 것인지 뚜렷한 방향 제시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2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미디어 바우처 제도 도입 세미나’에선 지역신문이 디지털 환경에서 독자 감소, 광고 수익 하락, 경영 악화 등 만성화된 위기에 처해 있다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바우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시됐다. /강아영 기자

세미나에선 바우처 제도 운영 주체로 어떤 곳이 적합한지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김선호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장은 “지방자치단체가 개별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아니면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별도 기구가 필요한지 고려해야 한다”며 “지방자치단체가 운영 주체가 될 경우 지역에 따라 예산 규모나 재정자립도에 있어 차이가 존재하므로 바우처 예산의 규모가 지역별로 균등하기 어렵다. 한편 별도 기구, 예를 들어 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운영 주체가 되면 기존 지역신문발전기금 이외에 의미 있는 수준의 별도 예산이 필요할 수 있는데 이를 어떻게 조성할 것인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선호 센터장은 또 “발제문은 지역신문만을 바우처 수급 대상 매체로 한정하고 있지만 지역방송을 제외하고 지역신문에만 바우처 수급 자격을 주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며 “최근 지역방송사의 경영사정도 심각하게 악화되고 있어 형평성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지역신문 바우처 플랫폼 구축해야" 주장도

세미나에선 제도를 도입한다 하더라도 바우처를 종이신문 구독에 지원할 것인지, 기사 단건에 지원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준형 전국언론노동조합 전문위원은 “종이신문 구독에 지원할 경우 실질적으로 지역신문을 읽게 하는 효과가 떨어질뿐더러 지역신문발전기금 상의 ‘소외계층 구독료 지원’과도 중복되는 문제가 있다”며 “기사에 지원할 경우엔 기사별 후원을 받기 위한 전국 단위 정치 기사, 가십에 치중한 기사들이 늘어날 수 있다. 그럼에도 기사 단위 지원으로 설계하되 지역신문의 포털 입점 확대 혹은 매체별 홈페이지 시스템 구축을 병행하고 또 자체기사, 지역기사에 해당하는 기사만 후원 대상이 되도록 하는 등 안전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2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미디어 바우처 제도 도입 세미나’에선 지역신문이 디지털 환경에서 독자 감소, 광고 수익 하락, 경영 악화 등 만성화된 위기에 처해 있다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바우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시됐다. /강아영 기자

조혁신 인천일보 논설실장은 아예 지역신문 바우처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혁신 논설실장은 “정부에서 소외계층 대상으로 한 종이신문 바우처 사업을 지속하되 사회적 공공자산으로 지역신문 바우처 플랫폼 구축에 투자할 것을 제안한다”며 “기본조건에 부합하는 지역 언론사를 바우처 플랫폼에 입점시키고 각 지역신문사가 플랫폼에서 경쟁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신문의 위기가 만성화됐다는 지적은 종사자로서 뼈아프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다”며 “바우처 제도가 벼랑 끝에 선 지역신문, 지역 언론이 활로를 찾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지금까지 제시되거나 실행됐던 다른 지역신문 지원 정책과 달리 포털에 종속되고 왜곡된 뉴스 소비를 극복하고 지역신문이 독자적으로 자생할 수 있는 소박한 터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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