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AI CMS는 기본… 기업공시 분석, 인포그래픽 생성까지

언론사 AI 대응, 실험 단계 넘어 다각화
제작·유통과정 효율화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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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파장 이후 상당 시일이 흐르면서 언론사들의 인공지능(AI) 관련 시도 역시 다양화하고 있다. AI 기능을 도입한 CMS(콘텐츠관리시스템) 개선은 기본이고 매체 성격이나 언론사 필요에 따른 서비스 개발, 향후 사업화를 염두에 둔 시도까지 국내 언론의 AI 대응이 실험 너머로 나아가는 모양새다.


아주경제는 5월 중순 AI CMS를 새로 도입했다. 제목 추천, 기사 요약, 교열, 키워드 추출 등 기능을 포함한 CMS는 이달 초 업데이트를 거치며 ‘기사를 늘리고 줄여주는’ 분량 조정도 가능해졌다. 5개 언어로 발행되는 매체 특성과 맞물려 지난해 기사 자동번역 기능을 CMS에 포함하며 글로벌 독자층 확보에도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기존 CMS와 함께 운영 중이지만 기자의 약 70%가 AI CMS를 사용하며 안착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국내 언론사들의 AI 관련 대응이 다양화하고 있다. 사진은 AI아나운서 등을 도입한 아주경제의 유튜브 채널 ‘abc’ 화면.


영상 제작에서도 ‘시간·인력을 줄이고 콘텐츠 품질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목표로 AI툴을 적극 사용하고 있다. 실제 유튜브 채널 ‘아주abc’에선 AI 아나운서·음성 기능을 활용한 포맷 실험이 한창이다. 올해 케이블방송 허가를 받은 상황에서 이는 향후 본격 운영을 위한 준비 차원이기도 하다. 곽형균 아주경제 디지털전략실장은 “상반기 주요 과제가 CMS였다면 하반기엔 영상이 메인이다. 출시된 거의 모든 외부 툴을 써보고 사용 중인데 자체 데이터로 방송 가능한 수준의 영상을 생성하는 방법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경엔 오너십의 의지가 있다. 전사적으로 AI 도입이 추진되며 재무·회계·광고분석 등 비편집국 부서에서도 AI 활용이 요구되고, 이를 위한 직군별 맞춤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아주경제 관계자는 “AI 기술을 단순히 도입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매체의 정체성과 콘텐츠 경쟁력 강화 기회로 삼겠다는 게 회사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만큼 전사적인 AI 도입 시도는 드물지만 이 방향은 현재 국내 언론 전반에서 나타난다. 지난해 4월 한국일보가 국내 언론 중 처음으로 생성형 AI 활용 준칙을 제정하고 AI 기능이 추가된 CMS를 선보였는데, 불과 1년여 만에 AI CMS가 업계 ‘기본’이 된 모습이다. 발제문, 보도자료를 입력하면 기사 작성을 해주는 조선일보 ‘AI 기사 작성 어시스턴트’는 2023년 연말 도입돼 당시엔 뉴스거리였지만 현재 상당히 보편화됐다.


이런 흐름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5년 디지털 미디어 서비스 개발 지원 사업 공모’ 심사결과에서도 나타난다. 3월 말 공지에서 15개 선정 언론사 전부 AI와 관련 있는 프로젝트로 지원 대상이 됐다. 지난 2~3년 새 선정된 AI 관련 서비스보다 종류도 다양해졌다. 경제지에서 매체 전문성을 살린 서비스를 개발하는 잇따른 행보는 대표적이다.


이투데이는 ‘공시자료 API 활용 실시간 기업 지배구조 AI 분석 서비스’를 다음 달부터 본격 개발해 10~11월 오픈한다. 전자공시 데이터를 수집해 지배구조의 변동사항을 한눈에 파악하기 쉽도록 한 서비스다. 이를 CMS에 탑재해 기자들에게, 별도 구축한 사이트 대시보드를 통해 일반 투자자에게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올해 1차 연도 사업에선 지분·지배 구조 데이터 획득 및 분석에 집중한다면 향후 2·3차 사업에선 기업 재무구조 전반과 결합할 예정이다.


김민수 이투데이 디지털전략실장은 “다트(Dart·금융감독원 전자공시)의 경우 등록된 상장사만 3000개가 넘어 일반이 흩어져 있는 공시 관련 텍스트 정보를 파악, 분석하는 게 쉽지 않다. 강소 경제 전문지로서 차별화 된 심층정보를 AI를 활용해 제공하려는 것”이라며 “유사 서비스들은 일부 정보를 유료로 제공하는데 독자 서비스, 콘텐츠 가치 증진 차원에서 무료로 시작하고 추후 심층데이터나 인사이트 등을 더해 점진적인 상용화를 한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프라이스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는 한경닷컴의 서비스도 같은 맥락이다. 사업은 한국소비자원, 코시스 등 기관에서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해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물가데이터와 관련한 AI 생성기사·시각화 결과물을 담은 사이트 구축을 염두에 두고 있다. 연합뉴스는 ‘AI를 활용한 인포그래픽 자동 생성 솔루션’을 개발한다. 통신사로서 언론사를 대상으로 한 뉴스 판매에 그치지 않고, 그래픽 인력 등이 부족한 중소 매체에 솔루션도 판매하게 될 여지가 있다.

국내 언론사들의 AI 관련 대응이 다양화하고 있다. 사진은 올해 1월 개인화 추천 서비스 'AI 프리즘'을 선보인 서울경제 관련 기사.


AI 시도에 적극 나서왔던 언론에선 자체 필요에 따라 제작 과정이나 유통 효율화를 꾀하는 작업이 추진 중이다. 영상제작효율화 시스템 개발에 나선 동아일보는 보도 영상을 가공해 기업 교육용 2차 저작물 등을 제작해온 여건에서 영상 소스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찾기 위한 솔루션을 만든다. 채널A 영상 등에 AI가 자동으로 메타데이터를 자동 태깅해주는 기능이다. 매거진 기사를 5분 분량 방송 스크립트 초안으로 바꿔주는 개발도 진행한다. 올초 독자 맞춤형 뉴스 추천·요약 서비스 ‘AI 프리즘(Prism)’을 선보이며 개인화에 집중해 온 서울경제는 빅카인즈와 연동으로 기존 기사 추천을 ‘이슈 중심’으로 확장한다.


인력 한 명이 아쉬운 중소언론, 부서에 AI 도입은 더 절실할 수 있다. 미디어오늘은 기자들이 돌아가며 맡아온 ‘아침신문 솎아보기’ 코너를 자동화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KBS 라디오국에선 방송 후 수작업으로 해온 선곡 리스트 추출, 광고 및 음원 편집, 타임코드 생성을 자동화하는 사업을 진행한다. 지역언론도 AI의 파장과 멀지 않다. 2023~2024년부터 제목 추천, 맞춤법 기능이 포함된 AI CMS를 써온 경인일보는 현재 홈페이지 검색 고도화를 위한 ‘AI 브리핑 및 대화형 검색 K-인사이트’ 사업에 나섰다. 대화형 AI 검색 시 지역 관련 정보는 정확도가 종종 떨어지는 상황에서 자체 플랫폼 키워드 검색 기능을 AI 기반으로 개선한다. 이승철 경인일보 디지털콘텐츠센터 총괄부장은 “내부를 위한 기자 취재도구, AI 활용 서비스도 검토했지만 활용도가 떨어지고, 시중 제품과 비교해 성능이 떨어질 공산이 크다고 봤다. 공개 서비스로 가닥을 잡고, 경기인천 자료는 많이 갖고 있으니 이를 학습시켜 기대보다 수요가 있는 홈페이지 검색 기능을 업데이트하자 한 것”이라며 “올해 10월이 마침 창간 80주년인데 이에 맞춰 오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내 언론사들의 AI 관련 대응이 다양화하고 있다. 사진은 'AI 기자' 바이라인으로 보도자료 등을 정리한 대구일보 기사.


언론사의 AI 역량과 고민 수준이 심화하는 일은 반갑지만 여전히 업무방식이나 제작과정 변화와는 겉도는 기술 도입엔 우려가 나온다. 이는 독자나 이용자 대상 서비스보다 내부 제작지원 도구 등에서 도드라지는 문제다. ‘AI CMS’, ‘AI 기사 생성기’ 등을 만들었지만 ‘반짝’ 활용에 그치고 결국 아무도 안 쓰는 일이 여러 매체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바 있다. 신문사 디지털 부문 한 관계자는 “위에선 ‘잘 만들었다’고 하지만 실제 기자들은 도입 초기 좀 써보다가 안 쓰는 일이 일반적이다. 보조적 용도라도 목표를 명확히 제시해줘야 하는데 지금은 ‘우리 이런 거 했다’는 유행 편승에 그치는 모습”이라며 “신기술 도입과 디지털 전환이 결국 돌고 돌아 언론사의 HR(인적관리) 문제라는 게 여실히 드러나는 단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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