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아버지가 받은 기자상, 오늘에야 그 무게 느껴"

[시상식 중계] 제417회 이달의 기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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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제417회 이달의 기자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단체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한국기자협회

한국기자협회는 2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제417회 이달의 기자상’ 시상식을 열었다. 이날 시상식엔 수상자인 기자들을 비롯해 소속 언론사 편집·보도국장과 선후배 동료들도 참석해 수상을 기쁨을 함께 나눴다.

박종현 한국기자협회 회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지난 6~7개월 언론인들이 정말 큰 역할을 해주셨다”고 운을 뗐다. 이어 “지난해 12월3일 이후 올해 4월 불법계엄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판단을 내렸고 6월엔 민주주의 시스템이 정상 복원됐다. 그 마디마디 연결고리에서 언론인들이 매듭을 지어주고 온전한 역할을 해줘 한국 사회가 퇴행의 길에서 벗어났다”고 말했다.

또 박 회장은 “이번에 수상하시는 분들은 한 단계, 한 고비를 넘기는 기사를 쓰셨다. 우리 사회에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여러분들의 과정에 대한 심심한 고마움을 표현할 수 있게 돼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5월 이달의 기자상엔 12개 부문 중 10개 부문에 67편이 출품됐고, 뉴스타파의 <‘댓글 공작’ 리박스쿨 잠입> 보도 등 7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아래는 수상 내역과 소감이다.

취재보도1부문

취재보도1부문 수상을 한 뉴스타파 기자들 /한국기자협회

<‘댓글 공작’ 리박스쿨 잠입>

-뉴스타파 봉지욱·박종화·이명선·전혁수 기자(특별상: 최혜정·이슬기 기자) /수상 소감 박종화 기자

“한상진 총괄께서 눈물을 보이시니 감회가 새롭다.(웃음) 극우 집회를 취재하면 항상 궁금했다. 혐오를 조장하는 세력은 오롯이 자신의 의지로 주장하는 것일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평화 시위를 방해하는 세력의 뒤에는 누가 있는 건지 정말 궁금했다. 이런 의문 속에 혐오 세력의 뿌리를 추적했다. 그들은 십수 년 전 국정원 댓글에 협력한 알파팀원 혹은 관변 단체의 잔당들이었다.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은 윤석열 당시 검사가 수사를 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잔당의 우두머리는 윤석열 캠프의 시민사회 본부장이 됐다.

잔당들은 극우 유튜버를 양성하고 또 서울의 곳곳에서 맞불 집회를 열었다. 5월23일 저희가 댓글팀 모집 제보를 받고 우연히 취재를 시작한 리박스쿨도 알고 보니 그 잔당들이 만든 것이었다. 조직적인 포털 댓글 조작, 극우 초등생 양성 프로젝트에 더해 왜곡 교과서까지 만들어서 교육 장악을 실행하고 있었다. 이번 보도는 운도 많이 따라줬지만 뉴스타파 탐사1팀의 완벽한 팀워크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 존경하는 봉지욱 팀장과 늘 불꽃처럼 열정적인 이명선, 전혁수, 이슬기 선배, 그리고 당시 인턴 기자 신분이었지만 용감하게 댓글 조작 현장에 뛰어들어서 훌륭하게 잠입 취재에 성공해 돌아온 최혜정 기자에게 이 상을 돌리고 싶다.”

취재보도1부문 수상을 한 매일경제 기자들 /한국기자협회

<국민 신뢰 저버린 선거관리위원회>

-매일경제신문 지혜진·박동환·양세호·김송현·문광민 기자 /수상 소감 지혜진 기자

“먼저 이달의 기자상이라는 영광스러운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 기자 생활을 하면서 꼭 한 번 받아보고 싶었던 상인데 그 목표를 이루게 돼 기쁘다. 매일경제신문 사회부가 존재감을 가지고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뿌듯하기도 하다. 기자를 지망하던 시절부터 선배들께 누누이 들었던 말이 있다. 관찰력과 꼼꼼함 그리고 팀워크가 기자의 필수 덕목이라는 거다. 이번 취재는 그런 선배 기자들의 가르침을 심장 두근대며 현장에서 직접 온몸으로 겪은 경험이었다. 팀이 함께였기에 가능했다. 모든 것은 현장에 있다는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을 되새겼다.

비상계엄 전후로 부정선거 음모론이 확산됐고,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공정한 선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었다. 투표용지 반출 보도로 선관위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이후에도 선거 관리 부실 정황들이 속속 포착됐다.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인데 국민의 신뢰를 크게 저버렸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강화된 선거 관리로 국민의 신뢰를 조금이나마 회복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편집국을 세심히 이끌어주시는 김대영 국장님을 비롯해 구성원에 대한 전폭적인 격려와 지지를 보내주시는 손일선 사회부장님, 모든 매일경제 구성원 분께 감사드린다. 또 든든한 기둥처럼 팀을 받쳐주시고 헤맬 때마다 매번 최고의 방향을 제시해 주시는 박대익 캡과 문광민 바이스께도 감사드린다. 좋은 선배들을 만나 성장하는 즐거움을 알아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건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아버지께서 약 20년 전 이달의 기자상을 받으셨다. 어릴 적부터 집안 한 켠에 놓여 있는 상패를 보고 자랐는데 이 상이 얼마나 무겁고 자랑스러운 상인지 오늘에서야 비로소 알게 됐다. 앞으로 기자 생활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알고 힘들 때마다 이 순간을 되돌아보면서 정진하도록 하겠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기획보도 부문을 수상한 한겨레 신형철 기자(가운데) /한국기자협회

<윤석열 정부 3년, 감사원의 민낯>

-한겨레 신형철 기자

“과분한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 취재를 시작한 게 3개월 전이다. 감사원 취재라는 게 생각보다 쉽지가 않았다. 사람들이 감사원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해도 실제로 감사원이 어떤 식으로 일하는지 잘 알지 못한다. 저도 3년 동안 감사원을 취재했지만 실제로 그 사람들이 안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직접 들어가보기 전까지는 알지 못했다. 우연한 계기로 제보가 들어왔고 제보가 제보를 타면서 이 사람들이 내부 정적들에게 얼마나 잔인하게 하고 있는지를 이번 취재를 하면서 알게 됐다.

조금 아쉬웠던 건 다양한 매체들이 같이 붙어 경쟁도 하고 그랬으면 진짜 좋았겠다는 생각이다. 그렇지 않다 보니 저 혼자 하면서 이게 맞나 이런 고민도 했다. 그럴 때마다 정치부에 계신 이세영 부장님, 김남일 선배가 많이 도움을 주셨다. 혼자 기사를 쓰고, 내부적인 일이다 보니까 유병호 감사위원이랄지 소위 말하는 타이거 파들이 굉장히 반발이 심했다. 저는 틀린 기사를 쓰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회사를 빼고 저에게만 민사 소송을 건 상태다. 지금도 사퇴 요구가 내부 게시판에서 빗발치고 있는데 거기다 대고 하나하나 유병호 감사위원이 조롱을 담은 댓글을 달고 있다. 앞으로도 저도 노력을 할 테지만 많은 분들이 감사원에 대해 관심을 갖고 같이 기사를 쓰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획보도 방송부문

우한울 기자(가운데)가 우크라이나 현지 취재로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동료들의 상패를 들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기자협회

<2216편 추적보고서>

-KBS 우한울·오정현·김민준 기자 /수상 소감 우한울 기자

“지금 제 머리를 보시고 상을 시상해야 할 사람인데 할 수 있겠다.(웃음) 저는 아직 40대이고 내년엔 50이 되긴 한다. 사실 머리색이 부끄러워 후배들 가라고 하려 했는데 오정현 기자, 김민준 촬영기자가 지금 우크라이나에 가 있다. 위험한 취재 현장에 연이어 가서 좀 걱정이 되고, 오늘 같이 이 영광을 나눴으면 좋겠는데 아쉽기도 하다. 사실 저희가 상을 상신하긴 했지만 면구스러운 게 있다. 아직 제주항공의 진실, 사고의 진실이 다 드러나지 않아 조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179명 희생자의 유가족들은 아직도 애타는 마음을 갖고 있다. 저희가 이런 것을 끝까지 추적 보도하고 진실을 규명하라는 응원으로 생각하고, 영광스럽게 여기겠다.

제가 느낀 점을 말씀드리고 마무리하고자 한다. 한국 사회에 여러 가지 참사들이 반복돼 왔다. 세월호, 이태원 참사, 제주항공까지. 이번에 취재하면서 이런 참사들이 왜 발생할까, 어떻게 보면 우리 사회 시스템, 안전 문화라는 것에서 여러 구멍들이 있고, 그 구멍이 언젠가는 일렬로 세워질 때 참사는 늘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확실히 목격했다. 한국 사회가 참사로 러시안 룰렛 게임을 하고 있는 거 아닌가 싶다. 계속 그 구멍들은 돌아가고 있다. 구멍이 일렬로 맞춰지는 순간 언제든 참사가 재발될 수 있다는 경각을 했다. 결국에는 안전 문화, 시스템이 개선돼야 이런 참사의 고리가 끊길 거라고 느꼈다. 이런 부분에 각성을 하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취재를 해 나가겠다.”

지역 취재보도부문

지역 취재보도부문을 수상한 경인일보 조수현, 고건 기자 /한국기자협회

<납치 살인 피해자 ‘600장의 SOS’>

-경인일보 조수현·고건 기자 /수상 소감 조수현 기자

“피해자가 남긴 흔적은 없었을까라는 궁금증이 취재의 출발이었다. 사건 발생이 있고 다음 날 경찰이 브리핑을 열었다. 단순 사건에 대해서 브리핑을 연다는 것 자체도 이례적이었는데 사건에 대해서 설명하는 게 가해자의 범행 묘사에 집중돼 있었다. 근데 피해자가 신고도 여러 차례 했었고 그 신고에는 어떤 호소와 흔적이 없었을까라는 궁금증이 있어 취재를 시작했다. 여러 경로를 통해 알게 된 건 피해자의 흔적이 짙고 깊었다는 거다. 피해자는 몇 년에 걸쳐 피해를 당한 사실을 다양한 혐의로 고소했고 그 내용을 경찰이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을 처음 보도했다. 그 이후 유족들과 연락이 닿아서 고소 내용이나 혐의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 내용을 다 보면서 간접적으로나마 느꼈던 것은 피해자의 용기였다. 피해자는 지옥스러운 고통에서도 녹음을 했고 그걸 녹취록으로 만들었고 또 법률 대리인을 통해서 문답 형식으로도 만들 정도로 (가해자를) 구속시키기 위해 용기를 냈다. 내용을 보고 취재를 하는데 더 의무감을 가졌고, 힘도 얻고 그랬던 것 같다. 그 이후 제가 피해자의 어머니를 만났는데 피해자 어머니의 모습에서도 또 다른 용기를 봤던 것 같다. 피해자의 어머니는 피해자가 사망한 이후에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다고 한다. 600장의 고소장 내용 속 피해 사실을 읽어가면서 몇 날 며칠을 잠을 설치고 소리를 쳐가면서 때때로는 글을 읽지 못하고 그랬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을 다 읽었던 건 그 내용을 알아야만 언론에 그리고 수사 기관에 대응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또 다른 용기를 얻고 취재를 마저 이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죽음에 대해서 취재하는 건 늘 고민이 따르는 일인 것 같다. 기자 생활을 해오면서도 계속 이게 극복이 안 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에 대해서 쓰는 건 어쨌든 우리 사회가 바뀔 수 있고 이런 비극이 재발하지 않을 수 있게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그런 생각에서인 것 같다. 아직도 여성들 그리고 가정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제도나 법은 허술한 것 같다. 피해자 중심으로 법과 제도가 변화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취재하겠다. 귀하고 값진 상을 주신 기자협회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린다. 끝으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의 명복을 다시 한 번 빌겠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지역 기획보도 부문을 수상한 광주일보 양재희 기자(오른쪽) /한국기자협회

<멀고도 험한 ‘학교가는 길’>

-광주일보 양재희 기자

“제가 기자를 꿈꾸면서 막연하게 기자상을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받게 돼 얼떨떨하기도 하고 기분이 좋다. 이 자리에 함께할 수 있어서 참 기쁘다. 이 취재는 전남의 특수학교 학생들이 통학하는 데만 2시간 반이 넘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시작을 했다. 몸이 아프고 의사소통이 어려운 중증 학생들이 어떻게 하루에 4~5시간을 왕복하면서 다닐 수 있을까 정말 궁금했고 의아했다. 그래서 특수학교 학생들의 등굣길이 고통길이나 다름없다는 기획을 하게 됐다. 직접 학생들의 등하교 상황을 살피고 많은 학부모를 만나면서 이야기를 들었다. 십수 년째 바뀌지 않는 현실이었다. 이 학교 학생들의 통학버스를 2시간 운전하면서 직접 따라다녔다. 2시간 넘는 시간이 걸려서 30~40만 킬로미터 이상 버스를 타고 다니고 있었고 리프트가 없어 기사님이 직접 올려다 태워다 주는 게 현실이었다. 학생도 학부모도 또 기사도 고통을 감내하고 있었다. 그래서 학생들이 안전하게 통학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학습권을 보장받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보도를 했다.

사실 취재 후 한 달 만에 다시 찾아봤는데 통학 현실이 쉽게 달라지진 않았다. 그 친구들이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또 학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마음껏 물도 먹이고 또 잠도 더 재우면서 학교를 보낼 수 있도록 조금 더 지켜보려고 한다. 오늘 받은 이 상이 우리 사회에 소외된 이웃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 목소리를 전달하는 언론의 역할을 성실히, 충실히 임하라는 뜻으로 알겠다. 취재부터 기사 쓰기까지 저 혼자서는 하지 못했을 거다. 늘 애정으로 이끌어주시고 열정적으로 지도해 주시는 저희 광주일보 선배들께 감사함을 전한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지역 기획보도 부문을 수상한 목포MBC 기자들 /한국기자협회

<수백억 졸속 공모 논란..‘농촌협약’ 사업 파헤쳐봤더니>

-목포 MBC 김규희·노영일·홍경석 기자 /수상소감 김규희 기자

“저희 보도는 제보로 시작했다. 농림부 사업의 시·군 예산을 따기 위한 용역업체 관계자분이 제보를 주셨다. 이 농림부의 농촌 협약 사업이라는 게 농촌을 발전시키기 위한 사업이라는데 계속 진행되면 농촌이 망할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들여다봤다. 졸속으로 이뤄지다 보니 가짜 사진, 그러니까 과거에 이뤄졌던 그런 사진을 계획서에 담아서 제출하기도 하고 현실성이 부족하기도 하고 막상 현장에 가보니 이전 사업이 제대로 이뤄지지도 않았는데 예산만 계속 따내는 식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봤다. 이렇게 하다가는 예산 낭비가 될 수 있고 우리가 직접 살아가는 농촌이 발전을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계속 취재를 이어갔다. 목포MBC에 입사한 지 이제 1년 정도 됐는데 이런 기획 보도를 하기에는 많이 부족하고 그런데도 같이 할 수 있게 도와주신 우리 국장님하고 영상 선배들, 그리고 막내 기자가 사건 사고도 해야 되는데 기획 리포트로 전국을 돌아다닐 수 있게 해 주신 많은 보도국 선배들도 너무 감사하다. 농림부 장관 유임이 결정돼 이 제도가 계속 이어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앞으로도 계속 지켜보면서 제도 개선뤄질 수 있게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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