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들이 베이징 특파원을 구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임기가 만료된 특파원을 대신해 후임자를 보내야 하지만 공모에 재공모를 거쳐도 지원자가 나타나지 않아서다. 일부 언론사에선 특파원 지원 자격을 완화하거나 전임자 재파견을 고려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베이징 특파원 구인난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기자들의 ‘중국 기피’ 현상은 갈수록 심화하는 양상이다.
언론사별 상황은 대체로 비슷하다. YTN은 최근 베이징 특파원 선발 공고를 내며 지원 기준을 기존 ‘만 10년 이상’에서 ‘만 7년 이상’으로 완화했다. 임기 만료된 특파원을 대신해 후임을 물색했지만 적임자를 찾지 못했고 전임자까지 고려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다. 조선비즈는 아예 6년차 기자를 베이징 특파원으로 발령 내는 이례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서울경제신문과 아주경제도 현 특파원들의 임기를 1년씩 연장했고, 연합뉴스도 베이징 특파원 구인에 애를 먹으면서 전임자 재파견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자들이 베이징 특파원을 기피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가장 큰 문제는 만만치 않은 생활 여건이다. 외국인용 물가, 내국인용 물가가 따로 존재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베이징은 외국인 생활물가가 비싼 도시다. 베이징 특파원으로 일했던 A 기자는 “물가가 매우 빠른 속도로 올라 지금은 베이징과 서울이 별 차이가 없다”며 “그런데 언론사들의 체재비는 대부분 현실화되지 않았다. 그러니 금전적 이득이 딱히 없다”고 말했다.
가족을 동반한 특파원에겐 자녀 교육 문제도 큰 부담이다. 중국어를 원어민처럼 할 수 없으면 국제학교에 보내야 하는데, 국제학교 학비는 연간 5000만원 이상이 든다. 이 때문에 최근 베이징에 부임하는 특파원은 대부분 젊은 여성으로, 가족을 동반하지 않고 홀로 파견을 가고 있다.
극도로 제한적인 취재 환경도 중국 기피의 한 요인이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나 안 하는 사람이나 별 차이가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고위인사를 만나는 것이 쉽지 않은 데다 현장에서 취재를 제지당하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심할 경우 조사를 받거나 결과물을 삭제당하는 일도 벌어진다. 베이징 특파원으로 일하고 있는 B 기자는 “취재는 아예 안 된다고 보면 된다”며 “중국 국가안전부가 외신기자 접촉을 조심하라고 선전하고 있어 방송기자는 일반 시민 멘트도 딸 수 없다. 당국자는 아예 만날 수 없고, 민감한 내용을 한국에 있는 데스크와 메신저로 상의했다는 이유로 공안에서 찾아왔던 일도 잘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중국은 미국 못지않게 현안이 많고 특히 북한과 관련한 난도 있는 취재도 많아 특파원들의 업무 부담이 상당하다. 또 뉴스룸 내부에서조차 중국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특파원 한 명에 중국 관련 기사를 일임하는 경우도 많다. 베이징 특파원으로 일하고 있는 C 기자는 “중국 뉴스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가 적으니 회사에서조차 중요하게 다뤄주지 않고, 중국 기사로 반향을 일으키기도 쉽지 않다”며 “한때는 ‘세상에 이런 일이’ 같은 사회부 아이템만 먹히던 시절도 있었다. 다행히 딥시크 열풍 이후 중국 기술 발전이나 인공지능, 전기차 관련 기사에 대한 소구도가 높아졌고, 기술 관련 취재를 할 수 있는 기회도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한국의 중국 특파원 수는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과거 50여명에 달했던 수는 최근 30명대 후반으로 10여명 넘게 감소했고, 선양 지국도 모두 폐쇄됐다. 반면 일본의 경우 중국 전체에 100여명의 특파원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B 기자는 “할 수 없는 게 많은 나라이긴 해도 사람을 두는 것과 아닌 것은 천지차이”라며 “발견하고 기사를 선택하고 가치를 부여하는 건 현지에서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으론 특파원 임기 연장과 전문성 강화를 고려해야 한단 제언도 나온다. C 기자는 “서구권 특파원들은 8~12년씩 체류하면서 영향력 있는 중국 칼럼을 써내는데 우리나라는 3년, 이제 좀 중국을 알 것 같을 때 한국으로 돌아가니 전문성을 쌓는 데 한계가 있다”며 “베이징 특파원의 경우 더 이상 특혜성 자리도 아닐뿐더러 이제는 전문성을 기르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임기를 10년으로 늘려 전문기자를 길러 내거나 정치·외교 중심이 아닌 중국 기술력을 집중 취재할 수 있는 남부 지역으로 특파원을 보내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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