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출범했지만 지난 정부에서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된 언론계 소송이 아직 진행 중이어서 향후 재판 기류에 영향이 있을지 주목된다. 윤석열 정부 당시 해임된 김의철 전 KBS 사장, 남영진 전 KBS 이사장,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이 제기한 해임·면직 처분 취소 소송이 대표적인데, “정권은 교체됐지만 이제는 피고 이재명을 상대로 싸우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는 재판 당사자들의 의문이 나온다. ‘노골적인 언론장악’이라는 언론계 비판 속에서도 윤석열 정부가 강행한 공영방송 사장·이사, 기관장 무더기 해임의 여파가 여전히 남아있는 셈이다.
남영진 전 KBS 이사장은 26일 해임 처분 취소 소송 2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대선 직전인 5월29일 변론기일이 열렸고, 당시 대통령 측 소송대리인으로 7명의 변호사가 참석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2023년 8월21일 남 전 이사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상대로 해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그해 방통위는 KBS 경영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 해태, 법인카드 사용 논란으로 국민권익위원회 조사가 진행 중인 점 등을 이유로 남 전 이사장의 해임건의안을 의결했고, 당일 윤 전 대통령은 해임안을 재가한 바 있다.
이번 재판은 항소심으로, 지난해 12월 1심 재판부는 해임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며 남 전 이사장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탄핵소추로 윤 전 대통령이 직무 정지 상태였던 1월8일 대통령실이 항소장을 제출했다.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직무대행을 맡고 있을 때였다.
이후 윤 전 대통령 파면과 대선을 거쳐 정권 교체가 이뤄지며 피고 대통령이 ‘윤석열’에서 ‘이재명’으로 바뀐 상황이다. 재판 관련 서류 송달을 비롯해 상고 결정도 현직인 이 대통령만이 할 수 있게 됐다. 남 전 이사장 측은 상고심은 별도의 소송대리인 선임이 있어야 하므로 이번 항소심에서 원심이 유지되면 상고가 이뤄질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김의철 전 사장도 피고 대통령을 상대로 한 항소심 재판을 앞두고 있다. 앞서 1월16일 서울행정법원은 김 전 사장이 제기한 해임 처분 취소 사건에 대해 원고 승소로 판결했으나, 2월3일 역시 윤 전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상황에서 당시 대통령 측과 보조참가인인 KBS가 항소한 바 있다. 다만 지금까지 피고인 대통령과 KBS의 항소이유서, 소송위임장은 제출되지 않은 상태다. 5월13일 김 전 사장 측은 변론기일을 지정해달라는 신청서를 냈으나, 아직 변론기일도 정해지지 않았다. KBS 측은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은 이유, 항소심 관련 대통령실과의 소통 여부 등을 묻자 “변론 기일이 지정되면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고만 밝혔다.
절차상 이 대통령이 해당 재판 변론이나 선고를 앞두고 항소 취하를 할 수 있지만, 현재 대통령실에선 이 같은 사안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해당 사안에 대해 전혀 보고받지 못했고, 관련 정보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김의철 전 사장은 이에 대해 “이재명 정부는 과거 윤석열 정부의 방송 장악을 위한 여러 조치들을 선제적으로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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