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닫힌음악회' 된 열린음악회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대한민국 음악 쇼를 이끌어 온 대한민국 대표 음악 프로그램. 공영방송 KBS는 홈페이지에 ‘열린음악회’를 이렇게 소개한다. 다양한 장르, 다양한 가수를 통해 모든 세대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든다고 제작진이 밝힌 열린음악회가 올해로 33년째를 맞았다. 22일 1529회가 방송되며 명실공히 공영방송의 간판 교양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이 열린음악회가 방송 프로그램 ‘사유화’ 시비에 휘말렸다.


사전 녹화 후 방송되는 이 프로그램의 방청은 원칙적으로 모든 시민에게 열려 있다. 방청권은 인터넷을 통해 신청자 본인을 포함해 2명까지 신청할 수 있는데 양도는 절대 불가하며 단체 신청도 받지 않는다. 기존에 당첨된 이력이 있으면 당첨자 선정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도 있다. 좌석도 임의로 배정돼 녹화 당일 방청권을 받기 전에는 어디 앉을지 알 수도 없는 데다 위치 변경조차 할 수 없다. 이처럼 까다롭고 복잡한 절차와 규정을 마련한 까닭은 특혜나 공정성 시비를 사전에 철저히 차단하기 위해서다. KBS 직원도 예외는 없다.


그런데 24일 녹화한 열린음악회는 어땠나. KBS는 특집 녹화를 이유로 시민들의 방청 신청을 받지 않았다. 알고 보니 명분은 KBS 시청자위원회 전국대회 개최였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성명을 보면 KBS 사측이 TV수신료 통합징수법 처리에 도움을 준 것에 감사의 뜻으로 시청자위원들을 위해 마련한 일종의 사은 행사다. 박장범 사장이 직접 시청자위원 한 명 한 명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전국 시청자위원회를 돌면서 감사 인사를 전한 것으로도 모자라 특집 공연까지 준비한 것이다.


이날 최대 1800석에 이르는 KBS 공개홀은 일반 방청객들 대신 본사와 전국 18개 지역 시청자위원, 시청자위원의 가족과 지인들로 자리가 채워졌다. 시청자위원들은 방청권을 여러 장씩 받아 갔고 일부는 아예 40~50장 챙겨 주위에 선심 쓰듯 나눠줬다는 얘기도 들렸다. 방청권 수십 장을 요구했다는 한 시청자위원은 일반 방청이 되지 않아 좌석이 많이 남을 거로 생각해 그렇게 했다고 언론 취재에 답했다. 실제로 녹화는 KBS 공개홀 2층을 비우고 1층만 채워 진행됐다고 한다.


KBS가 시청자위원회 전국대회를 열든 말든 그건 내부 행사이니만큼 KBS가 알아서 할 일이다. 다만 KBS가 소중한 수신료로 만들어지는 프로그램이라고 그토록 입이 닳도록 되뇌면서도 프로그램을 사유화해 내부 행사에 활용하고 특정 집단에 선심성 특혜를 줬다는 건 매우 유감스럽다. 평소라면 1인당 2장밖에 구할 수 없는 열린음악회 방청권을 뭉텅뭉텅 나눠주고 시청자위원들을 위한 공연 행사로 진행한 게 선심성 특혜가 아니면 뭔가? 결국 열린음악회는 그들만의 ‘닫힌 음악회’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박장범 KBS 사장은 앵커 시절 김건희씨가 받은 명품백을 ‘조그마한 파우치’라고 해 논란을 불렀고 결국 사장이 돼서도 ‘파우치 박’이란 꼬리표를 끊지 못하고 있다. 일부에선 박 사장이 새 정권 출범 이후 자신의 임기 유지에 도움을 받기 위해 이번 시청자위원회 전국대회를 열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시청자위원이든 일반 시청자든 수신료는 2500원씩 똑같이 낸다. KBS가 진실로 수신료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있다면 일부 시청자위원들만의 잔치가 아니라 마땅히 시청자 모두를 위한 감사 행사를 열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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