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급이 최고 징계?" 비판 의식했나… 한경 '오타 징계' 철회

[단협 '인사위 3일 전 통보' 건너뛰어]
내부선 형평성 등 놓고 거센 비판

편집국장, 임원회의서 재심 요청
경영진 수용… 재심 인사위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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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이 신문 1면 헤드라인 오타와 관련해 편집국장, 부서장을 포함한 다수 관계자에게 징계를 내렸다가 철회했다. 앞서 ‘차장급’ 당직데스크가 최고수위 징계를 받으며 내부에선 징계 형평성을 두고 불만과 비판, 논란이 일었다.


한경은 23일 오후 인사위원장 명의로 ‘1면 제작 사고 관련 인사위원회 재심 결과’를 공지했다. 이심기 편집국장의 재심 요청에 이날 인사위를 다시 개최했고 “6명 전원에 대한 1차 징계를 공식 철회하고 전원 구두 경고 조치로 갈음하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19일 대규모 징계 후 나흘만에 결과가 번복됐다. 앞서 한경은 19일자 신문 1면<사진>에 <“은행, 주담대 늘리리면 자본 더 쌓아라”>란 기사 제목을 실어 발행했다. ‘늘리려면’의 오타가 포함된 신문이 나갔고, 곧장 편집국장을 비롯한 관련자 6인에 견책, 경고 등 징계를 내렸다. 특히 당직데스크이던 사회부 차장이 가장 높은 수위의 ‘감봉 1개월’을 받아 기자들과 노조에선 반발이 나왔다. ‘수장 책임이 제일 큰데 차장급이 제일 센 징계를 받은 게 일반적이지 않다’, ‘실수가 아니라 지면제작 과정의 시스템 오류다’, ‘인력보강 요구는 외면하다 군기잡기다. 경영진 책임은 없나’ 등 비판이 컸다.

23일 오전 편집국장이 임원회의에서 재심요청을 했고 경영진이 이를 수용하며 이날 오후 재심 인사위가 결정됐다. 이날 오후 2시 데스크회의에서 이 국장은 징계대상자이자 (재심)요청권자로서 징계 적절성 여부를 다시 판단해달라고 요청해 인사위 개최가 결정됐고, 편집국장이 가장 높은 수준 징계를 받는 게 타당하며, 징계범위 최소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알렸다. 사태가 커진 데 국장으로서 사과하고, 향후 당직시스템 개선을 검토하겠다고도 했다. 앞서 노조는 징계 무효와 재심을 요구한 공문을 20일 사측에 전했고 22일 편집국장과 해결방안을 논의했다. “책임 있는 자세로 적정한 유감표명”도 요청했다.


회사 인사위 판단이 나흘만에 아예 철회되는 일은 이례적이다. 한경에서 인사위 결정에 재심이 열린 자체가 사상 처음인 것으로 알려진다. “수위의 적절성 및 당직데스크, 국장의 책임 크기를 놓고 많은 논란이 제기”된 애초 사측의 징계 관련 판단이 일을 키웠다는 말이 내부에서 나온다. 징계 결정과 번복 과정에서 단체협약상 ‘인사위 개최 3일 전 통보’ 등 절차가 아예 무시된 채 진행된 점도 우려를 남긴다.


김정호 사장은 이날 재심결과 공지에서 “독자들에게 큰 실망을 주고 신문의 신인도를 약화시킨 중대한 과오여서 징계가 불가피하지만, 편집국장이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대상자들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고 지면 제작의 엄중함에 대한 경각심이 조직 전반에 확산된 만큼 모든 공식 징계를 철회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제작에 임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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