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함께 유튜버도 포함해야"… 언론중재법 개정 주장
13일 언론중재위·언론법학회 '언론중재법 제정 20년' 세미나
"유튜브 영향력 감안해도 언론 범위 무한정 늘려선 안돼" 지적도
언론중재법의 적용 범위를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언론중재법 제정 20년, 성과와 과제’ 세미나에선 2005년 제정된 현행 언론중재법이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디지털 시대에 맞게 새롭게 개정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다만 피해구제만큼이나 언론·표현의 자유도 중요하다며 언론의 명확한 개념 정의와 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시됐다.
이날 발제를 맡은 윤재남 언론중재위원회 중재부장은 유튜브를 통한 뉴스 이용이 많아지고 그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다면서 규제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재남 중재부장은 “모든 유튜브 방송을 언론중재제도 대상에 포함시킨다거나 적용 대상을 한정적으로 규정하는 방법은 적당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유튜브를 통한 방송, 보도는 신속성, 확장성, 복제성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다른 기본권에 대한 법익 침해가 커질 수 있다. 현실적으로 유튜브 방송으로 인한 피해 사례와 피해구제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사실상 언론보도 매체의 역할을 하거나 이를 표방하는 유튜브 방송에 대해선 이들을 언론중재제도 대상에 포함시켜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피해구제를 해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유튜버 중 일부는 수익을 올릴 목적으로 자극적이고 명예훼손적인 내용을 객관적인 검증 없이 방송하거나 특정인을 비방·폄훼하는 방송을 기획·제작해 방송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상당하기에 민사상 수천만원을 지급하라는 손해배상 판결이 나오더라도 계속해 비슷한 방식의 유튜브 방송을 제작해 방송하기도 한다. 2021년 언론중재법 개정 논의 당시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언론의 자유 위축 등의 문제가 있어 그 제도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수익을 주된 목적으로 허위 또는 명예훼손적 방송을 반복해 제작·방송하는 유튜버 등에 대해선 최소한 해당 방송으로 얻은 수익에 상당하는 금액은 회수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도 이날 세미나에서 유튜브 채널이 언론중재법에 포섭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승선 교수는 “유튜브 뉴스 콘텐츠 전반을 원칙적으로 언론, 언론보도의 범주 안으로 포섭하되 채널 구독자 수 등 일정 기준을 정해 여론 형성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은 경우 시행령을 통해 규율할 수 있다”며 “법률 개정을 통해 법적 근거를 확보하고 공직선거 시기 언중위의 선거기사심의원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선거방송심의위원회 간의 심의 충돌 문제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손형섭 경성대 법학과 교수 역시 “SNS와 유튜브의 언론 표현도 자유의 대상이자 그 책임의 대상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방송언론은 오보에 대한 큰 책임을 지지만 일반 국민은 어떠한 표현을 해도 책임이 따르지 않는다고 하기엔 개인의 언론 표현의 영향력이 SNS와 유튜브를 통해 방송과 같이 커졌다. 따라서 표현하는 개인도 그만한 책임감과 주인의식, 그리고 타인을 설득할 식견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언중위를 '언론 등에 관한 중재위'로 만들 순 없어"
다만 일부 토론자들은 유튜브의 영향력을 감안하더라도 언론중재의 범위를 무한정 늘릴 순 없다고 지적했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는 “언중위를 언론 ‘등’에 관한 중재위원회로 만들 수는 없다. 글자 그대로 언중위가 되기 위해선 언론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부터 내려야 된다”며 “현행 법률에도 유튜브를 비롯한 SNS와 디지털 플랫폼에 대해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라는 법적 정의가 있지만 신문법과 방송법 등 통합적인 법률 정의는 미흡하다. 특히 분쟁조정은 해당 사업자가 언론 행위를 할 경우로만 한정하는데, 만일 개인이 자신의 의견을 표명한 경우 접속자가 폭주했다는 이유만으로 언론 중재 대상에 포섭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장철준 단국대 법학과 교수도 유튜브 안의 시민들에게 언론중재의 규제를 가할 순 없다고 주장했다. 장철준 교수는 “유튜브와 소셜미디어가 맹위를 떨치는 환경에서도 우리는 기성 언론의 권위에 대한 인정을 거두지 않았다”며 “기성 언론이 손대지 않는 이상 인터넷에서 만들어진 ‘가짜뉴스’는 생산자와 그 동조자 사이의 집단적 광기에 머무를 뿐이다. 언론중재가 본격적으로 다뤄야 할 피해구제의 대상은 정치적 권위와 기성 언론의 권위를 모두 획득한 가짜뉴스로 인한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선 지난 20년간의 언중위 조정 신청 및 피해구제 현황이 발표됐다. 윤재남 중재부장은 “언론중재법이 시행된 2005년부터 2024년까지 언중위에 접수된 사건은 특수한 사정이 있었던 2014년(1만9048건)과 2015년(5227건)을 제외하고는 소규모 증감을 반복하면서 전체적으로는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며 “2010년부터 청구건수가 2000건을 넘었고, 2016년부터는 3000건을 넘어섰으며 2020년부터는 4000건 내외의 사건이 청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언중위를 통한 피해구제율은 2005년부터 2007년까지 60% 초중반대였으나 이후 조금씩 증가해 20년을 평균한 피해구제율은 76.3%에 이른다”며 “손해배상의 경우 지난해 접수된 1231건 중 금전배상이 인용된 사건은 22건으로 그 인용 비율이 높지 않았다. 조정액도 그리 많지 않아 100만원 정도로 조정이 이뤄지는 경우가 다수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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