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가 탐사보도팀을 일시적으로 해체한다. 탐사팀 기자들은 인력 사정이 어려워지면 사측이 탐사팀부터 허물려 한다며 구성원 40여명의 연서명을 받아 항의했다. 이주현 뉴스룸국장은 현안 대응에 집중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3대 특검’ 등 혼란한 정국이 정리되는 대로 탐사팀을 복원하겠다고 약속했다.
9일 이 국장은 이달 인사에서 탐사팀을 없애는 조직개편을 시행하겠다고 사내에 공지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뒤 당장 다음 달부터 ‘내란·김건희·채 상병 특검’ 등 3대 특검 구성으로 어느 때보다 발생 현안 보도에 집중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국장은 이를 위해 인력을 재배치하고 사회부와 법조팀, 이슈팀 등 부서에 역량을 모으겠다고 했다.
탐사팀 기자 3명은 존속을 요구했다. 기자들은 “지난 10여년 동안 부침은 있었지만 한겨레 편집국에서 탐사팀이 없었던 적은 없었다”며 “왜 우리가 오랫동안 지켜온 탐사보도의 가치와 효용성을 폄훼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2일 구성원 40여명의 연서명을 받아 최우성 대표이사 사장과 김영희 편집인, 뉴스룸 국장단에 항의를 전달했다.
연서명에서 이들은 “탐사팀은 ‘당장의 효율’을 둘러싼 이러저러한 눈초리와 압박에 맞서 한겨레의 브랜드가치를 높이고 평판에 기여하며, 한겨레만의 저널리즘을 만드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200명이 넘는 기자 가운데 3명밖에 되지 않는 탐사팀을 굳이 없앤다면 현안 보도 강화에 보탬이 되기보다 자부심을 훼손하는 부작용이 크다는 것이다.
이 국장은 당일 구성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이해를 구했다. 이 국장은 구성원들의 의견을 존중하지만 휴직과 퇴사, 정년퇴직 등으로 이번 인사에서 가용 인력이 10여명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또 “정국이 안정되면 전담팀을 꾸려 한겨레 탐사의 명맥이 끊이지 않게 하겠다”며 “노조와 머리를 맞대고 인력난을 어떻게 풀어갈지 해법을 찾는 것 또한 급선무”라고 밝혔다.
지난해 한겨레21에 배치된 탐사팀은 탐사취재를 주간지 업무와 병행했다. 이후 팀원 2명이 다른 TF팀 업무로 수개월 빠졌고, 12·3 비상계엄 이후에는 1명이 아예 법조팀 소속으로 변경되면서 구성원이 4명에서 3명으로 줄었다. 탐사팀 기자들은 담당 출입처가 없는 탐사팀이 유휴 인력처럼 된 탓에 “팀이 있어도 팀으로 활동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한겨레 탐사팀은 2019년 무렵 10명 가까이 구성원을 두기도 했다. 종합일간지 중에는 한국일보와 동아일보만 탐사보도팀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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