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가전 구독' 내구제 대출 사기 실태

[제416회 이달의 기자상] 김민준 SBS 기자 / 기획보도 방송부문

김민준 SBS 기자.

“옆집이 수상해요.” 시작은 짧은 제보였습니다. 새벽과 밤만 되면 옆집에 가전 제품 여러 대가 수시로 드나든다는 제보였습니다. 이유를 알기 위해 문 앞에서 무작정 기다린 것이 취재의 시작이었습니다.


범죄가 숨어 있었습니다. ‘내구제 대출’이었습니다. ‘나를 구제하는 대출’이라는 뜻으로, 정상적인 경로로 돈을 빌릴 수 없는 신용불량자들이 찾는 불법사금융입니다. 처음 들어보는 대출이었습니다. SNS에 내구제 대출을 검색하자 불법 대출업자와 어렵지 않게 연락이 닿았습니다. 그들은 “시키는대로 하면 돈을 빌려주겠다”고 말했습니다.


가전 제품을 구독하라는 지시였습니다. 가전 구독 시장이 커지면서 불법 대출업자들은 내구제 대출로 가전 제품을 빼돌려 팔고 있었습니다. 빼돌린 가전 제품을 잠시 보관해주는 ‘보관 아르바이트’, 전문적으로 가전 제품을 매입해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매입상’도 있었습니다. 그들이 수익을 남기는 사이, 빚은 내구제 대출을 찾았던 사람들 앞으로 남게 됐습니다. 2030 사회초년생이 대다수였습니다. 4개월 동안 그들을 일일이 만나며 쌓아온 이야기들로 기사를 썼습니다.


내구제 대출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휴대폰깡, 카드깡에서 가전 구독까지, 20여 년 가까이 형태를 달리하며 반복됐습니다. 하지만 내구제 대출에 대한 인식은 다른 금융 범죄에 비해 현저히 낮았습니다. 혹여나 내구제 대출을 알아보고 있을 사회초년생들에겐 경고의 메시지를, 실태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관계 당국에겐 대안을 마련하라는 메시지를 이번 기사를 통해 전하고 싶었습니다.

김민준 SBS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